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배움터 헬프데스크, 향수뜰 농산물체험장에서도 열려
방아실 주민들, 대전까지 가지 않고 디지털 교육 받을 수 있어
“집에 멧돼지가 왔는데, 너무 빨라서 사진을 못 찍어.”
방아실 경로당 회장을 맡고 있는 류항보(83, 군북면 방아실길)씨는 얼마 전 집 근처에서 멧돼지를 목격했다. 사진을 찍으려 했지만 멧돼지가 너무 빠르게 움직여서 찍을 수 없었다. 그는 다음날 향수뜰 농산물체험장(군북면 방아실길 4)에서 열리는 헬프데스크로 찾아왔다.
디지털배움터 강사들은 류 씨에게 ‘휴대전화로 동영상 촬영하는 법’을 알려줬다. 류 씨는 닭장에서 모이 먹는 닭을 직접 찍어보며 촬영법을 익혔다. 이후 류 씨는 멧돼지를 동영상으로 촬영해 헬프데스크로 가져왔다. 지금은 멧돼지 영상을 지웠지만 언제라도 나타나면 다시 촬영할 수 있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디지털배움터 이정심 강사는 “매번 깜빡 잊어버린다고 하시는데 활용을 굉장히 잘 하신다”며 류 씨를 향 해 “가장 열심히 배우는 우수 학생”이라고 엄지를 치켜들었다.
헬프데스크는 전 국민 디지털 역량을 키우기 위한 국책 사업 ‘디지털배움터’의 일환으로, 디지털 기기 사용에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에게 일대일로 도움을 준다. 향수뜰 농산물체험장에서는 평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까지 운영된다.
지난 7일 헬프데스크를 다시 방문한 류 씨는 “전화 올 때 소리랑 진동이 함께 울린다”며 휴대전화를 내밀었다. “소리만 나고 진동은 안 울렸으면 좋겠어요?” 이 강사의 질문에 류 씨가 고개를 끄덕였다. 이 강사가 설정에 들어가 ‘소리+진동’에서 ‘소리’만 나도록 바꾼 후, “이제 진동은 안 울리고 소리만 날 거다. 벨소리도 제일 크게 되어 있다”고 말했다. 이 강사가 류 씨에게 전화를 걸자 ‘어느 세월에 너와 내가 만나~’ 진동 없이 노래 소리만 울려 퍼졌다. 류 씨가 “난 해도 안 되더라”고 하자, 이 강사는 “이런 건 한 번만 하면 되는 거니까 오셔서 물어보시라”고 답했다.
류 씨가 동네 어르신을 만나 휴대전화를 챙겨 자리에서 일어났다. 류 씨는 “지나가다가 핸드폰 뭐 좀 알아봐야겠다 싶으면 또 오겠다”면서도 “요즘엔 공백이 잦다”는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 강사는 “이제 앞에 시간표도 다 적어 놨다. 전화 주시면 찾아서라도 갈 테니 연락 달라”고 말했다.
이 강사는 “방아실 분들은 생활권이 대전이라 핸드폰에 무슨 문제가 생기면 버스 타고, 자가용 몰고 대전으로 나가셔야 한다”며 “헬프데스크를 많이 찾아오진 않지만 꼭 필요한 분들은 대전까지 안 나가고 여기로 오시는 거다”라고 말했다. 또, “동네 주민들이 나오기 힘들다 하시면 찾아서라도 간다. 많은 분들이 가까운 곳에서 디지털 교육을 받으실 수 있으면 좋겠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