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메이션 덕후 박지우씨의이야기를 듣다
“저는 애니메이션을 통해 로망을 대신 이루는 거예요”

 

옥·덕·후 (옥: 옥천 덕: 덕후는 후 :who(누구)?)

친구와 함께 좋아하는  만화책 '하이큐'를 들고 사진 찍은 박지우씨.(오른쪽)
친구와 함께 좋아하는  만화책 '하이큐'를 들고 사진 찍은 박지우씨.(오른쪽)

과거에는 애니메이션 보는 사람을 다른 취미를 가진 사람과 다르게 어두운 방 안에서 컴퓨터 화면을 바라보는 사회 부적응자로 묘사했다. 하지만 시대가 변하면서 애니메이션을 보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그들이 자신의 취미를 더는 숨기지 않게 됨으로써 애니메이션은 부정적인 인식에서 벗어나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았다.

여느 때처럼 평범한 오후, 옥천여중 3학년 박지우(16, 읍 삼청리)씨는 청소년기자 김가람(16, 읍 죽향리)씨를 따라 옥천신문 사무실 '오카이브'에 놀러 왔다. 인턴 기자들과 대화를 나누던 그는 일본 애니메이션 하이큐를 좋아하고 있다고 말했다. 원래 그는 애니메이션에 관심 없었지만 15살 때 주변 친구들이 하이큐가 재밌다고 말해서 하이큐를 보게 됐다. 그렇게 하이큐를 통해 그의 일본 애니메이션 ‘덕질’이 시작했다.

그는 애니메이션에 재밌고 슬프고 감동적인 감정이 다 담겨있어 좋다고 말했다. 하이큐, 주술회전, 암살 교실, 부호 형사 등 다양한 애니메이션을 보며 생긴 자신만의 기준도 있다. 애니메이션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캐릭터이며, 캐릭터가 잘생겨야 애니메이션을 시작할 수 있다. 그는 주술회전의 고죠 사토루, 암살 교실의 카르마가 잘생겼다고 답했다. 그래서 그가 애니메이션을 볼 때 가장 주의하는 점이 그림이다. 애니메이션 중간에 그림이 예전 퀄리티와 달리 무너지는 '작화붕괴'가 일어나면 안 된다고 말했다. 그리고 또 중요한 것은 애니메이션이 잔인하거나 무서우면 안 된다고 말했다. 그가 본 주술회전이나 암살 교실은 제목이 무섭긴 하지만, 사람을 죽이는 내용이 아니어서 재밌게 봤다고 덧붙였다.

지우씨는 자신의 인생 중 30%가 애니메이션이라고 말했다. “우리 모두 현실에서 꿈꾸는 로망이 있잖아요. 저는 애니메이션을 통해 로망을 대신 이루고 있어요.” 어떤 사람은 변하지 않는 사랑을 하고 싶고, 어떤 사람은 배구를 잘하고 싶고, 어떤 사람은 우주에 나가고 싶은 로망들이 있다. 애니메이션은 우리가 할 수 없는 무언가를 보여주는 매력이 있다. 그는 체육 시간에 배구를 배운 적이 있었는데 생각처럼 잘 안 됐던 적이 있다. 그럴 때 하이큐를 보면서 대리만족을 느꼈다고 답했다.

그 밖에도 애니메이션은 그에게 동기부여가 되는 존재이다. 지우씨는 명언처럼 되새기고 있는 문장이 있다. “센스는 갈고 닦는 것, 재능은 꽃피우는 것” 애니메이션 하이큐에 나오는 문장이다. 그는 힘들거나 포기하고 싶은 것이 있을 때 이 문장을 생각하며 다시 도전하는 경우가 많다고 답했다. 애니메이션을 통해 그는 일본에 대한 관심도 생겼다. 애니메이션 자막을 보며 일본어 단어를 외우기도 하고 대사를 외운다고도 말했다. 틱톡에서 나오는 애니메이션 대사를 안 보고도 할 수 있고 엄청 신이 날 때 자연스럽게 일본어가 나온다. 그는 일본에 유학 가고 싶다며 애니메이션의 배경이 됐던 마을에서 살아보고 싶다는 모습도 보였다. “뭔가 일본에 가면 하이큐 멤버들을 만날 수 있지 않을까요?” 그는 반짝이며 말을 덧붙였다.

애니메이션을 좋아하는 지우씨는 누군가가 오타쿠라고 말하는 것도 들어봤다. 그런 말에 그는 “맞아 나 오타쿠야”라며 쿨하게 인정한 일화를 들려줬다. “저 오타쿠 맞아요. 근데 그게 뭐 어때서요?”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보겠다는데 그게 잘못된 것은 아니라는 마음이었다. 그는 이제는 애니메이션 보는 사람도 많아서 전혀 욕처럼 들리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너는 왜 이 재밌는 걸 안 봐?”라며 말을 덧붙였다. 그는 애니메이션 보는 것을 친구들에게 말하고 다닌다. 자신이 좋아하는 분야를 다른 친구들과 이야기하고 싶기 때문이다. 같은 주제로 이야기하고 싶은 마음도 크고 애니메이션을 보며 자신이 받았던 감동을 친구들도 받았으면 좋겠기에 이야기한다고 말했다.

지우씨는 웃으면서 “사실 아빠가 일본을 좋아하지 않는다”며 “애니메이션을 보고 있으면 왜 왜놈 걸 보고 있냐고 말을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이 기회로 아버지께 해명하고 싶다고 말했다. “아빠 일본이 우리나라에 나쁜 짓을 한 건 아는데 나는 그런 걸 옹호하면서 애니메이션을 보고 있지 않아” 그는 신념을 확고하게 보여주면서 아버지에 대한 사랑도 표현했다. 그의 아버지는 매주 금요일에 옥천신문이 오면 옥수수를 가장 먼저 펼쳐본다.

자신의 딸이 신문에 나왔나 안 나왔나 확인을 하는 것이다. “저번에 옥수수 기사사진에 제가 나왔는데 그거 보고 저 나왔다고 놀리더라고요.” 이번 신문에 자신의 이야기가 담긴 걸 보고 놀랄 아버지의 반응이 궁금하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처음에 기자 언니가 하이큐를 좋아하냐고 물어봤을 때 어떻게 알았지? 하며 놀랐다”며 “하이큐를 알고 있는 사람이 있어서 기뻤고 이렇게 자신이 좋아하는 것에 관해 이야기 할 수 있어서 너무 행복했다”고 소감을 말했다. 그리고 그는 친구들에게 “애들아 나도 처음에는 할 말이 없을 줄 알았는데 재밌어서 술술 말하게 돼. 그니까 걱정하지 말고 모두 인터뷰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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