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년, 군서면 동평리를 지키는 마실방 ‘서화슈퍼’
사람을 만나고 손주들 용돈 쥐여주는 것이 낙이라는 문옥금씨
열고 싶으면 열고 닫고 싶으면 파하는 것이 구멍가게의 매력

94년부터 지금까지 서화슈퍼를 운영해온 문옥금씨
94년부터 지금까지 서화슈퍼를 운영해온 문옥금씨

슈퍼를 운영한지 올해로 28년. 누구에게나 어려움이 있듯 시작하는 것이 쉽지는 않았다. 사실 가게는 문옥금(67,군서면 상지리)씨를 위해 시작된 것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당시 “이 농촌에 누가 시집을 오겠어?”라는 생각으로 시동생에게 가게라도 하나 쥐여주고자 84년에 시작된 것이 ‘서화상회’였고 지금에 와서 ‘서화슈퍼’가 된 것이다. 가게의 이름을 그리 지은 까닭은 군서가 오래전에는 ‘서화’라고 불렸기 때문에 가게의 이름을 그리 지었다고. 옛날에는 사람도 많았다. 그때 그 시절에는 읍에도 큰 마트가 없었기 때문에 필요한 물건이 있다면 모두 서화슈퍼를 찾았고 필요하다면 문옥금씨가 직접 배달도 나섰다. 

동네주민들이 편하게 쉬어갔으면 하는 바람에 상도 들여놨다고
동네주민들이 편하게 쉬어갔으면 하는 바람에 상도 들여놨다고

가게를 운영할 수 있게 되기까지가 녹록지는 않았다. 어느 날 시동생이 시골에서는 못 살겠다며 떠나가는 와중에 문옥금씨가 물려받게 된 것이다. 하지만 문옥금씨의 뜻과는 별개로 시아버지는 “여자가 무슨 장사야!”라며 가게를 물려주는 것을 거부했다. 그 당시에는 그것이 당연한 것이었다. 여자는 집에서 살림만 해야 한다는 것이…어찌 서운하지 않을 수가 있겠나? 당연히 서운했다. 하지만 어찌하겠나 버티어내는 수밖에. 오랜 시간을 설득했던 것 같다. 그렇게 10년. 두 딸과 막내아들을 잘 키워낸 것이 대견스러웠는지 그제야 “그래 한 번 해봐라” 하면서부터 가게를 운영하게 되었다고. 하지만 쉽지는 않았다. “우리는 죽어도 밥은 못 지어먹겠다” 하시기에 10여 년은 매번 찾아가 밥을 지어드리고 나중에는 집으로 오셔서 식사를 하시다가 나중에는 “우리가 알아서 먹겠다” 하시기에 그때부터는 오로지 가게를 운영하는 데에 몰두할 수 있었다. 

“우리 아버님이 여자는 장사를 하면 안 된다고 말씀하셨죠. 안된다 안된다 하다가 애들도 잘 키워내고 다시 한번 말씀을 잘 드려보니, 그제야 제가 운영을 할 수 있게 되었네요. 그때는 고생이 많았죠. 그때는 참 힘들었는데 그래도 우리 아이들 다 서울로 학교 보내면서 용돈도 몇푼씩 쥐여주는 등 그간 쌓아온 추억을 생각하면 또 재미나네요”

지금 생각해 보면 고생도 많았지만 그간 쌓아온 추억과 보람이 더욱 크다. 그간 지나온 세월이 모두 추억이다. 동네 사람들이 지나가다가 커피라도 한잔하면서 이야기를 나누면 그것도 추억이고 오고 가면서 얼굴을 마주치는 게 모두 추억이다. 종종 자리가 찾아와 그런지 큰 편의점에서 종종 들러 이곳을 편의점으로 바꿀 생각이 없냐 설득을 하고 가지만 문옥금씨는 그럴 생각이 전혀 없다. 

“제가 가게를 운영하는 것은 사람들 만나고 이웃들이 언제든 놀다가 갈 수 있는 동네의 마실방처럼 남고 싶기 때문이에요. 그리고 편의점을 하면 내가 하고 싶은 대로 못하잖아요? 내가 문 열고 싶으면 열고, 닫고 싶으면 닫으며 운영을 하고 싶어요. 그게 또 동네 구멍가게의 매력이 아니겠어요?”

군서면 동평리에 위치한 서화슈퍼    
군서면 동평리에 위치한 서화슈퍼    

문옥금씨는 지금이 좋다고 말한다. 그리고 사람들을 만나며 살아가는 게 참 좋다. 몸은 조금 피곤해도 보람만은 가득하다. 가게를 운영하며 세 아이들을 건강히 키워냈고, 전부는 아니어도 필요할 때 노잣돈이라도 손에 쥐여준 것이 보람이요,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은 손주들이 찾아와 재롱을 피우면 용돈 몇 푼 쥐여주는 것, 그것이 삶의 낙이다.

흐르는 세월이 야속하다. 시간이 흘러 이제는 큰 마트도 많이 생겼다. 그리고 잠깐만 눈을 돌리면 편의점이 코앞이다. 사실 요즘 세상에 구멍가게를 찾는 이들이 분명 많지는 않을 터. 그러나 구멍가게는 가게 그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많은 이들이 떠나간 자리에 굳건히 추억의 보따리를 짊어지고 다시 돌아올 이들을 반기기도 하며 심심하면 찾아와 커피도 한잔하는 마실터가 되기도 한다. 또 누군가에게는 젊은 날의 추억이 되곤 한다. 그 때 그 시절처럼 구멍가게는 정해진 것이 없어 참 좋다. 열고 싶으면 열고 닫고 싶으면 파하는 곳, 그리고 필요하다면 언제나 문을 활짝 열어주는 것이 동네 구멍가게의 정(情)이다. 

서화슈퍼 전경
서화슈퍼 전경

주소 : 군서면 동평리 440-5
전화 : 043-732-4111
영업시간 : 해 뜰때 ~ 해 질때 / 연중무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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