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천군결혼이주여성협의회 부티탄화 회장 인터뷰
“친구들을 위한 쉼터를 만들고 싶습니다”

옥천군 사회보장협의회에서 업무중인 부티탄화 회장
옥천군 사회보장협의회에서 업무중인 부티탄화 회장

 

옥천군결혼이주여성협의회 부티탄화(39) 회장의 전화기는 쉴 틈이 없다. 다양한 부탁이 들어온다. 학교에서 나온 안내문이 이해가 안 된다며 사진으로 찍어서 보내주는 친구, 외국인 계절 근로자한테 사업 내용을 설명해 줄 수 있냐는 공무원의 전화까지. 

귀찮을 법도 하지만 부티탄화 회장은 지치지 않는다. 도움을 주는 일을 마다하지 않았다. 백신 예약을 놓친 이주여성을 위해 병원마다 전화해 잔여백신 예약을 해주었다. 법원에서 이혼 소송 중인 이주여성의 통역을 위해서 휴가까지 내고 법원에 같이 가주었다. 오직 ‘친구’들을 위한 일이었다.

“무슨 일 있으면 다 저한테 전화 와요. 그래도 저는 거절할 수 없어요. 힘들지는 않아요. 힘들면 이거 못해요. 저는 사실 이런 거 너무 좋아하거든요. 그래서 아무리 힘들어도 다 알아봐 주려고 해요. 그러면 친구들이 너무 좋아하고, 또 저를 믿어줘요.”  

 

■ 누군가를 도와줄 수 있는 삶

베트남 하노이에서 120km 정도 떨어진 작은 도시에 살았다. 2009년 12월, 옥천에 왔다. 2013년부터 19년까지는 다문화센터에서 이중언어 강사로 근무했다. 그 후 장령산자연휴양림을 거쳐 지금은 통합복지센터 4층 옥천군사회복지협의회에서 일하고 있다. 

“장령산에서는 매표소나 사무실에서 일했어요. 그런데 점점 다른 사람에게 도움될 수 있는 일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사회복지사 자격증도 있고, 컴퓨터활용능력도 조금 있어서 사회복지협의회 채용공고를 보고 지원하게 되었어요.”

남들을 도와주고, 이주여성 친구들을 도와주겠다는 생각은 부티탄화 회장의 삶을 관통한다. 대덕대학교에서 복지사 자격증을 취득한 이후 지금은 건양사이버대학교 다문화한국어학과에 재학중이다. 한국어 교육 자격증을 취득해서 한국어 문법이 약한 친구들에게 기초 문법을 알려주고 싶다는 생각이었다. 

강의뿐만 아니라 부티탄화 회장은 회원들이 ‘힐링’할 수 있도록 공모사업도 부지런히 신청한다. 지난 6월부터는 충북 지역 공동체 제안 공모사업에 선정되면서 ‘우리가 만든 우리 이야기’라는 이주여성들이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자리를 진행하고 있다. 

“결혼하기 전 이야기, 결혼했던 이야기, 살면서 힘든 점 등을 이야기해요. 이런 이야기를 나누는게 중요하거든요. 대부분 언어나 문화를 좀 힘들어했어요. 12월에는 직접 말한 이야기를 담은 책도 나와요. 좋은 일도 말하지만 속상하고 힘들었던 일도 말하기 때문에 실명은 나오지 않을 것 같아요.”

이 외에도 ‘고향 음식 나누기’ 등 회원을 위로해줄 수 있는 사업뿐만 아니라 이주여성과 자녀가 함께 즐길 수 있는 프로그램도 기획한다.

부티탄화 회장의 노력 덕분일까. 57명으로 시작한 결혼이주여성협의회의 회원 수는 현재 105명에 달한다. 부티탄화 회장과 임원들은 회원 한 명 한 명에게 협의회 행사에 대해 설명한다. 읍에 잘 나오지 못하는 회원들을 위해 직접 면으로 나가서 회원들을 만나기도 한다.

“지난주에는 청성면에 가서 7명의 이주여성들을 만났어요. 협의회에서 했던 일 중에 좋았던 이야기도 듣고, 살면서 겪는 어려운 점도 들어요. 그래서 제가 협의회장으로서 할 수 있는 것들은 다 해보려고요. 친구들은 다들 읍까지 나오는 일이 어려우니까 면에서도 할 수 있는 일들을 만들어 달라고 했어요. 친구들도 힐링해야 되니까요.”

사회복지협의회에서 일하고, 협의회 회장 업무도 하고, 간간이 오는 부탁 전화를 들어주느라 바쁘지만 부티탄화 회장은 즐겁다. 3개월에 1만 원인 회비가 부담스러울 수 있는 회원들을 생각해서라도 계속 공모사업을 받아와 친구들을 힐링할 수 있게끔 해주고 싶다고 말한다. “협의회에서 행사하면 너무 재밌어요. 고향 음식 만들 때도, 집에서 혼자 음식하다가 여기 나와서 친구들이랑 고향 음식 만드니까 정말 좋았어요. 저도 왜 이렇게 재밌는 줄 모르겠는데 진짜 재밌고 좋았어요.”

지난 7월 진행된 '우리가 만든 이야기'(사진제공 : 옥천군 결혼이주여성협의회)
지난 7월 진행된 '우리가 만든 이야기'(사진제공 : 옥천군 결혼이주여성협의회)

 

■ 갈 곳 없는 이들에게 쉼터가 되었으면

부티탄화 회장의 앞으로 목표는 쉼터를 만드는 것이다. 이주여성을 품어주는 정신적인 쉼터뿐만 아니라 잠시 쉬어갈 공간으로서 쉼터를 만들고 싶다. 

“이주여성이 집에서 남편하고 싸우면 어디갈까요. 한국 사람이 싸우면 친정집이나 친구집에 가면 되는데, 이주여성은 공원이나 노래방으로 가요. 갈 곳이 없으니까. 그런 곳에 잠깐 있다가 다시 집으로 돌아가야돼요. 그래서 결혼이주여성협의회 사무실이 생기면 옆에 휴게실을 만들고 싶어요.”

또 하나 바라는 지점은 일하는 이주여성이 더 많아지는 것이다. 부티탄화 회장의 생각에는 “다문화가족지원센터를 제외하고서 사무실에서 일하는 이주여성은 나밖에 없는 것 같다”고 말한다.

“정말 어려운 일이겠지만, 일할 수 있는 이주여성을 위한 일자리가 좀 만들어졌으면 좋겠어요. 이주여성 중 일하는 사람들은 보통 농장에 나가거나 공장에 다니거든요. 공공기관에 장애인 일자리가 있는 것처럼, 힘든 일이겠지만 이주여성을 위한 할당도 만들어지면 좋겠어요.”

부티탄화 회장은 지치지 않고 싶다. 지금 “너무 잘 운영되고 있는” 결혼이주여성협의회를 회장 임기동안 잘 이끌고, 계속 친구들을 위한 공간으로 만들어가고 싶다. 지치지 않는 힘은 이주여성 친구들의 응원에서 나온다. “다들 너무 좋아해줘요. 그 힘으로 저도 계속 하고 있어요. 남들의 인정 같은 건 상관없을 것 같아요. 저희가 하고 싶어서 하는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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