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년배 상담가로 활동 중인 김종임 씨를 만나다
전화 상담은 물론, 직접 찾아가 문제 해결해 주기도
“공동체 정신 회복해 서로 도우며 살았으면”

동년배 상담가로 활동하고 있는 김종임(65) 씨
동년배 상담가로 활동하고 있는 김종임(65) 씨

지치고 힘든 순간 누군가 내 이야기를 잠자코 들어준다면, 때로는 그것만으로도 위안을 얻을 수 있지 않을까. 노인들은 특히 그렇다. 나이가 들면서 누구에게 속 이야기를 꺼내기 쉽지 않다. 자식들한테 누가 될까봐 속으로 전전긍긍하면서 우울증이 생기는 경우도 다반사다. 괜히 병원 가기도 꺼려지는데 동병상련하는 동년배가 상담을 해준다면 이야말로 큰 힘이 된다.

노인장애인복지관(이하 복지관)에서는 어르신들이 어르신들의 고민을 상담해 주는 ‘동년배 상담’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동년배 상담사를 희망하는 어르신들은 약 두 달간의 교육을 거친 후 상담 대상자와 연결된다. 1인당 약 14~15명 정도를 맡고, 코로나로 인해 전화 상담만 진행 중이다. 현재는 총 12명의 동년배 상담사가 활동 중이며, 조를 나눠서 일주일에 두 명씩 복지관에 방문한다. 

12명의 동년배 상담사 중 남편과 함께 활동하는 김종임(65)씨를 만났다. 그는 영동에서 태어나 학창 시절을 모두 영동에서 보냈지만, 옥천에서 산 지 어언 42년이 된 어엿한 ‘옥천 사람’이다. “결혼하면서 이쪽으로 왔어요. 지금은 읍내 금구리에서 살아요. 거기서 40년 넘게 쭉 산 거죠.” 젊은 시절에는 20년 넘는 세월 동안 노래방을 운영했다. 그러다 9년 전 손주를 봐주면서 일을 그만뒀다. 딸이 손주를 다시 데려가고, 나이가 들며 할 일이 줄어드니 삶이 처진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그는 성심의원 3층에 위치한 아모레 화장품에서 일자리를 얻었다. 주중 틈날 때를 이용해서는 보이지 않는 봉사활동도 한다. 그게 바로 동년배 상담사다.

김 씨는 옥천신문을 통해 ‘동년배 상담사’에 대해 처음 알게 됐다. “옥천신문에서 동년배 상담사 40명을 모집한다는 걸 읽고, 남편과 함께 신청해 수업을 받았어요. 그리고 후속 수업인 ‘나를 향한 미소’도 지금 듣고 있죠.” 김 씨는 수업 듣는 게 정말 즐거웠다. 삶에 대한 지식, 궁지에 몰렸을 때 극복하는 법, 노년은 처음이라 잘 알지 못했던 세세한 부분들까지. 그래서 그는 주변 지인에게 추천해 교육생을 7명이나 데리고 왔다. “영동에서도 네 분이 오고, 보은에서도 와요. 이왕 교수님 초빙해서 하는 건데 많이 들으면 좋잖아요. 그래서 제가 전도사 역할을 하고 있어요.”

열정적으로 수업을 수강한 김 씨는 교육 수료 후 동년배 상담사로서 열심히 활동 중이다. 그는 ‘동년배 상담사’를 “힘들어하는 사람들을 위한 말동무”라고 소개했다. 남들에게 말 못 할 고민을 앓고 있는 동년배들을 위해 상담을 한다. 가정에서 어려운 일을 겪은 사람을 위해 전화는 물론, 직접 찾아가 문제를 해결해 준 적도 있다. “법적 문제로 분쟁이 있었던 적이 있어요. 직접 가서 그분들이 합의할 수 있도록 도왔죠. ‘서로 입장 바꿔서 생각해 보자’고 했어요. 각자 서로의 입장이 되어보면 이해할 수 있잖아요. 문제가 해결됐을 때 너무 좋았어요. 그전까지 그분이 엄청 고통스러워했거든요.” 

실제로 동년배 상담으로 위안을 얻은 사람들에게 감사 인사가 걸려오기도 한다. 그들은 문제가 해결됐다는 것뿐만 아니라 공감해 주고 들어준 것에 대해서도 고마움을 표시한다. 특별한 해결책이 없어도 그저 ‘우리 좋게 생각해 봐요’, ‘잘 될 수 있게 기도합시다’라는 말뿐이라도, 누군가에게는 따뜻한 위로가 된다. 

김 씨는 “공동체 정신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인구가 줄어들고, 핵가족 시대가 도래하며 이기주의가 만연한 것은 아닌지 걱정했다. “솔직히 지금 당장 누가 옆에서 넘어진다 해도 막 달려들어서 구해줄 수 있는 그런 의로운 사람들이 많이 없는 것 같아요.” 김 씨는 “윤리와 도덕을 지키며 잘못을 인정하고, 서로 도우며 사는 사회가 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남의 고민을 들어주는 ‘상담사’지만, 하다 보면 본인을 돌아보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김 씨는 “‘나’라는 사람은 정말 부족한 점이 많았다”며 “수업을 듣고 상담사 활동을 하다 보니 조금씩 변화가 있었다. 노년의 삶을 위해서 무엇이 이익이 되고, 무엇이 해가 되는지 조금씩 알아간다”고 말했다. 

또, “옥천은 노년 인구가 30% 이상을 차지한다”며 “노년의 삶을 어떻게 돌볼 것이고 우울증은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에 대한 교육들을 더 많이 해줬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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