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돌 덕질로 통하는 청소년들
아미 박시연, 엔시티즌 조하나씨를 만나다

자신이 좋아하는 아이돌을 보여주는 조하나씨
자신이 좋아하는 아이돌을 보여주는 조하나씨

“어? 너 걔 좋아해? 나도 좋아해!” 청소년에게 ‘사랑’은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요즘 말로는 ‘덕질’이라고 한다. 아이돌, 배우 애니메이션 콘텐츠 등 청소년들은 분야를 가리지 않고 덕질 한다. 그중 가장 잘 알려진 덕질 문화는 ‘아이돌’이다. 아이돌을 사랑하는 팬의 마음은 복잡하다. 아무런 대가 없이 그가 행복해졌으면 하는 마음과 오늘 밤도 잠을 잘 잤으면 하는 마음, 그가 날 몰라줘도 된다는 마음과 그래도 나를 알아줬으면 하는 마음. 그가 우상으로 느껴지는 마음과 그와 연애를 하고 싶은 마음과 그를 돌봐주고 싶다는 마음 등 복잡한 감정이 섞여 있다. 팬은 아이돌을 통해 우월감을 느낄 때도 있으며, 그를 통해 한없는 우울함에 빠지기도 한다. 청소년은 아이돌을 통해 다양한 감정들을 배운다. 누군가는 쓸데없는 짓이라며 덕질을 폄하하기도 하지만 그것은 사랑해보지 않은 사람의 표현이다.

이원청소년문화의집에서 만난 박시연(15, 옥천읍 장야리), 조하나(15, 이원면 이원리)씨는 아이돌 좋아하는 사람 있냐는 물음에 쑥스러운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들은 방탄소년단과 NCT를 좋아한다고 말했다. 시연씨는 7살 때 우연히 TV를 보다가 방탄소년단의 데뷔 곡 ‘No More Dream’의 무대를 보았다. 이름도 모르는 사람들을 보며 잘생겼다고 생각했다. 그 후 초등학교 3학년 때 핸드폰을 가지고 나서 방탄소년단을 알게 되었다. 처음에는 방탄소년단에 입덕(어떤 분야에 빠지다)한 사실을 부정했다.

“그냥 노래가 좋아서 찾아 듣는 거야.” 그 이유는 팬 문화에 대해 잘 몰랐고 자신이 팬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았기 때문이다. 입덕부정기(어떤 분야에 빠진 것을 부정하는 시기)를 2년 정도 겪은 그는 초등학교 5학년 때 반에 있던 친구가 방탄소년단을 좋아한다는 것을 듣고 그때부터 같이 좋아하기 시작했다. “친구가 자신 있게 좋아한다고 말하니까 저도 좋아하는 것 같다고 인정했어요.” 하나씨는 올해 NCT(엔시티)에 입덕한 늦덕이다. 하나씨는 입덕 계기를 “원래 엑소를 좋아해서 SM 엔터테인먼트의 프로젝트 그룹 SUPER M(슈퍼엠) 활동을 찾아보다가 NCT를 알게 됐다”고 말했다.

자신이 좋아하는 아이돌을 보여주는 박시연씨
자신이 좋아하는 아이돌을 보여주는 박시연씨

NCT 23명의 멤버들이 전부 잘생기고 개성 있고 노래도 잘 부르고 춤도 잘 춰서 좋아하게 된 것이다. 하나씨는 좋아하는 사람이 있으면 그때그때 빨리 인정하는 편이어서 입덕부정기가 없었다고 말했다. 하나씨는 NCT의 정우와 재현을 가장 좋아한다고 말했다. 애교가 많고 귀엽고 잘생기기도 했지만, 사람의 말을 잘 들어주는 행동에서 배려심이 많고 다정다감한 모습이 느껴진다는 것이다. 시연씨는 방탄소년단의 진을 좋아한다. “사실 7명 전부 좋아하는데 굳이 최애(가장 사랑하는 사람)를 뽑자면 진이에요” 방탄소년단 진이 방송이나 무대에서 보여주는 모습이 사려 깊다고 말했다.

이들은 사람들에게 좋아하는 아이돌이 있다고 말하는 것을 꺼리게 된다. 그 이유는 아직도 여전히 사회에서 아이돌을 좋아하는 모습을 안 좋게 보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다. 시연씨는 “친구들이랑 있을 때는 아이돌 얘기를 많이 하는데 가족들한테는 얘기를 안 한다”며 “아이돌을 좋아한다고 밝혔을 때 저를 안 좋은 이미지로 생각할 것 같다”고 말했다. 하나씨도 친한 사람들한테만 덕밍아웃(어떤 분야를 좋아하는 것을 알림)을 한다고 말했다 “딱히 모르는 사람한테 누구를 좋아한다고 말하고 싶지 않아요.” 시연씨는 아이돌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에게 ‘학생인데 뭐 연예인을 좋아하고 그러냐 가서 공부나 해라’라는 핀잔도 들어봤다. 하지만 아이돌을 좋아하는 것은 친구들과 노는 것처럼 무거운 생각을 내려놓고 자신이 좋아하는 사람을 쳐다보는 것이라고 대답했다. 덧붙여 연예인과 일반인의 상황은 다르다며 사랑을 비하하는 사람들에게 단호한 말을 전했다. “아이돌을 좋아하는 것은 사람이 사람을 바라볼 때 느끼는 감정이에요”

마지막으로 하나씨는 “인터뷰 같은 거 떨려서 말을 잘 못 했다”며 “그래도 덕질이라는 주제로 이야기 할 수 있어서 재밌다”고 말했다. 그리고 좋아하는 NCT에게 적게 일해도 돈 많이 벌었으면 좋겠다고 앞으로 더 힘내자는 말을 남겼다. 시연씨는 방탄소년단 멤버들에게 코로나 시국에도 팬들이나 대중한테 자신들을 표현하는 모습이 멋있었다며 열심히 하는 모습마저 팬들은 사랑하니까 계속해서 힘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덧붙여 “아이돌 얘기는 학교 선생님이나 상담 시간에 말해봤는데 처음 본 사람과 덕질이라는 것 하나로 이렇게 통하는 것 같아서 신기하다”고 인터뷰 소감을 말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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