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원화가를 꿈꾸는 박혜란씨를 만나다.
나만의 캐릭터를 구상하고 생명력을 불어넣는 중입니다.

 

박혜란씨
박혜란씨

 

옥·덕·후 (옥: 옥천 덕: 덕후는 후 :who(누구)?)

낮잠 자기 딱 좋은 오후 2시, 옥천버스 종점에 회색 패딩을 입고 있는 한 청소년이 벤치에 앉아서 핸드폰을 하고 있다. 무엇을 기다리며 저기 앉아있는지 궁금한 마음에 말을 걸어 보았다. 

박혜란(22, 읍 서대리)씨는 알바가 끝나고 서대리로 가는 2시40분 버스를 기다린다고 말했다. 그는 삼양초등학교 급식소에서 초등학생들의 방역을 돕는 일을 하고 있다. 1시30분에 일이 끝나면 집에 가기 위해 1시간 넘게 종점에서 버스를 기다린다. 그는 인터뷰해도 되냐는 질문에 버스를 기다리는 동안 해도 된다며 흔쾌히 자신의 이야기를 해주었다.

혜란씨는 게임원화가를 준비하고 있다. 게임원화가가 생소한 사람에게 '게임 속 캐릭터를 디자인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면 쉽다고 덧붙여 주었다. 어렸을 때부터 게임과 그림 그리는 것을 좋아하던 그는 두 개를 같이 할 수 있는 일이 없을까 생각하다 게임원화가를 꿈꾸게 됐다.

어떤 게임을 좋아하냐는 물음에 “RPG 게임과 판타지 게임을 좋아한다”고 답했다. 컴퓨터 게임보다는 모바일로 하는 리듬 게임이나 카드수집 게임을 주로 하고 있다. 다채로운 색감과 예쁜 디자인을 좋아하는 그는 마음에 드는 게임이 있으면 사전예약도 하며 게임을 즐기기도 한다. 

혜란씨가 그린 할로윈 왕자 캐릭터 시안.

그는 게임을 단순한 시간 때우기로 생각하는 것이 아니다. 게임캐릭터의 세계관이 디자인에 잘 드러나는지, 게임을 진행하면서 캐릭터의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진행이 되는지를 주의해서 보곤 한다. 덕질을 하며 공부를 하는 것이다. 게임원화가를 꿈꾸는 그의 전문성이 잘 느껴지는 부분이었다.

그는 주말마다 대전으로 학원을 간다. 옥천에서 학원에 다닐 생각도 있지만, 옥천엔 학원도 없고 선생님도 없어 다닐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학원에서 창작캐릭터를 그리는 활동을 하고 있다. 

게임 캐릭터를 그릴 때 중요한 것은 세계관이다. 이 캐릭터가 어떤 배경에 놓여 있고, 어떤 성격을 가지고 있고, 어떤 모습을 하고 있는지를 나타낼 수 있는 세계관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사람의 인생처럼 캐릭터에도 세계관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캐릭터의 컨셉은 일상생활을 하다가 문득 생각이 난다고 말했다.

지금 그리고 있는 캐릭터는 할로윈 컨셉이다. 할로윈 왕국 사람들은 인간세계 사람들을 놀라게 하기 위해서 모두 무서운 얼굴을 하고 있다. 하지만 귀여운 외모를 갖고 태어난 할로윈 왕국의 왕자 캐릭터는 얼굴에 콤플렉스를 갖고 있다. “자기 딴에는 열심히 놀라게 하는데 다른 사람이 보기에는 전혀 무섭지 않고 귀여운 고양이 같은 게 매력이에요.” 

할로윈 왕자 캐릭터 최종.

캐릭터에 이야기를 부여하고 세세한 설정을 짜다 보면 시간이 훌쩍 지난다고 말했다. 캐릭터를 그리기 위해서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세계관이 구축되면 끝나는 것이 아닌 그 이야기를 그림에 담는 작업이 이어지기 때문이다. 이야기를 잘 나타낼 오브제(물건)는 무엇인지, 어떤 얼굴을 하고 어떤 옷을 입을지 실제 인물처럼 하나씩 구연을 한다. 스케치하듯 3~4개의 캐릭터를 그리고 가장 마음에 드는 그림을 선택해 계속 발전시키는 작업을 한다. 

마음에 드는 기준은 ‘느낌’이다. 덧붙여 “저도 그렇지만 사람들은 모두 잘생긴 걸 좋아한다”며 “무조건 잘생겨야 한다”고 확고하게 말했다. 러프하게 그렸던 그림은 선 작업을 통해 하나의 캐릭터가 되어간다. 마지막으로 채색을 통해 자신만의 캐릭터를 완성한다고 했다. 그는 캐릭터를 그리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하지만 수없이 그림 그리고, 캐릭터의 이야기를 구상하고, 발전시키는 과정이 재미있다고 전했다.

마지막으로 혜란씨는 자신이 그린 그림을 보여주며 본인이 하는 일에 자부심을 보였다. 갤러리는 온통 그가 그린 그림으로 가득했다. 열정이 가득 보인 순간이었다. 그 모습을 통해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는 그가 멋있게 느껴졌다. 그는 “오타쿠스러운 이야기를 잘 들어줘서 좋았다”고 인터뷰 소감을 말했다. 오타쿠가 뭐 어떻냐는 질문에 맞장구치며 “이제 오타쿠의 시대가 왔다”며 자신의 이야기를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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