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돌 팬덤은 무엇을 위해 만나는가
러블리즈, 미주로 뭉친 사람들 이야기

러블리즈 및 미주 팬들 모습(왼쪽부터 황수빈 씨, 허일 씨, 이연우 씨, 섭개청 씨)

‘그래, 나 빠순이(빠돌이)다!’, ‘빠순이(빠돌이) 발로 차지 마라!’ 

강준만 전북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책 <빠순이는 무엇을 갈망하는가?>에서 아이돌 팬덤 공동체를 긍정했다. 철없는 사람들이 연예인을 쫓아다니고, 돈을 쏟아붓는 다며 아이돌 팬클럽을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사회 주류 시각과 다르다. 무엇 때문인가? 

‘중요한 것은 스타가 아니라 모여 있는 우리들’이기 때문이다. 아이돌은 매개체일 뿐, 팬덤 공동체 안에서 일어나는 팬들 간의 소통이 더 중요하다는 게 강준만 교수 생각이다. 공동체가 형성되고 내가 좋아하는 이야기를 할 수 있는 돈독한 친구가 생기는데 무엇이 문제냐는 의미다. 친구들 만나서 밥 먹고, 여행 다니며 소통하는 것과 ‘아이돌 덕질’ 하는 건 다를 바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 

현재 우리고장 출신 아이돌 가운데 가장 왕성히 활동 중인 건 러블리즈 이미주(이하 미주)다. 미주는 죽향초-옥천여중-충북산과고를 졸업해 어린 시절을 대부분을 옥천에서 보냈다. 요즘은 MBC ‘놀면 뭐하니?’, tvN ‘식스센스’, 카카오TV ‘개미는 오늘도 뚠뚠’ 등에 출연하며 ‘옥천 여신’이라는 별명으로 활약하고 있다. 

 

옥천 버스 미주 광고 사진 앞에서 사진 찍은 섭개청 씨
옥천 버스 미주 광고 사진 앞에서 사진 찍은 섭개청 씨

■ 미주와 러블리즈로 모인 사람들 

미주가 다양한 매력을 대중에 선보이다 보니 러블리즈와 미주 아래 뭉친 모임도 생겼다. 40대 맏형 허일씨, 28세 황수빈씨, 27세 이연우씨, 25세 섭개청씨는 그중 하나다. 이들의 출신 지역, 성별은 제각각이다. 서울, 부산, 전북 익산, 홍콩···. 연세대 어학당에서 한국어 공부 중인 여성 섭개청 씨는 홍콩에서 올해 8월 서울로 왔다. 한국 유학을 결심하게 한 중요한 요인은 러블리즈와 미주다.

물론 이들이 꼭 미주 한 명 때문에 러블리즈에 빠진 건 아니다. 허일 씨는 친구에게 소개받아서, 황수빈 씨는 군대에서 뮤직비디오를 보고, 이연우 씨는 직장에서 힘들 때 러블리즈 노래가 힘이 돼줘서 팬이 됐다. 홍콩사람 섭개청 씨는 ‘Destiny (나의 지구)’란 곡을 듣고 러블리즈에 반했다. 

이들이 모임을 형성하게 된 계기는 ‘자연스러움’ 그 자체다. 러블리즈 콘서트장, 공개 방송, 팬 사인회 등을 각자 다니다가 얼굴이 익게 되고, 식사하고 차를 마시며 친해졌다. “콘서트 같은 현장을 여러 번 가면 자주 보이는 얼굴들이 있어요. 처음에는 눈인사하고, 그러다가 인사하고, 번호 교환하면서 친해지는 거예요. (허일 씨)” “저는 이분들을 올해 10월 김제 드라이빙 콘서트에서 처음 뵀어요. 그날 저녁에 뒤풀이 식사하고 친해졌죠. (이연우 씨)”

 

■ 아이돌 팬덤, ‘소통 공동체’

러블리즈와 관련된 행사들이 있으면 이들은 주로 함께한다. 월요일에는 SBS 라디오 ‘배성재의 TEN’에 출연하는 러블리즈 멤버 유지애를 보기 위해 SBS 서울 목동 사옥을 방문하고, 인천 월미도 등 거주 지역에서 멀리 떨어진 장소에서 러블리즈가 행사하면 같은 차를 타고 이동한다. 

지난 10월 초, 이들은 우리고장 옥천에도 다 같이 방문했다. 옥천 버스에 미주 생일 축하 광고가 실렸다는 소식을 듣고서다. (2021년 9월17일 1607호 옥천을 달리는 ‘이미주 버스’ 기사 참고) 옥천 버스 터미널에서 미주 광고가 실린 버스 앞에서 사진을 찍고, 미주가 졸업한 옥천여중, 충북산과고를 탐방했다. 미주가 학창 시절 자주 방문했다는 ‘카페하고’도 찾았다. 일종의 ‘성지 순례’인 셈이다. 

강준만 교수 생각처럼 지금 이들은 친한 친구가 됐다. 러블리즈, 미주란 매개를 중심으로 함께 소통하며 2~3주에 한 번씩은 모인다. 꼭 러블리즈 때문이 아니더라도 식사하고, 커피 마시고, 술 한잔하는 사이다. “한국에 아는 사람이 별로 없어서 외롭기도 해요. 그런 외로움을 러블리즈랑 러블리즈 팬클럽으로 달래요. (섭개청 씨)” “한 번 연이 닿으면 식사도 하고, 계속 친하게 지내는 거죠. 이것도 인연이니까요. (허일 씨)”


 

■ 러블리즈 위기와 상관없이...

사실 현재 러블리즈와 미주 팬클럽 내부 분위기는 좋지 않다. 11월16일 자로 러블리즈가 데뷔 7년 만에 팬들과 잠시 이별을 고했기 때문이다. 리더 베이비소울을 제외한 모든 멤버가 기존 소속사 울림엔터테인먼트와 재계약하지 않았다. 미주를 포함한 멤버 8명이 다른 회사로 흩어지면 러블리즈의 미래는 불투명하다. "러블리즈에 대한 지원이 팬들 기대보단 적었던지라 소속사에 팬들이 서운한 감정을 가지고 있는 건 사실이에요. 재계약 건도 비슷하고요. (황수빈 씨)"

하지만 이들은 러블리즈 활동 지속 여부와 별개로 자주 모일 계획이다. 허일 씨 언급처럼 한 번 닿은 인연은 지속해서 이어지기 때문이다. “지금은 저희가 다 친해요. 앞으로도 그럴 거 같고요. (이연우 씨)” “미주 광고를 옥천 버스에 건 일본인 팬도 저랑 친구예요. (코로나 19 끝난 뒤) 하늘길 열리면 바로 보자고 어제도 연락했어요. (허일 씨)” 

‘전국의 모든 빠순이에게 뜨거운 지지와 더불어 격려를 보낸다.’ 강준만 교수는 책 <빠순이는 무엇을 갈망하는가?>를 이런 문장으로 마무리했다. 공동체적 소통이 점점 사라져 가는 현대 사회를 지탱하고 있는 것 중 하나가 아이돌 팬덤이기 때문이다. 옥천이 낳은 미주는 그 소통에서 핵심 역할을 하고 있고, 앞으로도 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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