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소리는 우리의 기술로 만들어야 한다는 올곧은 가치관
“장인의 정신으로 직접 만드는 소리가 진정한 우리의 소리이지요”

우리의 소리를 지키는 파수꾼, 그들의 삶은 우리의 소리로 만들어진다

오랜 세월 우리 전통의 소리를 목이 터져라 부르는 이들이 있다. 또 누군가는 우리의 소리를 이곳저곳에서 알리기 위해 밤 낮으로 고군분투한다. 그런가 하면 또 어떤 이는 오랜 세월 장인의 정신과 올곧은 자세로 우리의 소리를 만들어낸다. 그들은 저마다 다른 곳에서 저마다의 방식으로 사라져가는 우리의 소리를 지키는 파수꾼이 되었다.
흐르는 세월의 풍파에 우리의 소리는 점점 역사의 뒷전으로 향하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급속도로 변화하는 혈기 왕성한 젊은 문화의 흐름에 이제는 설자리가 없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점점 사라지고 잊히는 것은 서글픈 일이다. 그럼에도 여전히 우리의 소리를 지키는 이들이 있다는 것은 참으로 다행이다. 그들은 말한다. “우리의 소리가 지니고 있는 고유의 맥을 언제까지 지킬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고 말이다. 그러나 그들은 “우리의 힘이 닿는 순간까지 우리는 우리의 소리를 지키는 파수꾼이 되겠다”고 그 마음을 한 데 모았다.
우리의 소리는 오랜 세월 쌓여온 민중의 ‘애환’이요, ‘한’이고, 가장 즐거운 순간의 ‘낙’이다. 항상 붙잡고 있자는 것은 아니다. 다만, 삶의 희로애락을 담은 우리의 소리를 한 번쯤은 기억하자는 것이다. 그리고 가끔 떠나보는 것이 좋겠다. 언제나 잊히지 않을 우리의 소리를 찾아서.

30년이 넘는 세월 우리의 소리를 지키는 파수꾼이된 신양호 대표
30년이 넘는 세월 우리의 소리를 지키는 파수꾼이된 신양호 대표

 

30여년, 우리의 소리를 만들어온 ‘팔공국악기’ 신양호 대표

 

훌륭한 소리는 저절로 생겨나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지는 것이라 한다. 가슴 깊은 곳에서부터 터져 나오는 소리꾼들의 소리가 그냥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듯, 그들의 박자와 추임새를 책임지는 악기들 역시 장인(匠人)의 손길을 거쳐야 비로소 명품(名品)으로 거듭난다. 소리라는 것이 그저 ‘우리의 가락보’를 따라 연주하며 부르는 것만이 진정한 우리의 소리는 아니다. ‘우리의 것으로’, ‘우리 지역에서’, ‘우리 사람의 손길’이 닿아 한 땀 한 땀 쥐어짜진 악기 소리 역시 진정한 ‘우리 소리’의 한 갈래다. 이러한 우리의 소리를 곳곳에 알리고 널리 울려퍼뜨리는 일만큼이나 중요한 일은 바로 우리의 소리를 ‘만들어내는 일’이다. 
우리는 그들을 장인이라 부른다. 올곧은 자세로 한평생 외길을 걸어오며 수십 년을 만들어온 그들의 악기는 명품이라 불리어도 아깝지가 않다. 그들은 자신들이 만든 악기에 삶을 담았고, 이를 연주하는 이들은 만든이들의 삶을 소리낸다.

삼청리 부근에 위치한 팔공국악기.
삼청리 부근에 위치한 팔공국악기.

■ 우리의 것은 우리의 기술로 만들어야 우리의 소리가 된다

삼청리 부근을 지나다 보면 ‘팔공국악기’라는 큰 간판이 눈에 띈다. 올해로 30년이 넘는 시간, 우리의 소리를 책임진 국악사다. 우리 고장에 우리의 소리를 만드는 장인이 있다는 것이 참으로 자랑스러울 따름이다. 오랜 시간 우리의 소리를 만들고 지켜온 신양호(63,읍 삼청리) 대표를 날이 좋은 어느 날 만나봤다.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네. 지금은 옥천에서 하지만 대구에서 처음으로 시작했어요. 팔공산 아래에서 시작을 해서 이름도 팔공국악기라고 지었죠. 그때는 장식용 장구, 북, 등 관광상품을 만들었는데 사실 이렇게 악기를 만드는 꾼이 될지는 몰랐습니다.”

우리 지역의 소식에도 여러 번 알려진 팔공국악기(옥천신문 2012년 2월2일자 1118호 <함께사는세상>’우리 소리지키는 파수꾼’ 기사 참고)를 들어서니, 그가 만든 장구와 북이 한가득이다. “장구가 거기서 거기가 아니겠어?”라는 생각이 들 무렵, 자세히 들여다보니 모양과 틀이 다르고, 두드려보니 소리도 다름이다. 나무를 어떻게 깎느냐에 따라 그 울림이 다르고, 어떤 가죽을 쓰느냐에 따라 그 음이 다른 것이 바로 국악기다.  

부끄러워서 할 이야기가 많이 없다면서도 신 대표는 기계로 빨리빨리 만들어 이윤을 취하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장인의 정신으로 손으로 직접 깎아 만드는 악기야말로 진정한 우리의 소리라고 힘을 주어 말했다. 변화하는 시대의 흐름에 따라 직접 깎아 만드는 전통방식을 지키고 있는 이들이 이제 전국에 열 손가락 안에 꼽는다. 98년 이후부터 점차 유입되기 시작한 중국산 제품들이 파도처럼 몰려오는 시점에 그 풍파를 이기지 못하고 하나, 둘 국악기 시장을 떠나기 시작했다. 그럼에도 오기 때문인지, 혹은 사명감 때문인지, 신 대표는 여전히 우리 고유의 방식을 포기할 생각이 없다.  우리의 것은 우리의 기술로 만들어야 우리의 소리가 된다는 올곧은 가치관 때문이다. 

신 대표가 처음으로 이 길에 뛰어든 것은 이 자그마한 상품들을 만들면서부터다.
신 대표가 처음으로 이 길에 뛰어든 것은 이 자그마한 상품들을 만들면서부터다.
훌륭한 소리는 그냥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두 귀와, 손끝으로 느끼며 정성을 담아야 한다.
훌륭한 소리는 그냥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두 귀와, 손끝으로 느끼며 정성을 담아야 한다.

■ 내가 만든 악기의 가치를 알아주면 그뿐

“이제는 이 기술을 아는 사람이 많이 없죠. 이걸 배우려면 기본 10년 이상을 배워야 장구와 북에 사용하는 나무의 결도 알고 두께에 따라 달라지는 소리도 이해를 할 수 있지요” 

고향이 이원면 원동리인 신 대표가 처음 악기를 만들기 사작한 것은 그의 둘째 형님을 보면서부터다 어릴 적 우연히 만든 공예품을 여럿 만들다 보니 내가 만든 작품에 대한 성취감이 있기에 이 길을 걷기 시작한 것이다. 공예품을 시작으로 “내가 만든 악기를 이용해 남들이 연주를 하면 어떨까?”라는 생각이 들어 그 길로 국악기를 만드는 기술자가 되기로 했다. 사실 쉽지 않은 일이었다. 장구와 북의 적절한 소리를 찾아 익히는 데에만 5~7년 정도 걸렸다. 수많은 시행착오는 물론이요, 여간 시간이 많이 드는 일이 아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국악기를 만드는 외길을 걸어온 이유는 자신이 만든 악기를 연주하는 이들의 “소리가 참 좋습니다”라는 한마디였다. 그 한마디면 그간의 고생이 모두 보상받는 듯했다. 그리고 그것은 그가 이 길을 걸어오는 데에 있어서 최고의 자부심이 됐다. 그가 만든 악기 소리에 매료가 되어 미국에서도 주문을 받아 제작을 할 정도라고. 그와 더불어 종종 체험학습을 위해 찾는 우리 지역의 청소년들이 훌륭한 우리의 소리를 접하는 모습을 바라보는 것 역시 그에게는 커다란 보람이다.  

신 대표가 처음으로 이 길에 뛰어든 것은 이 자그마한 상품들을 만들면서부터다.
신 대표가 처음으로 이 길에 뛰어든 것은 이 자그마한 상품들을 만들면서부터다.
그의 정성이 가득담긴 악기들이 팔공국악기를 가득 메웠다.
그의 정성이 가득담긴 악기들이 팔공국악기를 가득 메웠다.
그의 정성이 가득담긴 악기들이 팔공국악기를 가득 메웠다.
그의 정성이 가득담긴 악기들이 팔공국악기를 가득 메웠다.
훌륭한 소리는 그냥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두 귀와, 손끝으로 느끼며 정성을 담아야 한다.
훌륭한 소리는 그냥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두 귀와, 손끝으로 느끼며 정성을 담아야 한다.

■ 훌륭한 소리는 그냥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그가 악기를 제작하는 작업실을 들어서니 가득 쌓인 톱밥과 함께 오랜 세월을 머금은 기계가 눈을 사로잡는다. 장구의 울림통을 만들기 위해 선반을 자르던 기계를 직접 개조해 만든 작업도구다. 현재는 단종이 되어 어디에서도 구할 수 없는 유산이다.

오랜 세월을 머금은 탓에 혹여나 기계가 제대로 작동을 하지 않는 것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던 찰나, 움직임을 보아하니, 오랜 세월이 지나 묵은 소리가 나는 창(唱) 마냥, 장구를 만드는 선반기계도 세월의 무게를 가득 실어 여전히 노쇠하지 않은 노련함을 보여준다. 그리고 이 기계를 이용해 2~30년 이상은 된 오동나무를 깎아, 온종일 정성을 쏟아 모양을 만들고 가죽을 씌워 소리를 낸다. 이렇듯 훌륭한 소리는 저절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하나, 둘, 정성들이 켜켜이 쌓일 때 우리의 소리는 그제야 만족스러운 웃음을 띠며 맑고 경쾌한 가락 소리를 선사한다.

주소 : 옥천읍 삼청2길 52

전화 : 731-8085

영업시간 : 오전8시~상황에 따라 유동적 / 주말휴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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