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해미 전 문인협회장이 성모병원 입원 당시 만난 신옥숙 간호조무사
“청진기를 사용해 어르신들과 대화 나누는 모습은 처음 봤어요”
“몸이 아프지 않으면 계속 간호조무사로 일하고 싶습니다”

성모병원에서 간호조무사로 일하고 있는 신옥숙씨
성모병원에서 간호조무사로 일하고 있는 신옥숙씨

“지금까지 병원에 많이 다녔었는데요. 이런 간호사는 처음 봤어요.” 박해미(57,군북면 이백리) 전 문인협회장은 잔병치레가 많았다. 그만큼 병원을 많이 다녔고, 간호사들도 많이 보게 되었다. 3주 전에는 갑자기 찾아온 대상포진에 옥천성모병원에 입원하게 되었다. 3층에 있는 간병실이었다. 그러던 중 신기한 광경을 목격했다.

“정말 살면서 그런 건 처음 봤거든요. 귀가 안 들리시는 할머니와 간호사가 이야기를 하다가 갑자기 청진기를 꺼내는 거예요. 그러더니 할머니 귀에 청진기를 끼워주었어요. 그렇게 대화를 하더라고요.”

병원에 가면 의사들 목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청진기였다. 환자의 귀에 청진기를 꼽아주고, 간호사는 청진판(소리를 증폭시켜주는 원판 모양의 장치, 청진기에서 직접 몸에 닿는 부분)을 멀찍이 두고 말했다. 그렇게 어르신들과 대화를 했다. “어르신들이랑 대화를 얼마나 잘하는지 몰라. 어르고 달래드리면서 병원 생활에 적응할 수 있게 해주고, 말도 다 들어주고 그러시더라고요. 어르신들 대소변 닦아드리는 일도 정말 능숙하게 싫은 티 하나 없이 다 하셨어요. 어르신뿐만 아니라 저를 포함한 다른 모든 환자한테도 너무 친절했어요.”

신옥숙 간호조무사가 환자분과 청진기를 이용해 대화를 나누고 있다(사진제공 박해미)
신옥숙 간호조무사가 환자분과 청진기를 이용해 대화를 나누고 있다(사진제공 박해미)

성모병원 3층 내과 병동에서 일하는 간호조무사 신옥숙(45,읍 금구리)씨는 별거 아니라며 담담히 말한다. “예전에 일할 때 어떤 선배 간호사분이 그렇게 어르신들과 대화를 나누시더라고요. 그거 보고 저도 해야겠다고 생각하고 그렇게 대화를 나누고 있어요. 청진기를 그렇게 사용하면 대화를 훨씬 잘할 수 있어요.” 16년 전, 부산에서 옥천으로 왔다.

11년 전부터 성모병원에서 간호조무사로 일하기 시작해 지금까지 일해왔다. 그는 “어린아이들과 어르신들을 원래 좋아했다”고 말한다. 따듯한 간호조무사로서의 비결은 그의 간호 원칙인 ‘가족같이’에서 비롯된다.

“제 부모님을 생각하면서 일하면 잘해 드릴 수 밖에 없어요. 누구나 아플 수 있는 거잖아요. 제 부모님도 언젠가 아프실 수 있는데 그렇게 생각하면 어르신들 이야기를 잘 듣고, 잘 해줄 수밖에 없죠.”

물론 일하면서 스트레스를 받기도 한다. 힘들었던 일은 노래를 부르며 털어낸다. 그는 옥천에서 활동하는 시니어밴드 ‘꽃보다 BIC밴드’에서 4~5개월 전부터 보컬로 하고 있다. “노래 부르는 건 원래 좋아했어요. 잘 부른다고 말씀들은 해주시지만 다들 이 정도는 부르지 않을까요?”

간호 업무의 만성적인 인력 부족과 3교대 근무로 바쁘지만 신옥숙 씨는 여전히 일하는 게 즐겁고 지치지 않는다고 말한다. “간호조무사 일이 다행히 제 적성과 너무 맞는 것 같아요. 몸이 허락한다면 앞으로도 계속 간호조무사로 일하면서 살고 싶어요.”

성모병원에서 근무 중인 신옥숙 씨(사진제공 박해미)
성모병원에서 근무 중인 신옥숙 씨(사진제공 박해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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