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고장서 우리의 소리를 지키다
“찾아드는 신입 회원들을 통해 아직 사그라지지 않은 풍악을 느껴요”

우리의 소리를 지키는 파수꾼, 그들의 삶은 우리의 소리로 만들어진다

오랜 세월 우리 전통의 소리를 목이 터져라 부르는 이들이 있다. 또 누군가는 우리의 소리를 이곳저곳에서 알리기 위해 밤 낮으로 고군분투한다. 그런가 하면 또 어떤 이는 오랜 세월 장인의 정신과 올곧은 자세로 우리의 소리를 만들어낸다. 그들은 저마다 다른 곳에서 저마다의 방식으로 사라져가는 우리의 소리를 지키는 파수꾼이 되었다.
흐르는 세월의 풍파에 우리의 소리는 점점 역사의 뒷전으로 향하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급속도로 변화하는 혈기 왕성한 젊은 문화의 흐름에 이제는 설자리가 없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점점 사라지고 잊히는 것은 서글픈 일이다. 그럼에도 여전히 우리의 소리를 지키는 이들이 있다는 것은 참으로 다행이다. 그들은 말한다. “우리의 소리가 지니고 있는 고유의 맥을 언제까지 지킬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고 말이다. 그러나 그들은 “우리의 힘이 닿는 순간까지 우리는 우리의 소리를 지키는 파수꾼이 되겠다”고 그 마음을 한 데 모았다.
우리의 소리는 오랜 세월 쌓여온 민중의 ‘애환’이요, ‘한’이고, 가장 즐거운 순간의 ‘낙’이다. 항상 붙잡고 있자는 것은 아니다. 다만, 삶의 희로애락을 담은 우리의 소리를 한 번쯤은 기억하자는 것이다. 그리고 가끔 떠나보는 것이 좋겠다. 언제나 잊히지 않을 우리의 소리를 찾아서.

90년도. 젊은 시절부터 풍물단을 이끌아온 송치양 대표.
90년도. 젊은 시절부터 풍물단을 이끌어온 송치양 대표.

 

올해로 31년, 옥천서 가장 오래된 풍물단인 ‘한울림 풍물단’을 이끄는 송치양 대표

 

‘하늘 보고 별을 따고  땅을 보고 농사짓고/올해도 대풍이요 내년에도 풍년일세/ 달아 달아 밝은 달아 대낮같이 밝은 달아/ 어둠속의 별빛이 우리네를 비춰주네!’
꽹과리 · 장구 · 북 · 징 네 가지 악기가 한 데 어우러져 하나의 가락을 완성한다. 중간중간 흥에 겨운 추임새를 함께 듣고 있으면 어느새 잔뜩 흥이 나기 시작하며 온몸이 들썩인다. ‘풍물’ 혹은 ‘사물(四物)’놀이는 말 그대로 4가지 악기를 한데 어우르는 것이 바로 그 의미다. 여러 사람들이 한 데 모여 ‘진(鎭)’을 짜고 곳곳을 돌아다니며 ‘판굿’이라고도 불리는 ‘선반’, 오로지 4가지의 악기로만 앉아서 가락 소리를 만드는 ‘좌반’까지 그 모양새는 저마다 다르지만 울려 퍼지는 풍악(風樂) 소리는 오늘날의 대중음악만큼이나 매력이 넘친다. 
우리의 소리인 풍악은 참으로 힘이 있다. 그 기원을 살펴보면 오래전 농부들이 한 해 농사의 풍년을 바라는 마음을 담아 연주를 한 것이 풍악이라는 말이 있는 반면에 또 어딘가에서는 옛 전술을 형상화하며 만들어졌다는 이야기도 있다. 저마다 구전되는 이야기는 다르지만 이런들 어떻고, 저런들 어떠랴. 울려 퍼지는 그 소리는 쨍쨍한 것을.
그렇다면 우리의 고장에도 우리의 소리인 풍악을 지키고 있는 ‘풍물단’이 있을까? 물론이다. 올해로 31년, 옥천에서 가장 오래된 풍물단인 ‘한울림 풍물단’이 바로 우리 고장에 있다. 여전히 우리 고장에서 우리의 소리를 지키고 있는 한울림 풍물단 송치양(56,읍 문정리) 대표를 늦은 저녁, 옥천문화원에서 만나봤다.

30분 일찍 나와 장구를 쬐고 연습을 시작하는 4개월차 신입회원.
30분 일찍 나와 장구를 쬐고 연습을 시작하는 4개월차 신입회원.

■ 옥천서 가장 오래된 풍물단

‘덩/더덩/쿵/더더덩’, 늦은 저녁, 한 명의 회원이 장구를 쬐이고 송대표의 지도에 따라 가락을 더듬는다. 가락이 아직 손에 익지 않아 소리는 옅고, 휘두르는 손은 어색하지만 그럼에도 열정만은 가득하다.

90년에 만들어진 한울림 풍물단. 옥천에서는 가장 오래된 뼈대 깊은 풍물단이다. 처음 창단을 주도한 것이 바로 읍 금구리가 고향인 송치양 대표였다. 그리고 함께 창단에 참여했던 10여 명의 멤버들이 있었다. 송 대표를 비롯한 창단 멤버들은 우리 고장에도 풍물단을 만들겠다는 열정과 굳은 의지를 내비치며 풍물단을 창단했다. 80년대 무렵, 풍악은 대학가에서 큰 인기가 있었다고 송대표가 말했다. “대전에 한빛풍물단이라고 거기 분들이 옥천문화원에 오셔서 탈춤 강습을 했어요. 그때 강습을 받았던 10여명이 한데 모여 우리 고장에도 풍물단이 생겼으면 좋겠다는 의지로 만들었던게 바로 지금 한울림 풍물단이에요.” 

그 당시에는 규모는 크지는 않아도 열정 하나로 똘똘 뭉쳤다. 곳곳에서 가락을 배워오고, 사람들을 모으며 나날이 힘을 키웠다. 물론 힘이 클 때가 있으면 힘이 약해질 때도 있는 법. 시간이 점점 흘러 20대이던 멤버들이 30~40대가 되자 취직이니, 결혼이니, 다들 저마다의 사정으로 옥천을 떠나가기 시작했다. 어찌하겠나. 사정이 있어서 떠나는 이들을 붙잡을 수는 없었다. 2000년도 무렵에는 젊은이들만 활동하던 흐름에 변화가 생겼다. 어르신들이 여럿 들어오기 시작한 것이다. 우려와는 달리 열정만은 가득했던 두 번째 부흥기였다. “회원들이 활발하게 활동하던 이 시기에 저도 타지에서 생활을 했어요. 초창기 3~4년 정도 하다가 저도 일을 해야 하니 밖에 나가있었어요. 그러다가 40살 즈음 다시금 옥천으로 돌아왔는데 그때 즈음부터 다시 한울림 풍물단을 이끌고 있어요” 

저녁 7시면 옥천문화원 지하1층에 10여명의 풍물단원들이 모인다. 더 배워야겠다고 느끼는 회원들은 자발적으로 일찍 나와 미리 연습을 한다. 30분 일찍 강의를 시작하는 송치양 대표.
저녁 7시면 옥천문화원 지하1층에 10여명의 풍물단원들이 모인다. 더 배워야겠다고 느끼는 회원들은 자발적으로 일찍 나와 미리 연습을 한다. 30분 일찍 강의를 시작하는 송치양 대표.
칠판을 가득 메운 가락보
저녁 7시면 옥천문화원 지하1층에 10여명의 풍물단원들이 모인다. 더 배워야겠다고 느끼는 회원들은 자발적으로 일찍 나와 미리 연습을 한다. 30분 일찍 강의를 시작하는 송치양 대표.
저녁 7시면 옥천문화원 지하1층에 10여명의 풍물단원들이 모인다. 더 배워야겠다고 느끼는 회원들은 자발적으로 일찍 나와 미리 연습을 한다. 30분 일찍 강의를 시작하는 송치양 대표.

■ 예전 만치는 못하지만 여전히 저력이 있다

어르신들이 많이 들어올 무렵에는 ‘풍물경연대회’, ‘풍물연합한마당’, ‘지용제’등 행사와 대회에도 자주 참여했다. 그리고 다양한 가락을 배웠다. 처음에 들어오면 기본적으로 배우는 경기·충청가락인 <웃다리가락>과 경상도 부근의 가락인 <영남가락>, 수준이 높아졌을 무렵에 배우는 <삼도가락>등 다양한 가락을 배우며 연주했다. “지금은 예전만치 못 한 것은 사실이예요. 코로나19도 그렇지만 예전만치 풍물가락에 관심이 줄어든 것도 사실이지요. 하지만 여전히 우리의 소리를 배우고싶어 하는 분들이 여럿 계시죠” 사실 한울림 풍물단의 위기는 지금이라는 송 대표. 아무래도 젊은 층의 관심을 끄는 것이 쉽지 않고 그들의 정서와는 차이가 있다는 것이라 분석했다. 그러나 수는 적지만 여전히 신입회원들이 관심을 가지고 찾아오고 있다며 아직 사그라지지 않은 풍악 소리의 끈을 송 대표는 놓지 않았다.

30분 일찍 나와 장구를 쬐고 연습을 시작하는 4개월차 신입회원.
30분 일찍 나와 장구를 쬐고 연습을 시작하는 4개월차 신입회원.
30분 일찍 나와 장구를 쬐고 연습을 시작하는 4개월차 신입회원.
30분 일찍 나와 장구를 쬐고 연습을 시작하는 4개월차 신입회원.

■ 젊은 세대들에게 다가갈 수 있는 풍악이 되기를

송 대표는 “우리의 소리라는 것이 중요한 것은 사실이지만 젊은 세대들에게 다가갈 수 있는 방법을 함께 고민해야 할 것”이라며 “왜 젊은 세대들이 우리의 소리에서 멀어지게 되었는지를 파악하는 것이 중요할 것”이라고 힘을 주어 말했다. 그러면서도 5년 이상은 꾸준히 배워야 자기의 악기 하나를 다루기 시작하는 것에 대해, 전문성을 가지는 것도 물론 중요하지만 우리의 소리를 그냥 한 번 즐겨보았으면 하는 바람을 전했다. 

풍악의 본질적인 의미는 사실 ‘낙(樂)’이다. 그저 오롯이 즐기는 것이다. 즐기다 보면 그것은 소리가 되고 그 소리들은 언젠가 한데 어우러져 음악이 된다. 이제는 그 맥의 흐름이 굵지는 않으나, 여전히 우리 고장에는 우리의 소리를 지키는 이들이 있다. 그리고 그들은 다시금 거세게 몰아칠 휘모리 장단으로 올곧게 나아갈 것이다.     

저녁 7시면 옥천문화원 지하1층에 10여명의 풍물단원들이 모인다. 더 배워야겠다고 느끼는 회원들은 자발적으로 일찍 나와 미리 연습을 한다. 30분 일찍 강의를 시작하는 송치양 대표.
저녁 7시면 옥천문화원 지하1층에 10여명의 풍물단원들이 모인다. 더 배워야겠다고 느끼는 회원들은 자발적으로 일찍 나와 미리 연습을 한다. 30분 일찍 강의를 시작하는 송치양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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