■ ‘글’을 만드는 이들, 주파수로 ‘말’을 전하다
 지난 21일에 개국한 ‘옥천FM공동체라디오(이하 OBN)’에도 인턴기자들이 다방면으로 힘을 보태고 있다.

<찾아라 맛 도둑>, <옥천에 살어리랏다>, <월요일엔 영화수다>, <도레미파솔>, <케이팝오타쿠학과> 등 프로그램도 다양하고 풍성하다.  OBN이 개국을 앞둔 시점부터 프로그램 기획과 대본 작성, 라디오 프로그램이 구성되고 송출이 되는 과정까지 그들의 역할이 상당하다.

“기사를 쓸 때는 단발성인 경우가 많았어요. 인터뷰를 한 번 하고 이야기를 듣고, 그걸 기사로 작성하면 끝이었으니까요. 그런데 라디오에 참여를 하면서 오랫동안 취재원을 만나야 하니 이야기도 많이 나누게 되고 그분들의 이야기를 더 듣게 되고 깊이 고민을 하게 된 것 같아요. 라디오에는 연속성이 있어요. 그리고 그 안에서 많이 배우고 고민을 하고 있어요.”(박지원 인턴기자)

“물론 아직 어려워요. 하지만 재밌죠. 라디오를 막 만지기 시작하면서 들었던 생각은 '와 이거 진짜 라디오네'였어요. 진짜 라디오니까 당연한 건데 옛날에 듣던 라디오랑 진짜 비슷해서 더 놀라워요. 많은 PD들과 방송활동가분들이 열심히 만들고 있으니, 심심할 때 한 번씩 켜보시면 그 매력에 다들 반하실 겁니다.”(이상현 인턴기자)

“신문이 지역의 소식을 글로 전하는 곳이라면 라디오는 글을 모르고, 혹은 볼 수 없는 이들에게 또 다른 소식을 접할 수 있는 매개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마을 주민들이 ‘이곳은 우리의 공간’이라는 생각을 하고 그것을 말씀하시는 모습을 볼 때 가장 큰 보람을 느껴요.”(안진수 인턴기자)

■ 기억에 남는 순간들이 한두 가지가 아니더라
“기자라는 직업을 꿈꾸게 되면서 먼저 언론을 경험하고 싶었어요. 어디가 좋을까라는 고민을 하던 중에 옥천신문을 알게 되었죠. 작은 지역이라면 언론의 원형을 더욱 잘 느낄 수 있을 것 같았어요. 당연히 다양한 사람들을 만났어요. 기억에 남는 순간이라면 이주여성들을 만나 인터뷰를 진행했던 것이 가장 기억에 남아요. 처음에는 어떤 이야기를 어떻게 듣고 나누어야 할지에 대한 고민이 컸는데, 즐겁게 살아가는 이야기를 통해 저도 많이 배우고 영감도 많이 받았어요.”(이상현 인턴기자)

“한 번은 밥을 먹고 오는 길에 어디선가 검은 연기가 나더라고요. 엄청 큰불이었어요. 어쩌다 보니 바로 그 자리에서 취재를 했어요. 사실 우리가 알고 간 것은 아니지만 그때 한 소방관 분이 ‘옥천신문 엄청 빠르네’라는 말을 했는데 그게 아직도 생각나요. 그 말이 참 좋았어요. 지금까지 옥천신문이 해왔던 것들을 한 번에 알아볼 수 있었던 순간이었어요.”(박나혜 인턴기자)

“예전에 오크지에도 실렸던 서상숙 작가 사진전을 취재했던 것이 기억이 나요. 처음으로 기사다운 기사를 썼던 것 같아요. 자신의 철학과 꿈을 실천하는 모습이 너무나도 멋있었고, 또 얼마 전 크리스마스에 기사를 다시보니 감회가 새롭다며 연락을 주셨는데 그때가 아직도 생각이 나요. 정말 행복했어요.”(윤수진 인턴기자)

“기억에 남는 기사와 인터뷰라고 한다면 8월에 진행했던 생명지킴이 취재가 기억이 나요. 그날 온종일 어르신을 따라다니면서 동행취재를 했는데 그게 원래는 두 줄짜리 보도자료였거든요. 동행 취재를 통해 보도 자료를 단순히 받아쓰지 않고 처음부터 끝까지 제대로 파고들면 새로운 내용의 기사를 쓸 수 있다는 점을 배웠어요. 그동안 익숙했던 중앙언론의 관점에서 벗어날 수 있던 기회였어요.”(박지원 인턴기자)

그들은 옥천이라는 지역에서 기자라는 직업 이전에 사람과 사람의 관계를 알고 지역을 알아가는 과정이 뜻깊은 시간이었다고 입을 모았다. 단순히 한 번 스치고 지나가는 휘발성이 짙은 관계가 아닌, 작은 지역이 가지는 의미를 알아가는 과정이었던 것이다.

■ 지금까지 달려올 수 있던 원동력은 결국 ‘사람’이었다
“사실 이 일이 나에게 정말 맞지 않는다는 생각을 하기도 했어요. 하지만 사람을 만나는 일은 정말 좋았어요. 물론 그것을 기사로 작성하는 것은 어려웠지만, 언제나 옆에서 응원해주는 사람들이 있고 챙겨주는 사람들과 잘하고 있다는 칭찬을 해줄 때. 그때가 참 좋았던 것 같아요. 항상 좋은 사람들이 내 주변에 있다는 것이 큰 원동력이었어요.”(박나혜 인턴기자)

“무연고 장례에 대한 기사를 썼던 적이 있어요. 그때 옥천신문 여론광장에 내가 쓴 기사에 대한 반응이 나왔을 때 보람이 컸어요. 그걸 보시고 어떤 분은 ‘옥천에도 필요한 일이다’라고 말씀을 남겨주셨는데 그때 느꼈어요. 기사는 혼자 쓰는 것이 아니라 누군가 읽어줄 때 가장 빛을 발휘한다고.”(이상현 인턴기자)

지난해 6월, 옥천신문 인턴기자를 시작으로 현재 ‘우리동네’ 취재기자로 활동하는 윤종훈 기자도 그간 쌓아온 경험의 시간을 함께 전했다.

“여러 사람을 만나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 좋았습니다. 얘기를 듣는 게 재미있고, 남들에게 들은 얘길 정리해서 글로 알리는 점에 흥미를 느꼈습니다. 하지만 얘기를 계속 듣는 일이 저에겐 에너지를 쏟는 일이라 힘들 때가 있습니다. 그럼에도 사람을 만나는 일은 특별한 일입니다.”(우리동네 윤종훈 기자)

한 해의 끝자락으로 향하는 지금. 이곳 옥천에는 많은 일들이 있었고, 많은 사람들이 오고 가며, 많은 것들이 생겼다. 지역의 소식을 언제든 손쉽게 접할 수 있는 ‘무가지’가 생기고, 누구나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공론장’, 누구나 자신의 이야기를 전할 수 있는 ‘라디오’가 생겼다.

누구나 떠마실 수 있는 ‘말의 우물’과 배가 고프면 언제든 꺼내먹을 수 있는 ‘글의 곳간’을 만들고자 두 손을 걷어붙인 이들이 있기에 찾아오는 겨울은 풍성하고 따듯할 것이다. 이곳 옥천에도 그리고 그들에게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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