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 입대를 앞둔 옥천 토박이 진민수씨
“커뮤니티를 통한 지역사회 세대 통합 프로젝트를 해보고 싶어요”

군 입대를 앞둔 진민수씨.
군 입대를 앞둔 진민수씨.

17일, 청소년수련관에서 진행된 ‘5인 5색 공연 보따리’ 프로젝트에는 감초 역할이 있었다. 재치 있는 멘트를 곁들인 사회와 뮤지컬에서 남다른 춤 솜씨를 선보인 진민수(21)씨다. 공연에 참여한 청소년 중 유일한 대학생이었다. 

옥천에서 나고 자라 장야초, 옥천중, 옥천고를 나온 진민수씨는 처음으로 옥천을 떠날 준비를 하고 있다. 27일 군 입대를 앞두고 있어서다.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시작되는 군 생활을 앞두고 기분이 착잡할 법도 하지만 그의 표정과 말투는 밝았다. 성격유형검사 ‘MBTI’에서 외향성을 나타내는 척도인 E의 극점에 있다는 그를 만났다. 

진민수씨는 평생을 옥천에서 살아왔다.
진민수씨는 평생을 옥천에서 살아왔다.

■ 인생을 바꾼 청소년 활동 

“처음으로 리더를 맡게 된 곳이었어요. 뭘 어떻게 해야 하는지, 어떤 정책을 선보이면 좋을지 고민을 많이 했었죠.”

고등학교 2학년 시절부터 청소년수련관 운영위원회에서 활동하던 민수씨는 얼떨결에 옥천군청소년 참여위원회 1기 위원장을 맡게 되었다. 평소 살갑게 지내던 청소년수련관 유종현 담당자가 꼭 해봤으면 좋겠다고 추천을  해줘서 하게 된 일이었다. 위원회에서 청소년 관련 정책이나 사업을 제안하고, 지역 청소년들을 위한 활동을 기획했다. 지역구 국회의원인 박덕흠 의원도 만나고, 청소년들끼리 회의도 진행했다.

“옥천군 청소년위원회에서 위원장으로 활동하다가 또 충청북도 참여위원회에도 참여하게 되었어요. 거기는 도 의회에 청소년 정책을 제안하는 일이었거든요. 크게 기억나는 일은 없지만 그래도 군 단위뿐만 아니라 도 차원에서도 청소년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는 시간이었어요.”

청소년 활동은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나서는 청소년수련관 활동지원단에 참여했다. 수련관에 있는 프로그램을 모니터링하고, 축제에 의견을 냈다. 활동지원단 활동을 하다가 우연히 5인 5색 공연을 하게 된다는 사실을 듣게 되었고, 사회까지 맡게 되었다.

“마찬가지로 유종현 선생님이 추천을 계속해주셨어요. 좋은 경험 될 거라고. 저도 군 입대 전에 좋은 추억이 될 것 같아서 사회를 보려고 했거든요. 사회를 보니까 그전에 연습 구경 갔는데 어떻게 하다 춤까지 추게 되었어요. 중간에 합류해서 일주일 만에 합을 맞추고 공연을 했죠.”

급하게 준비하게 된 공연이지만 평소 집에서 추던 ‘막춤’이 도움이 되었다. 집에서 신나는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추는 건 민수씨의 오래된 취미다. “저번에 엄마가 방에 한번 들어오더니 무슨 클럽을 차렸냐고 물어보더라고요. 리듬에 몸을 맡기고 노래 부르고 그러는 거 진짜 좋아해요.”

좋은 경험과 추억을 쌓기 위해 무대에 올랐다.
좋은 경험과 추억을 쌓기 위해 무대에 올랐다.

■ 봉사하고, 도와주는 삶

딱딱한 수업보다는 토론하고, 사회에 대해 고민하는 시간을 더 좋아해서일까. 민수씨는 대학 전공을 사회복지학과를 택했다. 그는 고등학교 때부터 청소년수련관 내 활동을 포함해 1년에 100시간이 넘는 봉사를 하고 있었다. 학창 시절부터 나뿐만 아니라 더 넓은 범위의 세상을 고민했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사회복지에도 관심이 생겼다.

“첫 봉사의 기억은 사실 ‘편하게 봉사시간 챙겨야지’라는 불순한 마음도 있었던 것 같아요. 학교에서 기자재를 옮기고 관리하는 봉사를 맡게 되었는데 편하고 재밌더라고요. 그렇게 하다 보니까 누군가를 돕는 일이 자연스러워지고, 그 안에 스며들었던 것 같아요. 4-H 청소년 활동이나 지역 포도축제 때 봉사했던 기억도 많이 남아있어요.”

타인을 생각하는 마음을 가지게 된 건 학교 선생님들의 영향도 컸다. 중학교 때 만났던 문현숙, 박빛나, 김윤정, 이정은 선생님, 고등학교 때 만난 윤재정, 최지희, 윤경아 선생님을 비롯해 여전히 찾아뵙는 선생님들이 많다. “학생들 개개인의 장점이나 성격을 다 기억해 주시던 선생님들이었어요. 저도 어른들을 좋아하니까 많이 따랐죠.” 

그런 마음을 가지고 사회복지학과에 진학했지만 전공 학점은 그렇게 좋지는 않다. 오히려 평소에 관심이 많았던 영어 과목의 학점이 훨씬 좋았다. “봉사하고 남을 돕는 일은 참 즐겁고 보람찬데 이론은 아닌 것 같더라고요. 이론적으로는 너무 복잡하고 어려우니까 학점이 잘 안 나오더라고요.”

그래도 민수씨는 실망하지 않았다. 오히려 가장 잘할 수 있는 일들을 찾았다. 매주 수요일마다 대전에 가서 노인들을 대상으로 한 컬러링 봉사, 장애인의 형제들을 위한 교육 봉사 등 다양한 봉사를 했다. 뿐만 아니라 비대면으로 남는 시간을 이용해 민간자격증 5개를 취득했다. 심리 상담, 부모교육지도사, 아동폭력 예방 프로그램 지도사, 장애인 인식개선 프로그램 지도사, 가족심리 상담 등 평소에 관심이 많았던 일들에 대해 꾸준히 공부했다.

“아이들은 부모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고 생각했어요. 부모들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어떤 교육을 시켜야지 아이들이 행복할까 그런 고민을 많이 했거든요. 단순히 자격증을 따기 위해서 공부한 게 아니라 제가 오랫동안 하던 고민을 해소시켜줄 수 있는 자격증을 취득했어요. 바쁜데도 계속 손이 움직이더라고요.”

대학을 졸업하고 나서의 목표도 있다. 사회복지학을 전공한 만큼 사회복지 공무원이 되어서 지역사회 내의 프로젝트를 하는 게 목표다.

“지역사회 세대 통합 프로젝트를 해보고 싶어요. 또 모든 사람이 참여하는 커뮤니티를 통해 사회 문제를 해결해 보고 싶기도 해요. 청소년이나 장애인 등 정말 다양한 삶을 살아온 사람들이 한곳에 모여 지금 어떤 문제점이 있고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이야기를 나눠봤으면 좋겠어요. 청소년 참여위원회를 경험하면서 대화와 토론 이런 지점의 힘을 많이 배웠거든요.”

취미로 즐기던 '막춤'은 뮤지컬 합을 맞추는 데 도움이 되었다.
취미로 즐기던 '막춤'은 뮤지컬 합을 맞추는 데 도움이 되었다.

■ 처음으로 떠나는 옥천, 옥천과의 권태기를 이겨낼 수 있을까?

다양한 청소년 활동을 하고, 평생을 옥천을 살아왔지만 민수씨는 옥천이 조금 지겨워진 것 같다고 솔직한 감정을 말했다. “고등학교 때부터 조금 옥천이 지루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놀 곳이 너무 없잖아요. 맨날 노래방 아니면 피시방 가고. 그때부터 옥천과의 권태기가 조금 시작된 것 같아요.”

답답하고 지루했던 감정을 표출할 수 있었던 곳은 패션과 음악이었다. 부모님이 사주던 옷만 입고 다녔던 민수씨는 처음으로 본인에게 가장 어울리는 옷과 스타일을 찾기 시작했다. “SNS나 쇼핑몰을 돌아다니면서 옷을 보고 계속 상상해 봐요. 이게 나한테 잘 어울릴까. 고등학교 때부터 패션으로 뭔가 표출하고 발산하고 싶다는 마음이 많이 생겼던 것 같아요.” 표현이나 발산은 뮤직비디오를 보면서도 많이 배웠다. 레이디 가가나 에드 시런 같은 가수의 뮤직비디오를 보면서 “저렇게 표현할 수 있구나”를 항상 배운다. 

인터뷰한 날을 기준으로 군 입대를 4일을 남겨두고 있었던 민수씨는 “솔직히 군대 가는 게 좋지는 않다”고 말한다. “그래도 인생은 한 번이잖아요. 재밌게 놀고 싶어요. 군대도 체력 기른다고 생각해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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