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이 끝나 여유로운 나날을 보내는 옥천고등학교 3학년 박채은(19)씨
“남들하고 비교할 필요없어. 니가 제일 소중해”

11월18일에 실시된 수능이 끝나고 여유를 즐기는 옥천고등학교 3학년 박채은(19, 읍 문정리)씨를 만났다. 옥천고등학교 재학시절 학생회장으로 활동했던 그는 졸업을 앞두고 싱숭생숭한 감정과 새로운 사회를 만나러 가는 설렘을 가득 안고 있다. 겨울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오후, 차가운 비를 뚫고 만난 그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 안녕하세요. 자기소개 해주세요.

안녕하세요. 옥천읍 문정리에 사는 옥천고등학교 3학년 박채은입니다. 수능도 면접도 다 끝나서 대학 합격 발표만 기다리고 있어요. 수능이 끝난 학교에서 친구들이랑 수다 떨고 집에 와서 놀며 여유로운 나날을 보내고 있습니다.

 

■ 졸업을 앞둔 지금, 학교생활을 돌아보자면?

친구들이랑 쉬는 시간에 소소하게 떠들고 논 게 제일 기억에 많이 남아요. 진짜 돌아보면 그 시간이 제일 소중한 것 같아요. 쉬는 시간에는 그때그때 유행하는 걸 했는데, 몇 개 말해보자면 1학년 때는 아이패드 가지고 그림을 그렸어요. 3학년 때는 코로나19 때문에 핸드폰을 안 걷었어요. 그래서 친구들이랑 쉬는 시간에 핸드폰 앱으로 루미큐브를 했어요.

학생회를 했던 것도 기억에 남는데 그 이유는 제가 3년 내내 학생회 활동을 했었거든요. 1학년 2학기부터 2학년 1학기까지 봉사부 차장을 했고, 2학년 2학기부터 3학년 1학기까지 학생회장을 했어요. 멋모르고 멋있어 보여서 시작한 학생회였는데 학생회장까지 하게 될 줄은 몰랐어요. 봉사부 차장을 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거는 언니들 따라서 정혈대(생리대)를 채워 놓은 거였어요. 그때 공약이 학교에 무료 정혈대 배치가 있었거든요.

학생회장에 출마하게 된 건 옥천고에 대한 애정 때문이었나 봐요. 옥천고 학생들이 주변 사람들한테 옥천고 오지 말라고 말하는 게 자기 학교에 대한 애정이 없어 보였거든요. 그래서 제가 회장이 돼서 학교에 대한 자부심을 느낄 수 있도록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학생회장이 됐을 때 무료 정혈대 배치 공약은 유지했어요. 여성으로서 꼭 필요하다고 느꼈거든요. 졸업한 선배들에게 대학교 합격 수기를 받아 학생들에게 공유하는 합격 수기 공약도 정말 열심히 했어요. 일일이 연락 돌리며 다양한 학과 이야기를 담고, 공부할 때 심리관리나, 학생부 종합관리 같은 비교과 팁도 받았어요.

학생회를 해보니까 다양한 공약을 이행했을 때 만족하는 학생들을 보며 뿌듯했어요. 하지만 한편으로는 시간을 조금만 더 투자해서 좋은 공약을 만들고 이행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도 있어요. 그래도 잘 한것 같아요.(웃음)

 

■ 이제 뭘 하고 싶나요?

코로나19 때문에 여러 가지를 못하는 상황이잖아요. 해외여행을 제일 가고 싶었는데 그게 안 되니까 친구랑 몇 박 며칠 여행을 가고 싶어요. 코로나 피해를 안 받는 선에서 대외활동도 해보고 싶어요. 봉사나 연합동아리 같은 거요. 그리고 카페 아르바이트도 하고 싶어요. 예전부터 커피를 내리고 음료를 만드는 게 멋있어 보였거든요. 그리고 콘서트도 가고 싶어요.

엔시티 드림을 좋아하고 있어요. 사실 인터뷰하기 전에 기자님 아이패드에 엔시티 드림이 배경화면에 있어서 놀랐어요. 저는 제노를 제일 좋아해요. 얼굴은 순딩한데 반대되는 몸이 너무 매력 있거든요. 얼사몸도(얼굴은 사모예드, 몸은 도베르만)라는 별명을 갖고 있는데 별명이랑 너무 잘 맞아요. 제노를 좋아하게 된 건 열심히 하는 모습이 멋있었기 때문이에요. 그래서 힘들었을 때 제노 영상을 진짜 많이 봤어요. 그게 힐링이었어요.

 

■ 자신에게 하고 싶은 말은?

학교 생활하느라 고생 많았어. 입시 체제 속에서 남들하고 비교하고 비교당하고 하는 상황에서 자신감이 많이 떨어졌거든요. 그때 저에게 하고 싶은 말은 남들하고 비교할 필요 없으니까 자신감 느끼고, 공부하느라 잠 줄이지 말고 그냥 많이 자. 니가 제일 소중하니까. 아프지 말고 건강하게 지냈으면 좋겠어. 수고했어.

현재 대한민국 입시체제는 계속 경쟁을 부추기는 구조잖아요. 저는 이런 입시체제를 후배들에게 절대로 물려주고 싶지 않아요. 친구를 친구로 보지 않고 경쟁자로 보게 하고 가식으로 대할 수 밖에 없는 환경이 매우 힘들어요. 사실 옥고는 어렸을 때부터 봐왔던 친구 사이여서 경쟁이 덜하긴 한데, 국제고나 외고를 간 친구들 말을 들으면 많이 힘들어하더라고요. 학교가 입시 공장처럼 느껴져요. 성적이 좋아야 하고, 상장을 많이 받고, 활동 열심히 해서 나오는 생활기록부 가지고 저희를 평가하는 거잖아요. 그래서 이런 입시체제가 유지되기를 원하지 않아요.

 

■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수능이 끝났을 때 싱숭생숭한 마음이었어요. 목표가 사라진 느낌이라고 해야 하나. 저희는 대학만 바라봐야 하는 구조잖아요. 단 한 곳의 대학을 가기 위해서 그동안 잠도 줄여가면서 공부를 했는데 너무 허무했어요. 이제 다른 목표를 잡아야 하는데 어떤 목표를 잡아야 할지 모르겠더라고요. 근데 이렇게 가족이랑 친구랑 했던 대화를 인터뷰에서 말하니까 후련한 마음이 들어요. 머릿속이 정리되고 새로운 계획을 세워야겠다고 다짐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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