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복지센터 7층 시니어클럽 작업장에서 주 2~3회 일하는 노인들
“정수기가 있고, 음악이 흘러나오는 작업장이 생기면 좋겠어요”

 

위드하우스 공동작업장에서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위드하우스 공동작업장에서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생각보다 조용했다. 노래가 흘러나오고 왁자지껄 이야기가 흘러나오는 작업장을 상상했지만, 투두둑 플라스틱들이 부딪히는 소리만 가득했다. 오늘 오후 작업은 곶감걸이. 윗부분에 갈고리가 달린 기다란 빨간색 플라스틱 대에 10개의 곶감걸이대를 꽃아넣는 작업이다. 12명의 시니어클럽 3조 소속 노인들의 손이 바빴다.

 ■ 혼자 있는 집보다는 같이 있는 작업장

“재밌어요.” 시니어클럽 2년차인 이영자(79)씨의 손은 빨랐다. “작년에는 코로나 때문에 일을 많이 못했던 것 같아요. 올해는 집게도 만들고 곶감걸이도 만들고 있어요.” 같은 테이블 제일 끝자리에서 묵묵히 일하고 있던 A(80) 씨도 “일하는건 하나도 안 힘들다”고 말했다. “금요일 아침에는 새벽에 신문 포장을 하느라 새벽 4시 전에 일어나요. 오후 작업이 있을 때는 신문 포장 끝나고 집에 가서 좀 쉬다가 밥 먹고 다시 일하러 나와요. 오전 작업이 있으면 바로 일하러 나오고. 오래해서 그런지, 일이 힘들지는 않아요.” 작업하던 사람들도 다 한마디씩 거들었다. “일자리라도 있으니까 훨씬 좋지.” “아무것도 안 하면 더 힘들어.” “집에서 누워있으면 뭐해!” 

그렇게 일을 하고 싶은 노인들이 통합복지센터 7층 시니어클럽 작업장에 모였다. 시니어클럽 사업 내 다양한 유형 중 ‘위드하우스공동작업장’이다. 주 2~3회, 월 30시간 이내로 주어진 작업을 한다. 올해는 코로나19로 활동을 못한 시기도 있어 월 39시간까지도 작업을 하고 있다. 매 작업마다 납품되는 사업체가 달라진다. 요즘 작업 중인 곶감걸이나 작물집게는 금산군에 위치한 ‘케이아이 산업’에 납품된다. 작업 시간 동안 참여자들은 최저 시급을 받는다. 옥천에는 오늘 오후 작업조인 3조를 제외하고 2개 조가 더 있다. 옥천시니어클럽 오재석 과장은 “시니어클럽에 참여하고 싶으신 노인분들을 모집하고, 자리가 다 차면 대기자로 받고 있다”며 “지금은 연말이라 대기자가 거의 없고, 자리가 나면 순차적으로 희망하시는 사업으로 연계해준다”고 말했다.

시니어클럽 3조 이회순씨
시니어클럽 3조 이회순씨

 

■ 무슨 일이든 끝마치는 프로들

곶감걸이를 만드는 일은 단순 작업이지만 녹록치는 않다. 구멍에 곶감걸이대를 힘있게 눌러 넣어야 하는데 쉽게 껴지지 않아 손이 아프다. 그래도 시니어클럽 노인들의 손은 능숙했다. “잘 안 껴지는 구멍도 있고, 안 껴지는 날도 있어요. 그럴 때는 다른 걸로 바꿔서 끼어보면 잘 끼워져요.” 그 중 가장 능숙해 보이는 김화숙(69) 씨는 시니어클럽 3조 반장이었다. 조원들 말에 따르면 “가장 이쁘고, 젊고, 똑똑한 사람”이 조장을 맡는다고 했다. 김화숙 씨는 여기저기 돌아다니면서 10개씩 쌓여진 곶감걸이를 포장지에 넣기도 하고, 자리에 앉아 곶감걸이를 빠르게 만들기도 했다.

“일은 매 시기마다 바뀌어요. 요즘은 오늘처럼 곶감걸이를 만들기도 하고 과일과 포장지를 같이 집을 수 있는 작물집게를 만들었어요. 명절 때는 쇼핑백에 집게를 다는 일도 했어요. 일이 계속 바뀌는데도 다들 너무 잘해주세요. 안 어려워요.”

남다른 솜씨로 일을 처리하는 노인들은 시니어클럽 일자리에 만족하지만 작은 바람들은 있었다. 한 참여자는 작업장에 정수기가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여기 작업장에는 정수기가 없어서 물 마시려면 밑에 층 사무실까지 내려가서 마셔야 돼. 그래서 그냥 안 마셔.” 다른 참여자는 ‘노래’가 있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신문 포장할 때는 노래도 틀어주고 하는데 여기는 그런거 틀어줄 사람 없지. 조그만 라디오라도 하나 있으면 좋을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시니어클럽 회원들이 만드는 곶감걸이
시니어클럽 회원들이 만드는 곶감걸이
시니어클럽 회원들이 만드는 과일집게
시니어클럽 회원들이 만드는 과일집게

 

■ 일하는 일상을 보내는 노인들

작업에 따로 할당량이 주어져 있지는 않다. 오후조는 1시부터 4시까지, 3시간 동안 주어진 시간 동안 작업을 하면 된다. 한 참여자는 “몇 개나 만드는 지는 우리는 몰라. 그냥 시간 동안 하고 가면 돼”라고 말했다. 곶감걸이 작업이 큰 박스를 다 채울만큼 진행되면 다른 작업으로 교체된다. 작업장에서 박스를 옮겨주고, 새로운 작업 물품을 건네주는 일은 시니어클럽 소속 사회복무요원 김병현(23)씨가 담당한다. 김병현 씨는 “박스를 옮기는게 조금 무겁긴 하지만 어머님들이 잘해주신다”며 “오래하신 분들이 많아서 일들을 워낙 잘하신다”고 말했다.

그렇게 일은 일상이 되어간다. 연난희(69) 씨는 “이거 4시까지 하고 가서 저녁 먹고, 씻는다”며 “일을 끝나고 집에 가면 할 게 많고 시간이 금방 간다”고 말했다. 이회순(73)씨는 “일 안할 때는 보통 집에 누워있는다”며 “여기 오면 말할 사람도 많고, 일도 하고 그래서 너무 좋다”고 말했다. 

자칫 잘못하면 지루해질 수 있는 단순작업 업무이지만 다들 각자만의 생각을 하느라 바쁘다. 지난 3월부터 시니어클럽에 참여했다는 이회순 씨는 평소에 일을 하면서 오늘 저녁에 뭐 먹을지 생각한다. “오늘 오기 전에 돼지고기를 꺼내놓고 왔거든. 이따 가서 삶아 먹을까 생각 중이야. 그런걸 생각하면서 작업하는겨.” 

다음 작업 일정은 아직 모른다. 매주 달라지는 계획표를 보고 시간에 맞춰 작업장에 나온다. 혼자 있던 집에서 나와 주 2~3회 친구, 동료들을 만나며 같이 작업을 하며 노인들은 삶의 활력을 얻어간다. 만들어야 할 플라스틱 곶감걸이가 쌓여있어도 참여자들은 다들 힘든 기색 없이 능숙하게 작업을 이어갔다. “일자리라도 있으니까 너무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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