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마다 열매가 주렁주렁, 대추나무 사랑 걸렸네!
올해로 4년 차 사과대추 농사를 짓는 천세희·정옥자 부부
자식을 키운다는 마음으로 정성을 듬뿍 담아 키워온 사과대추
크기도 두 배, 맛도 두 배, 로컬푸드직매장서 큰 인기

천고마비의 계절이다. 하늘이 높고 볕이 따사롭다. 봄철의 꽃샘추위, 무더운 더위와 병충해의 고통을 이겨내고 당당하게 얼굴을 내미는 노오란 곡식의 자태와 붉은 미소를 짓는 과수들의 모습들이 쉼 없이 하루하루를 달려온 농부들의 노고를 치하한다. 
한 해 농사는 ‘기다림’과 ‘인내’의 연속이다. 그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온종일 속을 박박 긁는 작물들을 보면 울화통이 치밀어 오르기도 하지만 잠깐만 뒤돌아도 언제 그랬냐는 듯 애지중지 키워온 작물들이 참으로 보고 싶다. 農心(농심)은 그런 것이다. 
옥천의 많은 농가들이 한해 농사의 끝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 요즘. 옥천읍 삼청리서 ‘사과 대추’ 농사를 짓고 있는 천세희(71, 청성면 합금리) 정옥자(69, 청성면 합금리) 부부의 농장에도 한 해의 마무리 수확의 손길이 한창이다.

“어떻게 알고 오셨대? 조금 더 일찍 왔으면 잔뜩 달린 대추들을 볼 수 있었을 텐데 아쉽네요. 얼마 전까지는 대추가 나무마다 한가득이었어요. 이제 한창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죠. 규모는 760평 정도에 960주 정도 되죠.”

대추농사를 지은 지 올해로 4년. 모든 농사가 그렇듯 준비는 춥디추운 겨울철부터 시작된다. 겨울에는 하우스 바닥을 다 들어내며 거름치기를 시작으로 움츠린 땅을 비옥한 땅으로 탈바꿈하는 과정을 지나 날이 따사로워지는 봄철에는 병충해 예방을 위해 약을 친다. 하지만 내가 지어, 내가 먹는다는 마음가짐과 주변인들에게 나누어줄 생각에 봄철 잠깐의 시기를 빼고는 약은 들이지도 않았다. 어디 그뿐이랴. 실하고 맛 좋은 대추를 위해 하루도 빠짐없이 하우스를 찾아 가지를 치며 애지중지 키웠다. 

두 부부가 농사짓는 대추의 품종은 ‘황대실’로 ‘사과대추’라는 이름으로 많이 알려져 있다. 그 크기와 맛도 남다르다. 일반 대추보다 두 배는 크고 그 당도 역시 상당하다.

이러한 풍채에 맞게 6~7천원 정도하는 일반 대추 묘목에 비해 사과대추는 약 2만원 가량의 값을 자랑한다. 당도와 맛이 단언 일품인 사과 대추. 하지만 심어두기만 한다고 훌륭한 맛이 나오지는 않는다. 모든 작물이 그렇듯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할 터. 그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것은 ‘물’관리다. 

“대추농사에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물관리에요. 너무 많이 줘도, 너무 적게 줘도 맛이 없어져요. 가장 간단하지만 가장 어려운 거죠. 물을 주는 시기와 그 양을 맞추는 게 높은 당도와 맛의 비결이라고 할 수 있죠! 여기 아무거나 하나 먹어봐요. 살짝 갈라진걸로”

자세히 들여다보면 살짝 금이 간 열매들이 여럿 보인다. 하지만 이것이 상품가치가 떨어지는 것이라 생각한다면 큰 오산이다. 열매가 갈라진다는 것은 당도가 높으면 높을수록 발생되는 일이고 그만큼 맛이 훌륭하다는 것이다. 사과대추는 80% 정도 익었을 때 그 맛이 일품이다. 완전히 갈색빛이 돌기 전 군데군데 초록빛이 조금 남아있는 열매가 가장 맛이 좋다. 

마치 사과를 먹는 듯한 대추의 식감이 이끌려 사과대추를 찾는 소비자들이 크게 늘었다고 두 부부는 얘기한다. 특히 로컬푸드 직매장에서 가장 인기가 많다고. 사과대추의 인기에는 아무래도 크고 맛 좋은 과일을 좋아하는 소비자들이 점점 늘어나는 추세에 사과대추가 그에 맞는 과일로 자리매김한 것 같다는 것이 두 부부의 분석이었다. 가격은 한 팩에 9천원이다. 

사실 대추농사를 짓기 전에는 포도농사와 배농사도 약 1천500평 가량 크게 지었다.

하지만 자식들도 다 컸으니 이제는 편한 마음으로 농사를 짓고 싶어 농사의 규모를 크게 줄였다며 두 부부는 입을 모았다. 남편인 천세희씨는 직장을 은퇴하고부터 농사를 시작했으니 못해도 10년 이상은 되고 아내인 정옥자씨는 젊은 시절부터 30년 이상 농사를 지어 이미 잔뼈가 굵은 농사꾼이다. 그러다 보니 어디 하나 성할 날이 없었다고 정옥자씨는 그간의 세월을 돌이켰다. 

“배농사를 오래 지었어요. 1천500평정도 될 텐데 매일을 나와서 일했죠. 양도 꽤 되는게 사람은 많이 안 썼어요. 내가 안하면 성에 차지가 않더라고요. 어떡하긴! 당연히 내가 다 했지! 하루 온종일 사다리를 오르락내리락 하다보니 무릎이 다 나가서 병원에서 이제 그만하라고 하더라고. 그래서 배농사는 거의 줄이고 비교적 편한 대추농사를 시작했지.”

그러나 이러한 고생에도 그간 지어오던 농사를 모두 그만둘 수는 없었다. 사실 정옥자씨는 어린 시절부터 과수원을 여는 것이 꿈이었다고 말한다. 오랜 시간 고생도 많이 했지만 결국은 꿈을 이룬것 같다며 그 때문이라도 열심히 가꾸어온 작물들을 전부 포기하는 것이 쉽지는 않았을 터. 때문에 지금도 2~300평가량은 대추와 함께 농사를 짓고 있다고. 

“내 새끼랑 똑같죠. 당연히 정성을 잔뜩 들일 수 밖에 없어요. 특히나 내가 농사를 지었다는 것에 대한 자부심이 엄청나죠. 더 좋은 건 남들과 나누어 먹을 때, 그 때 그 기분이 참 좋아요. 사실 우리가 농사를 짓는 건 벌이가 목적이라기 보다는 농사의 매력에 빠져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여기만 오면 저는 걱정거리가 없어지거든요.”

농사의 매력은 당연히 한 해 농사의 결과물인 농작물을 거둬들일 때의 설렘이다. 거둬드릴 때의 설렘이다. 그리고 내가 수확한 작물들을 맛보고 웃음 지으며 감사한 마음을 표하는 이들의 모습을 보면 그보다 행복한 순간이 없다. 한 여름의 뜨거운 더위를 지나 병충해를 입어 뚝뚝 떨어지는 열매들을 보면서도 다시금 쉼 없이 달려온 수확철, 그 노고에 대한 보상은 대추를 맛보는 이들의 만족스런 웃음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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