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암리서 붕어빵 장사 2회차, 연유심씨
추운 겨울, 붕어빵과 함께 담긴 따뜻함 한 봉지
“재료 아낄 바엔 손님들한테 맛있는 붕어빵 드리고파”

붕어빵을 들고 있는 연유심씨

마암리 필성빌라 맞은편에서 추억을 자극하는 냄새가 풍겨온다. 추운 겨울, 따뜻한 붕어빵 하나와 어묵 국물이면 속 든든하게 집에 갈 수 있을 것만 같다. 추억에 이끌리듯 들어간 점포 안에는 한 아주머니 혼자서 붕어빵을 굽고 있었다. 그는 연유심씨(58, 읍 대천리)이다. 추운 겨울, 많은 사람들에게 가슴을 따뜻하게 구워주는 연씨를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 우울증을 떨쳐내기 위해 시작한 붕어빵 장사 

붕어빵 장사는 언제부터 했냐는 질문에 어제부터 시작했다고 답하는 연씨. “9시 반에 나왔는데 어제 미처 정리하지 못한 것들 정리하느라 10시가 넘었다”며 어제가 너무 바빴다고 이야기했다. 사실, 연씨는 작년에 삼양초 뒤편에서 붕어빵 장사를 한 적이 있다고 전했다. “그쪽은 날망(산등성이)이라 너무 춥더라. 도저히 못하겠어서 작년에 3개월 정도 하다가 그만뒀다”고 말하며 “쉬다보니 답답하고 우울해지는 거 같아 다시 붕어빵 장사를 시작하기로 결심했다”고 전했다. 연씨의 본래 고향은 증평이다. 25년 전 이곳으로 시집 와 아들과 딸을 낳고 옥천에서 학교를 보냈다. “이쯤 되면 거의 옥천사람 아닌가요?”

연씨는 원래 밖에 돌아다니는 것을 좋아해서 걷기 운동을 많이 하곤 했다. 하지만 관절이 좋지 않아 운동할 여건이 되지 않았고 2년간 집에서 쉬면서 많이 우울했다. 허나, 붕어빵 장사를 하면서 돈도 벌고 손님들과 대화하며 우울증도 극복했다. 뿐만 아니라 힘들다 보니 밤에 잠도 잘 온다며 붕어빵 장사를 시작하면서 느낀 장점들을 설명했다.  

물론, 다리가 편치 않은 연씨는 대전에서 통원치료를 받곤 했다. “어제는 하루 종일 바빴던 것 같다. 화장실도 못가지, 계속 서서 있으니까 허리도 아프지, 나중에는 옆구리 쪽에 마비가 오더라.” 너무 바빴던 탓에 첫날부터 무리했던 연씨는 결국 7시 반에 닫을 수밖에 없었다. 한편, 그는 가화리에서 붕어빵하는 사장님도 하루 종일 앉지도 못하고 밥도 못 먹어가면서 장사한다며 물 마실 틈도 없는 이들의 상황을 대변했다. “당분간은 바쁘겠지만 손님들이 어느 정도 드시면 좀 뜸해지겠죠.” 원래 읍내에 5-6군데 있었던 붕어빵 가게들이었지만 작년 겨울이 너무 추워 사람들이 올해 점포를 열 생각을 접은 것이라고 연씨는 얘기했다. “바람이 많이 불 때면 포장이 걷혀서 꽤 춥다. 지금 옷에 붙이는 핫팩도 신발에 2개씩 넣고 다닌다. 움직이지 못하니깐 되게 시리다.” 

맛있게 구워진 팥붕어빵과 슈크림붕어빵
맛있게 구워진 팥붕어빵과 슈크림붕어빵

■ 추운 겨울, 몸과 마음을 따뜻이 녹이는 붕어빵

연씨가 연 ‘미소 잉어빵’은 미소식품의 지원을 받고 있다. 여기가 체인점이라고 이야기하며 “미소식품에서 재료랑 포차를 다 대준다. 대신 자기네(미소식품) 재료를 쓰는 조건이 붙는다”고 답했다. 추운 겨울을 책임지는 붕어빵이지만 날이 풀리면 붕어빵의 인기도 사그라든다. 붕어빵 장사도 계절 장사이기 때문에 더 하고 싶어도 팔리지 않기 때문이다. 연씨는 3월이면 장사 접어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여름철에는 더우니까 다들 아이스크림 먹지 누가 이걸 먹겠어.” 한철장사지만 겨울철 붕어빵에 대한 사람들의 향수가 꾸준한 수요를 만들어낸다. 저렴하면서 맛도 있기 때문에 아직까지도 사람들에게 길거리 추억의 일환으로 남아있을 수 있지 않을까. “옛날 분들은 이걸 먹어야 겨울을 나는 것 같다고 얘기하시더라.”

붕어빵은 안에 들어가는 재료가 팥과 슈크림으로 나뉜다. 팥은 오래 전부터 붕어빵의 앙금으로 쓰였기 때문에 대부분의 어르신들은 팥 붕어빵애 익숙하지만 젊은 층에선 슈크림 붕어빵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하는 연씨. 물론, 이곳을 방문하는 손님들 대부분이 어르신들이다보니 슈크림보단 팥이 많이 나가고 있다. 그 역시 팥 붕어빵을 좋아한다고 말했다. 

■ 붕어빵보다도 따뜻했던 연씨의 마음

연씨는 붕어빵 장사가 잘되면 길거리가 아닌 가게를 얻어 운영하고 싶다고 말했다. 가게 안이 점포보다 덜 춥기 때문이다. 허나, 이내 현실을 직시한다. “붕어빵 팔아서 가게에 들어간다고 해도 계절 장사라 오래할 수도 없고 월세, 관리비 내고나면 남는 게 없다. 게다가 4-5개월만 세를 받는 곳도 없다.” 더욱이 재료값이 많이 올라서 올해부턴 붕어빵 5개에 2천원으로 올렸다. 거의 20년 만에 오른 셈이다. 그럼에도 재료를 덜 쓰지는 않는다. “간혹, 가운데 쪽에만 앙금을 넣어서 파는 사람들도 있는데 그렇게 재료를 아껴서 맛없이 만들 바엔 좀 더 쓰더라도 손님들에게 맛있는 붕어빵을 드리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주고받던 중, 연씨가 “뭐 좋아하시냐”며 붕어빵 대여섯개를 건넨다. 처음엔 카메라도 마다하며 수줍어하던 연씨는 어느새 예쁘게 나오라고 붕어빵을 정렬해주고 있었다. 붕어빵을 굽고 있는 연씨 옆으로 조그만 어묵 기계에 어묵들이 담겨있다. 넣은 지 시간이 좀 됐는지 어묵이 국물을 머금은 채 탱탱하게 부풀어 있었다. 기계에 옹기종기 모여 있는 어묵들 뒤로 황태 대가리가 보인다. 큼직하게 들어가 있는 황태는 이 어묵국물의 육수가 얼마나 시원할지 가늠케 한다. 종이컵에 한 국자 떠서 마셔보니 아니나 다를까 추위에 서려있는 답답함을 시원하게 녹여준다. 점심 못 먹는 거 아니냐며 우스갯소리를 건네는 연씨에게서 아까의 수줍음은 찾아볼 수 없었다. 좀 전까지도 사진을 부끄러워하던 그는 붕어빵을 들고 찍으면 되냐며 자세를 취해 보였다. 무사히 사진을 찍은 뒤 길을 나서려는 찰나, 연씨는 이렇게 말했다. “뽀샵(포토샵)해주세요, 뽀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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