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니어클럽 ‘푸른대청지킴이’ 조령1리 주민 4명, 금강휴게소 아래 구역 정화
올해 푸른대청지킴이·맑은대청지킴이 76명 활동 중
가정 쓰레기 불법투기 빈번… “여름에는 쓰레기 천지”

푸른대청지킴이들이 쓰레기를 줍고 있다.
푸른대청지킴이들이 쓰레기를 줍고 있다.

 

여행자들의 관광명소가 된 금강휴게소 아래. 네쌍둥이 같은 옷차림의 어르신들이 부슬비가 내린 전날에 이어 완연한 가을 날씨인 지난 13일에도 나타났다. 파란 모자에 파란 조끼, 장갑과 장화까지 작업복을 갖춰 입은 어르신 네 명이 한 줄로 걸어갔다, 둘 둘씩 흩어졌다 하며 쓰레기를 줍는다. 옥천옻문화단지대형주차장 근처부터 금강4교까지 2km가 되지 않는 거리지만 곳곳에 버려진 쓰레기로 한 걸음도 쉬이 뗄 수 없다. 불규칙적으로 집게 부딪히는 소리만 들린다.

낚시꾼들과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만큼 쓰레기도 금방 쌓이는 강가 산책로는 이날도 쓰레기가 가득했다. “이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야. 여름에는 이 길이 쓰레기 천지야.”

오전 9시부터 오후 12시까지 강가 산책로 쓰레기를 줍는 이들은 옥천군시니어클럽 노인일자리 공익활동형인 ‘푸른대청지킴이’다. 2월부터 11월까지 하루에 3시간, 한 달에 10번 총 30시간을 일하고 월 27만원을 받는다. 대청호 인근 마을 주민들 가운데 기초연금을 받는 만 65세 이상 기준을 충족하는 어르신들이 고용됐다. 이날 모인 김배옥(74), 김순희(80), 송강순(77), 이순례(81)씨도 조령1리 주민들이다. 올해 6월 경기도 부천에서 이사와 이달부터 일을 시작한 김순희씨를 제외하고 모두 활동한 지 3, 4년 된 프로다.

 

■ “낚시꾼, 포장마차가 이 구역 쓰레기 주범”

“낚시꾼들이 말을 안 들어.” 어르신 한 명이 산책로 쓰레기의 원인을 지목하며 혀를 찼다. 평일 한낮에도 드문드문 보이는 낚시꾼들은 꼭 흔적을 남긴다. 쓰레기통이 설치돼 있지 않아도 제멋대로다.

포장마차 일대에 들어서자 쓰레기양이 많아졌다. “이 가게가 쓰레기를 잘 안 치워. 장사 쓰레기는 장사꾼들이 치워야지. 비 오면 다 강으로 흘러간다고.” 쓰레기가 쌓이면 낚시꾼들이 쓰레기 배출 장소로 착각해 쓰레기를 버리는 악순환이 계속된다. 이날 수변 정화 봉사활동을 하다 마주친 배기수 전 조령1리 이장도 같은 말을 했다. “포장마차 쪽 쓰레기가 많아요. 대청호수난구조대에서 주기적으로 봉사를 하긴 하지만 쓰레기가 넘쳐요.” 그는 푸른대청지킴이의 역할이 크다고도 말했다. “어머니들 없으면 여기 완전 난장판입니다.”

금강휴게소 앞 산책로에 모인 쓰레기들
금강휴게소 앞 산책로에 모인 쓰레기들

고령의 어르신들이 활동하다 보니 쉬는 시간은 필수다. 중간 중간 세 번 정도는 쉬어줘야 일을 이어갈 수 있다. 여름에는 땡볕 아래 일을 해야 해 더 고역이다. “우리 쉬는 데가 다 있어.” 강가 흙바닥과 포장마차 천막 아래, 금강4교 밑이 이들의 쉼터다. 퇴비 포대를 깔고 앉아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눈다. “사람이 없어 우리 동네는. 시니어클럽에 여기 사람 추가하라고 말은 하는데.”

푸른대청지킴이로 활동하는 인원은 총 58명. 13개 마을 사정에 따라 적게는 2명부터 많게는 7명까지 한 조에 소속돼 활동을 하고 있다. 시니어클럽 강은주 팀장은 “인원을 보충하고 싶어도 마을에 가용인력이 없다”고 말했다.

 

■ 상자째로 버린 가정 쓰레기도

이날 가장 많이 보인 쓰레기는 담배꽁초였다. 마스크 포장지도 적지 않았다. 주인을 잃은 의자가 덩그러니 버려져 있기도 했다. 널리고 널린 쓰레기들 중 눈에 띈 것은 상자에 담긴 일반 가정 쓰레기였다. 어르신들이 익숙한 듯 주저 없이 상자를 열어 쓰레기를 분류한다. “가정 쓰레기 무더기로 갖다 놔. 자루로도 버려. 청주 쓰레기봉투도 봤어.” 예상치 못한 쓰레기를 마주하는 건 여전히 적응되지 않는다. “여름에는 구더기 봉다리도 있었어.” 동물 사체가 발견되는 일도 있었다.

초록색 퇴비포대에 수거된 쓰레기는 다시 두 개의 마대에 옮겨졌다. 플라스틱과 유리 등 재활용 쓰레기를 담는 빨간색 마대, 일반쓰레기를 담는 하얀색 마대로 나뉘었다. 보드마카로 ‘시니어’라고 크게 적어야 수거업체에서 쓰레기를 수거해간다.

상자째 버린 가정 쓰레기를 분류하고 있다.
상자째 버린 가정 쓰레기를 분류하고 있다.

작업은 끝났지만 집에 돌아가는 길마저 쉽지 않다. 대형 트럭이 쌩쌩 달리는 도로를 따라 마을 경로당까지 10여 분간 걷는다. 이순례씨는 다리가 아파 뒤늦게 도착했다. 경로당에 놓인 활동일지를 작성하고서야 비로소 이날 업무가 끝이 났다. 코로나19로 성당 모임을 못하고 있다는 이순례씨는 이 일이 유일한 외출이다. “노인네들 돈 벌 데가 없잖아. 병원비, 용돈 벌려고 하는 겨. 그래도 돈 때문에 하는 것만은 아니여.” 시니어클럽 강은주 팀장은 “코로나19로 사회활동을 할 수 있는 기회가 많이 줄었는데 어르신들이 건강을 잘 유지해서 활동을 이어가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일을 마치고 도로를 따라 마을로 돌아가고 있다.
일을 마치고 도로를 따라 마을로 돌아가고 있다.
경로당에서 활동일지를 작성하고 있다.

 

한편 푸른대청지킴이는 올해 맑은대청지킴이의 공익활동형으로 신설됐다. 유급봉사 일자리 형태인 푸른대청지킴이와 다르게 맑은대청지킴이는 시장형으로 운영 중이며, 외부수입원인 한국수자원공사 대청댐지사를 통해 사업 예산을 짠다. 푸른대청지킴이와 마찬가지로 수변 정화 활동을 하지만, 월 근로 시간은 더 길다. 다만 기준이 낮아 만 60세 이상이면 참여할 수 있다. 현재 8개 마을 18명이 활동 중이다. 강 팀장은 “올해 시장형 사업 규모가 줄면서 기존의 활동 인원을 공익활동형 일자리에 배정할 수 있게 조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내년 푸른대청지킴이 운영 계획은 이달 말 보건복지부의 지침에 따라 결정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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