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8월부터 옥천서 영어체험 강사로 일한 잉글랜드 청년 도미닉씨
사진과 영화, 음악과 글쓰기 등 폭넓은 취향 가져
‘평범한 것에서 새로운 예쁨을 찾는 게 즐거워요’

 

 

작년 8월부터 옥천에서 영어체험 강사로 일하는 도미닉씨. 그를 지난달 29일 충청북도국제교육원 남부분원 3층 도서관에서 만났다.

작년 8월 옥천에 온 도미닉(29·읍 삼양리)씨. 이때부터 옥천교육지원청 옆 충청북도국제교육원 남부분원에서 영어체험교사로 일하고 있다. 대구에서 2년 살다 고향인 잉글랜드 리버풀로 돌아갔지만, ‘아직 안 끝났다는 느낌’이 들어 다시 한국에 왔다.

사진과 영화, 음악과 글쓰기 등 취미 폭이 넓은 도미닉씨의 소원은 용암사 전망대에서 새벽 사진 찍기다. 지난달 29일, 그를 충청북도국제교육원 남부분원 3층 도서관에서 만났다.

 

■ 옥천에 온 이유는 무엇인가요?

안녕하세요! 저는 도미닉입니다. 풀 네임은 도미닉 패트릭 핀레이(Dominic Patrick Finlay)에요. 대학 전공은 영문학입니다. 대학 강의 때문에 영화를 많이 봤고, 이때 한국영화도 보게 됐어요. 영화에 나오는 한국 문화가 신기했어요.

영국 문화랑 비슷한 점이 많다고 느꼈거든요. 실패에 관한 유머. 다크 유머(어둡고 부정적인 소재가 바탕인 익살과 풍자)라는 코드가 비슷했어요. 그래서 봉준호와 박찬욱, 김지운 감독 작품을 많이 봤습니다. 한국말은 한국 친구들과 대화하면서 자연스럽게 배웠어요. 그리고 한국에 처음 왔을 때 6개월 동안 배웠어요.

이땐 열심히 안 했지만, 올해부터 진심으로 공부하기로 했어요. 그래서 지난주부터 한국어 수업을 인터넷으로 들어요. 티칭(Teaching. 가르치기)은 고향 자선 단체에서 가난한 아이들과 활동하는 걸 몇 주 했고, 대부분은 한국 온 뒤에 배웠어요.

처음 한국에 오고 나선 대구에서 2년 동안 초등학교, 중학교 원어민 강사로 일했어요. 그땐 일주일에 수업이 열네 개 있었어요. 처음에 정말 힘들었지만, 갈수록 괜찮아졌어요. 그러다 가족도 보고 싶고, 여자친구가 영국 워킹홀리데이(해외 방문 중 여행과 취업 등을 허가하는 비자)를 하고 싶어 해서 다시 고향으로 갔어요. 2년 6개월 정도 있었는데, 뭔가 아직 안 끝났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그래서 작년 8월 다시 한국에 왔어요. 그런데 코로나19 때문에 선택지가 많지 않았어요. 어떤 곳이든 상관없었지만, 어딜 가야 할지 몰랐어요. 그런 상황에서 옥천에 온 건 럭키(Lucky) 했던 것 같아요. 옥천이 한국의 가운데다 보니 어디든 갈 수 있어서 좋아요.

도미닉씨는 '정지용 시의 느낌을 사진으로 담고 싶다고 말했다. 사진은 도미닉씨가 카메라로 촬영해 인스타그램에 올린 옥천의 모습들
도미닉씨는 '정지용 시의 느낌을 사진으로 담고 싶다고 말했다. 사진은 도미닉씨가 카메라로 촬영해 인스타그램에 올린 옥천의 모습들

 

■ 도미닉씨의 옥천 살이 지금은 옥천읍 삼양리 빌라에 살고 있어요.

국제교육원 안에 기숙사가 있는데 코로나19로 쓰지 않거든요. 근무는 내년 8월까지고, 근무시간은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오전9시~오후6시입니다. 이곳은 정말 특별한(Unique) 시설인 것 같아요. 학교도 아니고, 학원도 아니고. 영어체험센터 같은 장소에요.

여기서 일하는 외국인은 저 포함 세 명이에요. 우리는 영동, 보은, 옥천의 원어민 선생님 없는 시골 학교에 가요. 단순한 영어 문법 수업이 아니라 문화 체험 수업을 진행해요. 초·중·고등학교에 다 가고, 때론 어른들도 가르쳐요. 직접 교육 장소에 가서 가르치기도 하고, 국제교육원에 와서 교육받기도 합니다. 일과가 끝나면 영국 친구랑 인터넷으로 이야기해요.

카메라로 사진 찍는 게 취미라 대청호나 금구천을 찍기도 해요. 원래 퇴근 뒤나 휴일 때 다른 도시에 가려고 했는데, 지금은 간단하게 보내고 있어요. 군북면 카페 ‘바람결’이나 ‘프란스테이션’, 구읍 전퉁문화체험관과 죽향초 구교사가 예뻐요. 평범한 장소에서 예쁜 걸 찾는 게 정말 좋은 것 같아요. 오늘은 ‘아이언쉐프’에 갔어요.

올해 코로나로 레스토랑에 갈 수 없었는데 드디어 가게 돼서 좋았어요. 레스토랑이나 포장 음식, 막창과 곱창도 좋아해요. 그래서 ‘막창브라더스’나 ‘부부식당’에 자주 갔어요. 요즘은 찐만두가 맛있어요.

사장님들께서도 친절하시고요. 향수시네마에서 영화도 자주 봐요. 최근에는 <듄>을 봤어요. 사람들 반응보단 재밌었지만, 걸작(Masterpiece)은 아니었어요.

도미닉씨는 '정지용 시의 느낌을 사진으로 담고 싶다고 말했다. 사진은 도미닉씨가 카메라로 촬영해 인스타그램에 올린 옥천의 모습들

 

■ 그의 취미와 바라는 점

저는 글쓰기와 음악도 좋아해요. 모든 나라, 모든 장르 음악을 좋아해요. 한국 음악은 인디, 힙합, 국악 가리지 않아요. 퓨전 밴드 ‘공명’이나 인디밴드 ‘새소년’, 재즈의 ‘김오키’를 좋아해요. 그래서 영화나 음악, 일상 등의 주제로 웹사이트 비니스 더 웨이브즈(Beneath The Waves)에 글을 싣기도 합니다.

가장 좋아하는 영화는 김기덕 감독의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 안드레이 타르코프스키의 <Stalker(잠입자)>에요. <듄>의 감독 드니 빌뇌브가 연출한 <블레이드 러너 2049>, <시카리오>도, 구로사와 아키라의 <이키루(살다)>도 좋아해요.

도미닉씨는 '정지용 시의 느낌을 사진으로 담고 싶다고 말했다. 사진은 도미닉씨가 카메라로 촬영해 인스타그램에 올린 옥천의 모습들

갑자기 어떤 데 관심이 생기면 자세히 공부하는 편이에요. 옥천은 정지용의 도시잖아요? 그래서 사진을 찍을 때 목표가 ‘정지용의 시에 있는 느낌을 담고 싶다’에요. 옥천은 대구 사람들보다 샤이(부끄러운)한 것 같아요. 그래서 친구 찾기가 좀 더 어려운 것 같아요.

하지만 저도 샤이해서, 조용한 게 더 끌릴 때면 오히려 더 좋아요. 교통수단(Transportation)으로 쉽게 대전도 갈 수 있어서 불편한 점을 느끼진 않지만, 자가용이 없다 보니 용암사에서 새벽 사진 찍기가 어려워요. 그래서 한번 찍어보고 싶어요.

도미닉씨는 옥천의 모습들을 카메라로 찍어 인스타그램에 게시하고 있다. 그는 금구천과 대청호, 장승과 감나무, 새와 달 등 옥천 사람들에게 일상적인 소재에서 예쁨을 찾는다. #dompfinlay

저작권자 © 옥천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