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천 디지털배움터, 군 내 교육장 활용해 고령운전자 면허 갱신 도와
복지관은 이어폰 착용, 향수뜰은 인터넷 미설치…여전히 과제 남아 있어

궁금한 내용을 질문하고 있는 고령운전자 수강생
궁금한 내용을 질문하고 있는 고령운전자 수강생

군 내 고령운전자가 면허 갱신 온라인 교육을 들으려면 어디로 가야할까? 도로교통공단 고객센터는 옥천 고령운전자를 청주 교육원이나 대전 유성구에 위치한 도로교통교육장으로 안내한다. 하지만 75세 이상의 고령운전자들이 지역을 벗어나 두 시간 이상 걸리는 교육을 듣고 돌아오는 것은 체력적으로 쉬운 일이 아니다. 

다행히 대전이나 청주까지 가지 않고 옥천에서 면허 갱신 온라인 교육 수업을 들을 수 있는 방법이 있다. 충북 디지털배움터는 도로교통공단 충북지부와 협약을 맺고 고령운전자가 군 내에서도 온라인 면허 갱신 교육을 수강할 수 있도록 교육장을 운영 중이다. 옥천군노인장애인복지관(이하 복지관)에서 매주 월요일 오후 1시부터 4시까지 1층 로비에서 도움을 받을 수 있고, 향수뜰 농산물체험장(이하 향수뜰)에서도 매주 금요일 오후 1시부터 4시까지 진행된다. 

충북 디지털배움터 총괄을 맡고 있는 황인섭 프로젝트 매니저(PM)는 “코로나로 인해 비대면 상황이 지속되다 보니 디지털을 활용하지 못하시는 분들이 어려움을 겪으신다”며 “디지털 교육을 통해 생활의 어려움을 해소하고자 하는 디지털배움터의 목적과 고령운전자 분들의 안전 교육 의무사항을 갖는 도로교통공단 사이에 접점이 만들어지며 진행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8월 디지털배움터를 통해 고령운전자 면허 갱신 교육을 수료한 최인호(85, 옥천읍)씨는 주위 사람들에게 해당 프로그램을 알리는 우수 홍보사원이다. “지인이 경찰서 가서 얘기를 하니까 대전으로 알려주더라는 거예요. 옥천 사람이 대전까지 가려고 해 봐요. 나이 먹은 사람이 얼마나 힘들어. 그래서 왜 그렇게 하느냐고 여기를 알려 줬죠.”

■ 온라인 참여 쉽지 않지만, 꼭 필요한 ‘고령운전자 의무 교육’ 

지난 7일, 최 씨의 소개로 안철호(82, 청산면 지전리)씨와 정면희(82, 옥천읍 문정리)씨, 김정길(81, 옥천읍 금구리)씨가 디지털배움터가 진행하는 고령운전자면허갱신 온라인 교육을 듣기 위해 모였다. 20대에 조기 축구 동호회를 통해 알게 된 사이인데, 어느덧 평균 나이가 81.6세가 됐다. 면허 갱신을 결정한 계기가 무엇이었냐는 질문에 이들은 100세 시대에 면허 갱신은 필수라고 말했다. “아직은 반납할 때가 안 됐어. 그런 건 90은 넘어야 생각하지!”

하지만 온라인 교육이 낯선 어르신들에게는 높은 의욕과 별개로 홈페이지 회원 가입부터가 장벽이다. 디지털배움터 이정심 대표강사가 “핸드폰으로 인증번호가 갈 거다. 본인이 맞는지 확인하는 번호다”라고 설명했다. 그러자 휴대전화를 들여다보던 안 씨가 “아, 아이디가 생긴다고요?”라고 물어왔다. “아뇨, 자동으로 생기는 건 아니고 이제 만들어야 해요.” 이번에는 옆에 있던 김 씨가 “아이디를 여기다 쓸까요?”라고 질문했다. 이 대표강사는 “아이디는 지금 제가 만들고 있는 중”이라고 답했다. “교육받을 때만 쓰시는 거라서 아이디를 계속 기억하실 필요는 없어요. 오늘 교육을 받았다는 거, 출석 했다는 걸 이렇게 확인하는 거예요.”

체온 측정, 회원가입, 홈페이지 접속 등의 준비 과정을 거친 후 세 사람이 노트북 앞에 나란히 앉았다. 강사의 안내에 따라 교육을 수강하던 중 화면에 ‘신호등을 제대로 읽을 수 있느냐’는 질문이 나왔다. 어르신들은 기다렸다는 듯 “네!”라고 목청껏 외쳤다. 다음은 ‘운전 중 좌우를 제대로 살필 수 있느냐’는 질문이었다. 어르신들은 직접 목을 좌우로 흔들어 보이며 큰소리로 대답했다. “네!”

오후 한 시부터 시작된 수업이 세 시 반 무렵 끝이 났다. 돌아갈 준비를 하던 최 씨는 “운전은 위험한 일”이라며 “자기만 죽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의 목숨까지 빼앗아 갈 수 있다”고 말했다. “과속 운전으로 사고 내는 사람들 있잖아. 브레이크를 밟는 다는 게 실수로 엑셀을 밟으면 갑자기 확 나가는 거여. 그렇게 사고가 날 수도 있어. 여기서 이런 교육을 받으면 정신적으로 다시 일깨워주지.”

 

■  그럼에도 여전히 불편함 남아 있어

이번 고령운전자 면허 갱신 교육은 복지관도 향수뜰도 아닌 군북면 대정리 ‘힐러와선장 힐링놀이터’에서 열렸다. 복지관의 경우 로비에서 이어폰을 착용하고 수업을 들어야 하기 때문에 어르신들이 장시간 수업을 듣기에는 불편함이 따른다. 향수뜰도 인터넷이 설치되지 않아 여러 대의 노트북을 작은 휴대형 와이파이 하나에 연결해 쓰는데, 이 때문에 수업 진행이 원활하지 않다. 

이 대표강사는 “읍내 가까운 곳을 원하시면 복지관에 가셔도 되고, 인터넷만 잘 활용할 줄 아시면 집에서 들으실 수도 있다. 하지만 ‘다음’ 버튼을 누르는 것조차 어려워하는 어르신들에게는 교육이 끝날 때까지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하다”며 “그래도 대전이나 청주보다 가깝고 힐링도 하실 수 있는 이곳(힐링과선장 힐링놀이터)을 대안으로 택했다”고 말했다.  

주민복지과 정지승 과장은 “통합복지센터에서도 충분히 가능할 것 같다. 평생학습원 옥천군미디어센터에서도 노트북을 무료로 대여하고 와이파이 사용이 가능하다”며 “평생학습원, 통합복지센터, 복지관 등과 협약해서 고령운전자들이 조만간 더 편리하게 면허 갱신 온라인 교육을 수강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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