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배우를 꿈꾸는 열일곱 문지영 씨를 만나다

심장 뛰는 소리가 귀에 들려서, 떨리는 마음에 잠을 설쳤다. 부모님한테 무대 위에서 연기하는 모습을 보여줄 수 있다는 생각에 들떴다. 옥천고 1학년에 재학 중인 문지영(17, 동이면)씨는 배우가 꿈이다. 중학생 때는 8개월간 대전으로 연기학원을 다니기도 했다. 말과 행동이 빠른 걸 고치고, 어미 끝을 올려 말하는 연습을 했지만, 사람들 앞에서 실제로 연기를 해 본 경험은 없었다. 그러다 ‘옥천군민연극’을 신청해, 연극 <우리읍내>의 장난꾸러기 남동생, ‘월리’역할을 맡게 됐다. 1달간의 연습을 마치고 공연 하루 전, 그는 다음날 연극을 위해 기도했다. 

■ 옥천군민 배우들을 보며 용기를 얻다

연기를 배워본 적 없는 옥천인들과 함께 연극 연습을 할 때, 그는 용기를 얻었다. 어렸을 때부터 줄곧 꿈이 배우였기에 중학생 때는 잠시 연기학원을 다니기도 했다. 그는 “지금까지 봐왔던 배우를 준비하던 사람들보다 군민배우들의 열정이 더 강해 보였다”며, 그들의 목소리와 행동에서 ‘용기 내고 있음’을 느꼈다고 했다. 

그들에게서 용기를 얻고 그는 연출가의 연기지도에 따라 학교에서도 연극 연습을 했다. 장난꾸러기 역할이기에 웃음 포인트를 살리고자 친구들 앞에서 몇 번이고 대사를 읊었다. 남동생 역할이라 장난 섞인 남자아이의 목소리를 내는 게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래서 쉬는 시간 마다 친구들과 함께 그가 맡은 배역, ‘장난꾸러기 월리’를 연구했다. 그리고 연습실에서는 전문 배우들에게 자신이 연구해온 몸짓과 말투를 직접 보여주기도 했다. 처음에는 전문 배우들이 시범 연기를 보여줄 때 ‘잘 할 수 없을 것 같다’는 생각에 부담을 느꼈지만, 연습을 하다 보니 점차 괜찮아 지는 걸 느꼈다. 그는 연습을 하는 과정이 너무나도 즐거웠다고 거듭 말했다. 

극 중, 가족들과 식사하는 장면을 연습 중인 문지영씨. (사진 : 이상현 인턴기자)
극 중, 가족들과 식사하는 장면을 연습 중인 문지영씨. (사진 : 이상현 인턴기자)

■ 연기에 대한 사랑 

하지만 그는 결국 연극 <우리읍내>의 본 무대에 서지 못했다. 공연 하루 전날, 학교에서 코로나 확진자가 생겨 하루 동안 격리를 해야하는 상황에 처했기 때문이다. 너무 아쉬워서 눈물이 났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함께 연습하던 사람들을 이렇게 갑작스럽게 보지 못한다는 점이 슬펐다고 했다. 그리고 저녁 9시가 될 무렵, 영상통화가 걸려왔다. 영상 너머에 <우리읍내>를 함께 준비했던 군민배우들과 선생님들이 손을 흔들고 있었다. 

“통화를 하니까 이상하게 마음이 편안 해졌어요. ‘무사히 잘 마쳤구나’ 라는 생각에 흐뭇하더라고요”

그는 무대에 서지 못하는 걸 미리 알았더라도 ‘옥천군민배우’를 신청했을 거라고 말했다. 연극을 준비하던 그 과정 속에서 연기는 물론 사람 간의 관계도 배울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전에는 어른들과 대화 하는 게 어려웠는데, 연습을 하며 다양한 나이대의 옥천주민들과 어울리면서 어려움을 조금씩 극복해나갈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극 중, 친구와 장난치고 있는 장면을 연습 중인 문지영씨. (사진 : 이상현 인턴기자)

■ 배우가 되고 싶습니다 

배우를 하고 싶지만 부모님의 반대로 꿈을 덮어 두어야만 했다. 나중에 다시 배우를 준비하겠다고 다짐하고는 다른 꿈을 찾아보기도 했다. 하지만 딱히 원하는 꿈이 없었다. 그는 정말 배우가 되고 싶어 했다. 

“연극 무대에서 서서 제 연기로 사람들에게 추억을 만들어주고 싶어요”

그의 취미들은 모두 연기를 배우면서 생긴 것들이다. 연기를 할 때 성격과 행동이 급하다는 피드백을 종종 들어서, 그는 자신의 급한 성격을 고쳐보고자 다도를 시작했다. 그리고 말을 천천히 하려고 노력 중이라고 했다. 

그는 아무리 힘들어도 연기를 할 수 있다면, 무조건 도전할 거라 말했다. 그만큼 연기를 진심으로 배우고 싶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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