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동중학교 장성찬(16) 학생회장
“빠른 것도 좋지만, 서서히 변화되는 모습도 좋잖아요?”

영동중학교 장성찬 학생회장.
영동중학교 장성찬 학생회장.

“3차 개정위원회에서 탈색과 염색 허용, 귀에 걸 수 있는 액세서리 허용, 교복 대신 무채색의 옷을 입을 수 있는 안건을 다룰 예정이고, 가능하면 학생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학칙이 개정됩니다.”

영동중학교는 옥천의 여느 중학교와 분위기가 사뭇 달랐다. 휴대폰은 점심 시간에도 허용하고 교복을 안 입어도 된다니, 그리고 탈색과 염색이 허용되고 웬만한 액세서리를 할 수 있다는 것은 옥천에서 감히 상상할 수 없는 일이었다. 그런데 영동은 학생들의 힘으로 하고 있었다. 학교생활규칙위원회에 학생이 과반수로 참여해 거기서 논의를 이끌고 있었다. 그 중 한가운데에 있는 장성찬 학생회장을 만났다.

“대의원회에서 학생들이 모여 토의를 하고 안건이 결정되면 학칙 개정위원회로 올리죠.” 대의원회에서는 휴대전화 사용 문제나 교복착용 문제, 학교생활 문제 등 다양한 학교생활 의제에 대해 토론하고 선정한다고. 그는 “학교에서 휴대전화 사용 문제는 워낙 예민한 문제기도 하고 학생들에게 제일 큰 관심사”라며 입을 뗐다.

“처음에 전교생에게 설문지를 돌렸을 때는 완전 자율화 쪽으로 기울었는데, 학부모님들 설문조사에서 워낙 현행 유지가 높아서 서로 의견의 차이가 있었다”며, “모두가 의견을 모은 것이기 때문에 서로 조율하는 과정이 필요했다”고 말했다. 

사실 이렇게 서로의 의견을 모으고 학생들이 주인공이 되는 학교로 변화시킨다는 게 말처럼 쉽진 않다.

영동중학교를 조금씩 움직이게 했던 것은 “학칙위원회가 개최될 때마다 영동중학교는 다른 중학교보다 조금 더 앞서 나가야 하지 않겠냐는 말이 반복되었기 때문”이란다. 학칙위원회에 과반의 학생이 참여해 학생위원 5명, 교사위원 3명, 학부모위원 2명이 학칙개정을 위해 함께 나선 것이다.

더불어, 학생회 소통부에서는 여러 장소에 소통함을 설치해서 학생들의 의견을 계속 받고 있다. 

최근에는 강당 앞 쪽 쓰레기 문제가 불거져서 쓰레기통을 설치했다. 쓰레기통 설치하는 것쯤은 별일 아니라 생각될 수 있지만, 학생들 사이에서는 피부로 느끼는 변화다. 이런 식으로 학교를 조금씩 바꾸어나가면서 문제가 될 수 있는 부분을 유심히 살피고, 선생님과 학부모가 학생을 믿을 수 있는 학교로 만들겠다는 것이 그의 꿈이다.

“매번 이사 다녔어요. 부산에서 영동으로 전학을 왔으니, 아마 제가 살던 곳 중에 가장 오래 살고 있는 곳일 거예요.” 그는 멋쩍게 웃으며 말을 이었다. 코로나 때문에 2학년 학교생활이 아쉬웠다던 장성찬 학생은 올해 영동중학교의 학생회장을 맡게 됐다. 그가 학생회 활동을 하면서 처음 기획했던 활동은 ‘아침맞이’ 행사란다. 새내기 중학생을 맞이하는 첫 행사로 낯선 학교에 첫 발을 디딘 아이들에게 꽃을 나눠주는 행사다. 

첫 행사는 꽃 나눠주기로 시작했지만, 반응이 좋아 매달마다 진행하게 됐다. 이렇게 계속하다 보니 학생회에서도 고민이 많아졌지만, 재미있게 한 달을 시작하는 의미가 더 크다고. 시험이 있는 달에는 부모님들과 함께 응원 문구를 만들어서 서로를 응원해주기도 하고, 등교하는 학생들이 게임에 참여해 통과하면 소정의 상품을 준다. 이렇게 작은 날갯짓에서 시작된 격려와 응원은 곧장 교실 내 수업시간에도 영향을 끼쳤다.

“사실 수업시간 때 가장 놀랐어요. 원래는 강의식으로 수업만 하시던 분이 학습지를 들고 들어오시더라고요. 학습지를 들고 와서 모둠활동이라는 걸 하시는 거예요. 가장 신선한 충격이었어요. 일방적인 수업만 하시다가 우리가 수업을 이끌어 나가는 형식으로 바뀐 것이죠.”

영동중학교는 행복씨앗학교로 지정된 이후 수업에서 모둠활동을 하며 함께 만들어가는 교실을 지향하고 있다. 그는 “우리의 말에 경청해주고 존중해주는 선생님을 보면 함께 변화를 만들어간다는 마음이 들어 뿌듯하다”고 전했다.

“비록 빠른 변화는 없지만 그래도 서서히 변화하는 것도 절대 나쁜 측면은 아니라고 생각이 들어요. 이런 식으로 조금씩 바뀌면 문제될 것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또 행복씨앗학교가 무엇인지 학생들에게도 널리 알려야 영동중학교가 진정한 행복씨앗학교로 거듭나지 않을까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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