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준·박진희 인턴기자와 낚시를 하던 두 어르신이 전통문화체험관 앞 연못에 붕어를 방류한다는 제보를 듣고 바삐 나선 어느 날.
윤석준·박진희 인턴기자와 낚시를 하던 두 어르신이 전통문화체험관 앞 연못에 붕어를 방류한다는 제보를 듣고 바삐 나선 어느 날.

한 달에 몇 번은 “아 이번주는 망했다”라고 생각하는 날이 있다. 아마 누구든 그런 날이 있으리라. 글은 글대로 안 써지고, 취재는 취재대로 안 되는 그런 날 말이다. 아마 콘텐츠를 구상하는 이들이라면 누구나 경험해 보았을 생각이지 않을까? 

수첩과 펜을 집고 카메라를 든 지 7개월. 여전히 예상치 못한 상황이 당황스럽다. 어떤 날은 하루 종일 전화를 해도 거부를 당할 때가 있고, 또 어떤 날은 전화로는 부족하다는 판단에 길을 지나가다 곧장 머리부터 집어넣고 “혹시 취재가 가능할까요?”라고 물어보면 “그런 거 안 합니다”라며 퇴짜를 맞을 때가 있다. 

붕어를 방류한다는 두 어르신을 찾아 교동방죽을 함께 오르다.
붕어를 방류한다는 두 어르신을 찾아 교동방죽을 함께 오르다.
유난히 취재가 어렵던 어느 날. 시간을 내어주신 군서 서화슈퍼 사장님을 촬영하던 모습을 안진수 인턴기자가 찍어줬다
유난히 취재가 어렵던 어느 날. 시간을 내어주신 군서 서화슈퍼 사장님을 촬영하던 모습을 안진수 인턴기자가 찍어줬다

어디 그뿐이랴, 막상 인터뷰 약속을 잡고 3~40분을 운전해서 약속장소에 도착해보니 한참을 찾아도 시골개 짓는 소리밖에 안 나더라. 그렇게 한참을 기다리다 수화기 너머로 목소리가 닿으면 “아이고 미안합니다. 여차여차해서 잊어버리고 멀리 나와있네요. 허허”라며 멋쩍은 웃음소리를 듣기도 한다. 어쩌겠나. “아이고 괜찮습니다. 다음에 오도록 하겠습니다” 하는 수밖에… 차라리 읍내에서 있는 일이라면 그려려니 하겠으나 저 멀리 청산이나 청성에라도 갔다가 그런 일이 생긴다면 “아… 그냥 돌아가면 안 되는데…”라며 초조해지기도 한다. 그리고 급하게 여기도 들어갔다가, 저기도 들어갔다가 결국에는 축 처져 사무실로 복귀하던 날도 있다. 그럴때면 “와! 이 콘텐츠 대박인데?”라고 김칫굿을 장독대로 퍼마시며 당당하게 사무실의 문을 열고 나선 나 자신이 참으로 민망해지기도 한다. 하도 부끄러워서 어디다 얘기하기도 민망하다. 하지만 어느 날에는 진짜 마지막이라고 생각한 곳에 “당연히 안 되겠지?”라는 의구심을 품으며 밖에서부터 혼자 궁시렁 궁시렁거리다 다시 한번  머리부터 들이밀고 취재를 요청하니 “이야 그거 괜찮네! 까짓것 한 번 해봅시다”라며 취재에 응해주는 취재원을 만나기도 한다. 혹여나 그럴 때면 그보다 행복할 수 없다. 그리고 생각한다. “아! 콘텐츠라는 것이 생각한 데로만 되는 것이 아니구나”라고 말이다. 그렇게 원래 하려던 콘텐츠에서 돌고 돌아 더욱 기깔난 아이템을 찾을 때, 그때는 “이야! 하루 온종일 돌아다닌 값을 하는구나”라고 생각하기도 했다.

고백하길, 기자 생활을 시작하면서 뭐라도 된 것 마냥 오만해질 때가 종종 있다. “당연히 해주겠지!”, “대체 왜 안 해주는 거야!”라며 말이다. 그리고 괜히 아무도 모르게 씩씩대며 심술을 부려보기도 한다. 한 번 잘 됐다고 그 다음도 잘 될 것이라는 생각에 기세 등등해진 스스로를 돌아보니 참으로 부끄럽다. 

푹푹 찌던 8월, 윤수진·이상현 인턴기자와 청성면 산계리서 고추수확을 하던 어르신들을 만났다
푹푹 찌던 8월, 윤수진·이상현 인턴기자와 청성면 산계리서 고추수확을 하던 어르신들을 만났다

 

푹푹 찌던 8월, 윤수진·이상현 인턴기자와 청성면 산계리서 고추수확을 하던 어르신들을 만났다
푹푹 찌던 8월, 윤수진·이상현 인턴기자와 청성면 산계리서 고추수확을 하던 어르신들을 만났다

곰곰이 생각해 보면 갑자기 기자라는 작자가 찾아와 명함 하나 툭 들이밀고 카메라를 갖다 다며 “취재 한 번 해도 될까요”라고 물어보면 누가 “아이고 감사합니다”하면서 “한 번 해볼까요?”라고 맞이할까? 그리고 당황하지 않을 이가 어디에 있으랴, 혹여나 그런 상황이 있다면 그것은 참으로 감사한 일이다. 특히나 가장 바쁜 농번기에 시간을 내어주는 농부가 그렇고, 바쁜 와중에도 시간을 내어주는 가게의 주인장들이 그렇다. 그들은 그들의 시간이 있고 그들의 의무가 있음이다. 세상 어디에도 당연한 것은 없다. 나를 만나주는 이들이 있다면 참으로 감사한 일이고 혹여나 그렇지 못하더라도 그럴 만한 이유가 있음을 이해해야 한다.

또 한 가지, ‘꼭 특별한 것을 취재해야 기사가 되는 것도 아니더라’, 취재가 안 되면 안 되는 대로, 이걸 하려다 저걸, 혹은 저걸 하려다 이것을 할 수도 있다. “할 게 없네, 할 게 없네” 하지만 그것은 그만큼 시야가 좁은 스스로를 탓할 일이다. 흘러가는 주변의 소소한 소식들이 모이면 글이 된다는 사실을 알아차리는 것이 어찌 그리 어려운지… 그리고 이제야 1/10을 알아가기 시작한다. 지나가던 어린아이들의 소꿉놀이, 마실방 나온 어르신들의 이야기, 동네 텃밭에서 수확한 고추농사, 저수지에서 물고기를 낚는 낚시꾼들의 이야기들처럼… 글감이 될 이야기들은 수두룩하다. 어디선가 들어본 것 같다. “옥천에서는 어떤 이야기든 기사가 될 수 있다”고말이다. “아 이번주는 망했다”고 생각을 할 때면 다시 생각해 보자. “생각한 대로만 콘텐츠가 만들어지면 그걸 누가 재미있게 읽겠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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