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과 위생, 어느 것 하나 소홀한 법 없는 도란도란 식당
어머님들이 생각하는 행복의 의미

 

왼쪽부터 송차순, 강점순, 황순자 씨
왼쪽부터 송차순, 강점순, 황순자 씨

 

“일을 하니까 한달이 금방금방 지나가고 1년도 금방이더라고요. 몸을 움직이니까 시간이 더 빨리 간다고 느껴지는 것 같아요. 행복이 별거 있나요? 일할 수 있다는 것이 행복한 거죠. 우리가 움직일 수 있고 건강하기 때문에 일할 수 있다는 것이니깐.” 도란도란 식당 종사자 황순자씨(74, 읍 문정리)와 주방장 강점순씨(75, 읍 문정리)의 일에 대한 소감이다. 그들이 느끼는 행복은 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가까이에 있었다. 오늘도 식당을 방문하는 사람들에게 행복을 전하는 그들을 만나봤다.

 처음부터 시니어클럽에 도란도란 식당이 있었던 것은 아니다. 2013년 9월 노인일자리사업이 실시한 뒤, 2015년까지 ‘꽃밭에서’라는 상호를 달고 현재의 코너13카페 위치(읍 금구리 191-51)에서 칼국수와 만두를 판매했다. 7년 전 꽃밭에서부터 시작해 도란도란 주방장을 맡고 있는 강씨는 도란도란의 산증인과도 같다. 꽃밭에서는 시니어클럽 시장형사업의 1호점이었으나 운영상의 문제로 폐점하고 같은 해 2월에 개업한 2호점 도란도란 향수할매식당만 남아 지금까지 활동을 이어온 것. 단돈 6천원만 있으면 제육볶음과 각종 반찬을 즐길 수 있는 도란도란 식당은 그렇게 시작됐다.

식당은 주로 노인, 직장인을 비롯해 혼자 밥을 먹으러 오는 사람들로 붐비는데 그날그날 메뉴가 다르다. 주방장이 매일 시장으로 나가 사오는 식재료가 그날 점심 메뉴이다. 단, 제육볶음은 매일 나오는 음식이다. 손님 대부분은 읍에서 오는 사람들이지만 가끔 방송국에서 취재를 나올 때도 있고 근처를 관광차 들렀다가 맛집이라 해서 방문하는 사람들도 꽤나 있다. 강씨는 “처음에 CJB(청주방송)에서 방송할 때 서울, 대구 등 전국 각지에서 많이 찾아왔었다”고 전했다.

식당은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운영하며 일요일과 공휴일은 휴무일이다. 기본적으로 점심만 제공하고 저녁은 예약만 받는데 단체 손님 10명 이하는 인건비의 문제로 받지 않고 있다. 저녁 식사는 백반이 아닌 닭볶음탕이나 갈비찜과 같은 요리를 제공하고 있다. 

종사자들은 각각 주방과 서빙 조로 나뉘어 주방은 이틀마다, 서빙은 사흘마다 돌아가며 일에 종사한다. 허나, 5년 전만 해도 일을 하지 않았다는 황씨. 그는 “5년 전에는 집에서 그냥 놀고 있었다. 60세 때부터 집에서 시간을 보냈는데 5년을 그렇게 흘려보내다가 노인 일자리 사업 얘기를 듣고 나오게 된 것이 지금까지 이어졌다”고 말했다. 강씨 또한 “정해진 시간동안 일을 하고 있다는 보람이 더 크다. 집에만 있으면 그냥 흘러가는 시간이기 때문이다”라고 답했다. 일을 마치고 집에 가선 밭일을 한다는 그들의 말에는 열정이 가득 담겨 있었다.

한편, 강씨는 도란도란 식당에서 인정받는 주방장이다. 주변 사람들은 ‘손맛이 다르다’, ‘집에 가서 똑같이 따라하면 그 맛이 안 난다’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게다가 강씨는 인공조미료도 쓰지 않기 때문에 맛있으면서 건강도 챙길 수 있는 음식을 만드는 것이다. 그는 “음식은 많이 해야 맛있다. 조금 해놓고 내놓으면 그 맛이 안 난다”며 “100-150명분은 거뜬하게 해낼 수 있다”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맛으로 뒤지지 않는 도란도란이지만 위생만큼은 군내 어느 식당과 견주어도 손색이 없을 만큼 깨끗한 시설을 갖추고 있다. 식당 구석구석을 살펴봐도 먼지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위생에 신경 쓴다는 점에서 어르신들의 생활 감각이 엿보인다.

“여기 옆에 손가락으로 쓰윽 문질러봐도 먼지 하나 없을 거예요. 매일 아침, 저녁으로 닦고 수시로 청소하거든요.” 식당 청소를 담당하고 있는 황씨와 송차순씨(71, 읍 문정리)는 세척기가 해주는 식기세척도 미덥지 않아 손수 닦아서 진열해놓는다. “저기 부엌에 가보시면 바닥 틈 사이에 기름기가 하나도 없을 거예요. 매일 바닥에 세제 뿌려서 문질러 닦기 때문이죠.” 위생과 맛 두가지 모두에 정성을 쏟는 도란도란은 이제 30명의 직원으로 구성된 식당으로 성장했다. 처음 16명이었던 것에 비하면 거의 2배가량 인원이 늘어난 것이다.

앞으로의 여생을 어떻게 보내고 싶냐는 질문에 지금처럼 즐겁게 일하며 보낼 수 있었으면 한다는 그들의 대답은 행복에 대한 의미에 또 다른 시사점을 제시한다. 당연하다고 생각해왔던 것들이 한 발짝 떨어져 바라보면 행복이었을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모두 70이 넘은 나이지만 여전히 일이 할 만하다고 말하는 그들은 입을 모아 “함께하니깐 이렇게 할 수 있었던 것 같다”고 답했다. “마음이 편안하고 몸 건강하게 움직일 수 있다는 것은 정말 큰 행복이고 바람이다”라고 말하는 이들의 표정이 사뭇 행복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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