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옥천군 자원봉사자 대회’서 군수표창을 받은 김영옥씨를 만나다

 

편집자주_한 해 동안 이웃 사랑을 실천한 자원봉사자들을 격려하는 자리가 열렸다. 지난달 25일 개최된 ‘옥천군 자원봉사자 대회’에서 48명의 자원봉사자가 군수, 군의장, 경찰서장 등의 훈격으로 표창을 수상했다. 이들은 옥천군자원봉사센터에 등록된 자원봉사자 가운데 표창 대상 기준을 충족해 공적심의와 추천을 통해 선정됐다. 여성포럼봉사단 김영옥(60, 군서면 오동리)씨도 같은 과정을 거쳐 군수표창을 받았다. 지난 6일, 그를 만나 봉사에 대한 얘기를 나눴다.

■ 동네 사랑방의 주인공

“커피 한 잔 드릴까?” 김영옥(60, 군서면 오동리)씨의 가게는 종합화장품을 파는 곳인지 카페인지 분간이 되지 않았다. 커피포트에 담긴 물은 식지 않고 계속 끓고 있었다. 분주한 월요일 오전 시간임에도 이웃과 친구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손님’들은 편한 친구 집에 온 듯 믹스커피를 홀짝이며 수다 꽃을 피웠다. 동네 사랑방이나 다름없었다. 박재권(84, 읍 금구리)씨는 거의 매일같이 이곳을 찾는다. “동네 한 바퀴 돌다가 잠시 여기에 쉬었다 가요. 친절해.”

손님들 가운데 김영옥씨의 수상 소식을 아는 사람은 없었다. “상 받았어? 자랑을 원체 안 하니까.” 친구인 천경희(60, 군북면 석호리)씨는 김영옥씨의 성정을 잘 안다. “원래 봉사를 잘 해요. 인정도 많고.” 여성포럼봉사단 전 회원이었다는 또 다른 지인도 그를 칭찬했다. “길거리에서 할머니가 넘어지면 일으켜 세워드리고 가게에 모셔다 쉬고 가라고 그래요.”

“조금 시간 내서 하는 거지. 나 말고 훌륭한 사람들 많아요.” 정작 본인은 말을 아꼈다. 인터뷰 내내 덤덤함이 느껴졌다. 그는 여성포럼봉사단의 회원으로서 옥천군자원봉사센터의 ‘찾아가는 이동자원봉사’에 빠짐없이 참여해 이미용 봉사를 주로 했다. 3월부터 11월까지 한 달에 한두 번 9개 읍면을 돌아다니며 미용실에 가기 어려운 노인들의 머리를 염색하거나 커트를 하는 일을 해왔다. 봉사 날짜에는 가게 문도 닫고 봉사에 전념했다. 그럼에도 봉사를 더 하지 못해 아쉬울 뿐이다. “2008년에 이 가게를 시작하면서 봉사를 줄였어요. 원래 나누미봉사단도 했었는데 정리하고 여성포럼봉사단만 하고 있어요.” 근래에는 이미용 봉사를 주로 했지만, 그동안 그는 꾸준히 지역사회를 위해 묵묵히 봉사를 해왔다. 홀몸노인이나 암 환자의 말동무가 되어주기도 하고, 노인 급식을 배식하거나, 환경 봉사를 했다.

봉사를 하며 외로운 노인들을 많이 만났다. 10년 전 부모님을 보내드리고 나니 유독 노인들이 눈에 밟힌다. “이전에 홀몸노인들을 찾아가는 봉사를 했었는데 외로운 분들을 많이 봤어요. 우리가 병원에라도 같이 가주면 그렇게 고마워할 수가 없어. 오랜 시간 아니더라도 잠깐 대화하고 나면 그 분들 에너지가 달라져요.” 이미용 봉사의 단골고객도 말동무를 찾는 노인들이다. “누가 찾아와서 머리도 만져주고 대화 나누면 좋아하세요. 저희가 또 오기만 기다리는 거죠.” 나이 80이 될 때까지 염색을 한 번도 해보지 않았다는 어르신부터 파격적인 색으로 염색해달라는 어르신까지 다양한 사람들이 그의 손길과 말 몇 마디에 금세 행복해진다.

 

■ 남다른 계기도, 특별한 이유도 없다 “봉사는 그냥 하는 것”

봉사를 시작한 지도 어언 30년이 지났다. 서울을 떠나 옥천에 정착한 지 35년 됐으니 옥천에 살면서부터 봉사가 삶의 일부가 된 셈이다. 2008년, 종합화장품 및 건강식품을 파는 가게를 열기 전에는 전업주부로 살며 봉사를 이어갔다. 전업주부 경력 때문인지 그는 “집에 있는” 여성들을 기어코 바깥으로 이끈다. 이날 김영옥씨 가게에 들른 지인은 그가 주변 여성들의 일자리를 알아봐준다고 했다. “우리 같은 사람들은 직장 다니기 힘들잖아요. 그러면 언니, 내가 일 알아봐줄게 하고 노인일자리나 식당 일 연결해줘요.” 그는 여전히 별일 아니라며 손사래를 친다. “발 넓겠다고요? 아뇨. 235mm인데요(웃음)?”

무엇이 김영옥씨를 움직이게 하는지 물었다. “사람들이 좋아하니 마음이 즐거워요. 지역에도 도움이 되고. 저도 활력이 생기고 건강해져요. 봉사도 중독성이 있어요.”

그는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범인(凡人)이다. 봉사를 시작한 남다른 계기도 없고, 봉사를 이어가는 특별한 이유도 없다. 그저 “뿌듯하고 좋으니 하는 것”이다. 묵묵히 이웃을 돕는 범인들 덕에 세상은 굴러간다.

딱히 봉사 철학은 없다는 그의 목표는 소박하지만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은 아니다. “앞으로 건강이 따라주는 한 한 분이라도 더 챙겨드리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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