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리·보리·콩·돼지감자 등 웬만한 작물들은 모두 볶거나 튀길 수 있어
“힘이 닿는 순간까지 옛 추억의 맛을 전하고 싶어”

올해로 6년 뻥튀기 트럭을 운영 중인 강구연씨
올해로 6년 뻥튀기 트럭을 운영 중인 강구연씨

추운 겨울이 찾아오면 길거리 별미의 선봉장인 붕어빵과 더불어 방금 튀긴 ‘강냉이’와 ‘튀밥’도 겨울을 대표하는 간식이다. 어릴 적 할머니의 뒤를 졸졸 따라 장을 구경하고 키보다도 더 큰 강냉이 봉지를 사서 집으로 돌아오면 방 안에서 하루 온종일 입으로 털어 넣던 강냉이의 맛. “이게 무슨 맛이야?”, “아무 맛도 안 나는 맹맛인데?”라면서도 어느새인가 입안 한가득 물고 있는 강냉이와 튀밥은 추운 겨울을 따듯하게 보듬는 추억이 된다.

저 멀리서부터 다급한 호루라기 소리가 들린다. 혹여나 뻥튀기 소리에 놀라는 일이 없도록 미리 예고를 하는 것이다. 예전과는 다르게 뻥튀기 기계도 그 외형이 많이 바뀌었다. 불과 몇 년 전만 하더라도 “뻥이요!”하면서 기계를 돌리면 ‘쾅’하는 소리와 뿌연 연기를 내뿜기도 했으나, 요즘은 그보다는 ‘퍽’하는 작은 소리 한 번이면 많은 양의 곡식들이 줄지어 쏟아진다. 어린 시절 자주 보던 모습과는 다른 모습이나, 그럼에도 여전히 뻥튀기를 찾아볼 수 있다는 것만 해도 참으로 다행이다.

초량순대집 맞은편 오거리에는 6년째 자리를 지키고 있는 뻥튀기 트럭이 있다. 안을 자세히 들여다보니 귀리, 보리, 돼지감자 등 올해 지은 농작물들을 볶아 간식으로 만들어가려는 이들이 줄을 섰다. 읍 시내를 이잡듯이 뒤져봐도 뻥튀기를 튀기는 곳은 여기 하나다. 그래서 그런지 무언가를 튀기고 볶을 일이 있으면 많은 이들이 강구연(73, 읍 죽향리)씨의 뻥튀기 트럭을 찾는다. 그리고 그 주위로는 방금 볶아낸 곡식의 구수한 향이 그득하다. 

“올해로 6년째 운영 중이야. 원래 사업을 했었는데 그게 잘 안되는 바람에 한동안은 공공 근로를 하다가 지인이 누가 뻥튀기 한 번 튀겨볼 생각이 없냐고 그러길래 내가 바로 한다고 그랬지”

군서면 오동리가 고향이라는 강씨는 “처음에는 참으로 힘들었지만 이제야 자리를 잡은 것 같다”며 그간의 시간을 돌이켰다. 

“당시에는 수중에 쥐고 있던 돈도 없었어, 근데 이걸 차리려면 5~600만원 정도 필요하다고 하더라고… 난처하던 찰나에 지금 이걸 소개해 준 사람이 선뜻 도와줘서 힘을 얻었어, 아니나 다를까 지금은 벌이가 나쁘지는 않아”

강씨가 운영하는 뻥튀기 트럭은 이제 옥천의 명물이다. 특히나 요즘같이 날이 추워지는 요즘에는 갖가지 곡식들을 볶거나 튀기려는 단골이 줄을 선다. 한 번 볶거나 튀기는 데에는 약 10분에서 15분, 물건과 양에 따라 가격은 다르지만 보통 한 통에 6천원정도 하는데 잘 되는 날에는 하루에 4~50만원도 판다고. 

그들은 무언가를 볶거나 튀길일이 있으면 이곳을 찾는다. 이곳 뻥튀기 트럭은 이제 옥천의 명물이다.
그들은 무언가를 볶거나 튀길일이 있으면 이곳을 찾는다. 이곳 뻥튀기 트럭은 이제 옥천의 명물이다.
방금 볶은 콩을 한 줌 쥐어줬다. 맛이 일품이다.
방금 볶은 콩을 한 줌 쥐어줬다. 맛이 일품이다.

여름철 두어 달은 놀다시피 하다 날이 쌀쌀해지는 요즘이면 아침 7시부터 나와 해가 질 때까지 자리를 지킨다. 강씨는 “주변에 아파트도 많고 사람이 많은 자리에 있다 보니 나름 벌이가 괜찮은 것 같다”며 “옛 추억의 맛을 지키는 데에 한몫을 하는 것 같아 보람이다”라고 자부심을 드러냈다. 

“내가 한 가지 자부심으로 느끼는 게 뭐냐면 아직 내 또래들에 비해서 건강하다는 거야. 이 나이를 먹고도 아직 몸 하나는 건강해. 그리고 아직도 밖에 나와서 놀지 않고 이렇게 일을 하고 있다는 것이 나한테는 큰 자부심이야”

쉬는 날이 있다면 장날과 일요일이다. 5일마다 찾는 장꾼들도 먹고살아야 하거니와 괜한 다툼을 만들고 싶지 않다고. 대신 쉬는 날이면 등산을 한다는 강씨. 일흔이 넘은 나이에도 건강을 유지하는 것은 굳건하게 서서 하루를 맞이하려는 그의 의지를 대변한다. “뭐 더 할 말이 있겠어? 그저 정직하게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최선을 다하는 게 내가 할 일이지. 앞으로도 힘이 닿는 순간까지 최선을 다하고 싶어”

트럭 앞에는 온갖 간식들이 즐비하다.
트럭 앞에는 온갖 간식들이 즐비하다.
6년째 자리를 지키고 있는 뻥튀기 트럭.
6년째 자리를 지키고 있는 뻥튀기 트럭.

점점 추워지는 겨울, 강씨는 점점 사라져가는 추억의 뻥튀기의 인기가 예전만 못하다는 것을 안다. 그러나 지금까지 그래왔듯 성큼성큼 잊혀져가는 추억의 끈들을 붙잡고 싶다. 가끔 생각이 나면 언제든 찾아들 수 있는 곳으로 남았으면 하는 바람을 담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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