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천군건강가정다문화가족지원센터
‘자활교육 지원 사업’ 바리스타 자격증 취득반
주4회 커피를 배우는 4명의 이주여성, “언젠가는 멋진 바리스타가 되고 싶어요”

홍윤아씨가 커피기계를 작동하고 있다.

“안녕하세요. 수험번호 00번 홍윤아입니다. 저는 커피 향이 좋아서 바리스타가 되고 싶었습니다. 바리스타 자격증을 따고 기회가 된다면 커피숍에서 일하는 멋진 바리스타가 되고 싶습니다. 제가 오늘 사용할 원두는 아라비카 100% 원두입니다.”

베트남이 고향인 홍윤아(35,읍 서대리)씨가 커피기계 앞에서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그는 커피의 맛보다는 향을 좋아했다. 집에서는 주로 믹스커피를 마시지만 바리스타 자격증을 취득하면 직접 커피를 내려마시고 싶다. 지난주에 필기시험을 봤기 때문에 아직 커피 기계는 잘 모른다. 그래도 라떼 위에 그림을 그리는 라떼아트도 빨리 해보고 싶다. 

그 옆에 앉아있는 베트남이 고향인 팜티투트엉(39,청산면 판수리)씨는 하루에 커피 3~4잔을 마시는 ‘커피광’이다. 청산면 판수리에서부터 읍 통합복지센터로, 월요일부터 목요일까지 오직 커피를 배우겠다는 마음으로 매일 아침 수업에 나왔다. “필기시험 결과는 아직 안 나왔어요. 내용 자체도 어렵고 한국어도 어려워서 시험이 조금 어려웠던 것 같아요.” 열심히 공부한 흔적은 그가 직접 적은 노트에 빼곡하다. 바리스타 실기 시험 과정의 시작 단계인 ‘준비과정’ 순서를 또박또박 적어놓았다. “바리스타 자격증을 따면 친구들을 초대해서 커피를 대접하고 싶어요.”

바리스타 자격증을 위해 매주 네 번씩 수업을 듣는 이주여성 네 명.

통합복지센터 3층, 옥천군건강가정다문화가족지원센터(센터장 김용환, 이하 건가다가)의 바리스타 실습실에 이주여성 4명이 모였다. 건가다가 프로그램인 ‘자활교육 지원사업’의 ‘바리스타 자격증 취득반 수업이다. 19년 바리스타 2급 과정을 시작으로, 20년에는 라떼아트반을 운영했다. 이번 연도에는 20회 과정으로 주 4회 3시간씩 진행된다. 프로그램 예산은 500만원이다. 자격증반에 등록한 이주여성 4명은 지난 18일에는 필기시험을 마쳤고 22일 월요일부터 실기 과정이 시작됐다.

올해부터는 바리스타 실습에 사용할 수 있는 커피 기계도 새로 구매했다. 군에서 예산 507만원(커피기계 340만원+오븐 167만원)을 받아 제과제빵 자격증반을 위한 오븐과 함께 구매했다. 그 전에는 센터 내 커피 기계가 없어 도립대에서 실기 과정을 진행했지만 앞으로는 통합복지센터 내에서 모든 과정을 교육할 수 있게 되었다. 어엿한 바리스타 실습실이 갖추어진 것이다. 건가다가 김용환 센터장은 “다른 기관에 갈 필요 없이 센터에서 모든 교육과정을 진행할 수 있어 더욱 내실 있는 교육이 될 것 같다”며 “앞으로도 이주여성들을 위한 프로그램의 질적 향상을 위해 적극 지원할 예정”이라고 말한다. 

 

티률 지관민 대표와 참여자들이 둘러앉아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 가끔은 커피가 너무 써도, 함께해서 즐겁다

“자 오늘부터는 앉아있을 시간이 없어요. 오늘부터는 수업에 오면 앞치마를 두르고, 미리 빨아놓았던 행주를 물에 적셔야 해요.”

바리스타 자격증 교육자로 나선 카페 ‘티률’ 지관민 대표는 올해부터 처음 이주여성을 대상으로 한 바리스타 교육을 맡게 되었다. 청소년, 노인, 장애인, 지역주민 등 안 만나본 교육생이 없는 지관민 대표이지만 이주여성은 조금 더 특별한 교육생들이라고 말한다. “아무래도 커피 용어 자체가 생소해서 용어 하나하나 의미를 다 설명해주려고 해요. 다행히 수업을 듣는 인원이 4명이라 다 챙기면서 도와줄 수 있어서 다행이죠. 다들 열심히 배우고 잘 하시고 계신 것 같아요.” 

바리스타 실기라고 해서 단순히 몸만 움직이는 건 아니다. 실기 평가에는 준비단계에서부터 구술평가, 커피 시연까지 다 포함된다. 단순히 커피를 내릴 줄 아는게 아니라 이 과정을 왜 하는지까지도 알아야 한다. 

김지우 씨가 에스프레소 추출을 위한 탬핑 작업을 하고 있다.
김지우 씨가 에스프레소 추출을 위한 탬핑 작업을 하고 있다.

“예비 추출은 왜 하는 거라고 했죠? 어제 말씀드렸었는데 아무도 안 적어놓으셨죠. 적어놔야 안 까먹어요. 카푸치노와 에스프레소를 잘 만들기 위해서 예비 추출을 하는 거예요. 다들 적고 계시죠? 네 추출, 리을 받침으로 써야 해요.”

이주여성들은 서로의 노트를 돌려보며 필기를 했고, 지관민 대표는 필기 내용을 보며 틀린 부분을 알려준다. 에스프레소가 가장 맛있게 추출되는 20~30초를 속으로 세는 시도도 번번이 빗나간다. 그래도 서로 얼굴을 마주 보며 웃는다. 강의실에는 원두 냄새와 웃음소리가 가득하다.

커피를 추출하기 전 준비과정에 대한 교육이 끝나고 이제는 직접 커피를 내려볼 차례다. 홍윤아씨, 팜티투트엉씨, 김지우(31,읍 마암리)씨가 순서대로 커피를 내린다. 탬핑(에스프레소 추출을 위해 갈려진 원두를 다지는 행위)이 미숙해 에스프레소가 너무 얇게 나오거나, 커피 기계를 능숙히 다루지는 못하지만 서로의 모습을 앞에서 같이 봐주며 응원한다.

그렇게 내린 에스프레소를 뜨거운 물에 타 아메리카노를 만들어 먹는다. “너무 뜨거워서 못 먹겠어요.” “쓴데 커피향이 좋아요.” “베트남 커피가 훨씬 진하긴 해요. 연유 타먹으면 맛있을 것 같아요.” 다 같이 커피를 나눠마시고, 남는 에스프레소는 미리 가져온 텀블러에 챙겨가기도 한다. 

실기평가 예행연습을 하고 있는 송정아씨.

■ 이미 커피에 흠뻑 빠져버렸다

통을 채우고 있던 원두를 다 사용할 때까지 커피를 추출하고 잠시 쉬는 시간이다. 아직 커피를 배우기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다들 커피 이야기로 바쁘다. 커피가 너무 좋아 만드는 방법까지 궁금해졌다는 필리핀이 고향인 김지우씨는 “커피기계를 사서 집에 놓고 싶다”고 말한다. 그 말에 다른 참여자들도 다 동의하며 끄덕인다. “남편이랑 같이 커피 기계 알아봤는데 비싸긴 하더라고요.”, “여기 놀러오라고 해서 같이 만들어드세요.”

커피향이 좋고, 커피 마시는 걸 좋아해서, 어렵지만 새로운 도전을 시작한 이주여성들은 각자의 목표를 가지고 12월14일까지 계속 에스프레소와 카푸치노를 만들 예정이다. 12월17일에 예정된 실기시험이 있지만 이주여성들은 걱정이 없다. 언젠가는 커피숍의 멋진 바리스타가 되기 위해, 친구들에게 맛있는 커피를 직접 내려주기 위해, 그들은 끊임없이 커피에 대해 공부를 해 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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