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모였던 홍현진씨, 다른 학부모들과 협력으로 장애인가족지원센터와 (사)충북장애인부모연대 옥천군지회 밀착 이끌어
올해부터 지회 회장 맡아, 발달장애인 자립 생활 돕는 지회 ‘바하센터’ 업무 총괄

(사)충북장애인부모연대 옥천군지회 홍현진 회장
(사)충북장애인부모연대 옥천군지회 홍현진 회장

서울, 청주서 살다 2009년에 옥천으로 온 홍현진(47, 동이면 평산리)씨. 지금 여기서 (사)충북장애인부모연대 옥천군지회(이하 지회) 회장을 맡아, 지회 바하센터 운영을 총괄하고 있다. 주로 타지에서 주로 교회 전도와 히브리어·헬라어 강습을 했던 그는 왜 옥천에 왔을까. 그리고 발달장애인의 삶을 위해 최전선에서 활동하게 된 계기는 무엇일까.

 

■ 다들 꺼렸던 시골의 시골… 지금은 떠나래도 안 떠나
‘조금만 기다려라. 그러면 말문이 트인다.’ 어른들은 둘째 아들에 대해 이렇게 조언했다. 그러나 일곱 살 때까지 트이지 않자, 남편의 고향이자 외갓집이 있는 옥천으로 왔다. 읍 가화리에 살다 보니 둘째가 잘 자랄 수 있도록 작은 학교를 찾게 됐고, 귀촌한 지 1년이 안 돼 동이면 평산리로 이사 갔다. 논을 사서 집을 짓는 데 모두 자비를 들였다.

“아이를 위해서였지만, 옥천으로 이사 오는 게 죽을 만큼 싫었어요. 문화적인 거나 다른 혜택을 도시보다 못 누리니까요. 그런데 여기에 와서도 더 시골인 곳으로 이사 간 거예요. 지금은 여기가 훨씬 더 좋지만, 그땐 그런 선입견이 있었고 결정 하나하나가 다 고비였어요. 큰 결심을 해야지만 되는 일이었던 것 같아요.”
처음엔 다들 이곳을 꺼렸다. 큰 학교에 다니고 싶었던 첫째는, 동이면에서 삼양초등학교까지 1년 동안 버스로 등하교하기도 했다. 입학 유예 기간이 최대 2년이었기에, 둘째는 열 살 때 초등학교에 입학했다. 이런 우여곡절을 겪기도 했지만, 지금은 나가라고 해도 안 나갈 거라고 한다.

“지금은 너무 즐겁게 살고 있어요. 발달장애인들이 어릴 때는 이렇게 살아야 한다고 이야기할 정도예요. 아이들을 작은 학교에 보내며 키우는 게 정서적인 면에서 훨씬 좋은 거 같아요. 발달장애인이 읍이나 도시처럼 큰 곳에서 살면 위험 상황을 많이 겪기도 하고요. 큰아이도 그렇게 1년 다니다가 동이초로 왔는데, 초등학교 때 생각하면 되게 행복했다고 해요.”

바하센터는 6~65세 발달장애인의 지역사회 내 자립과 융화를 돕고 있다. 사진은 센터에서 진행하는 일상생활훈련.

■ ‘지회 머릿수 채우던’ 그가 지회·바하센터 이끌기까지
지회에 회비를 내기 시작한 건 둘째가 초등학교 3학년이었을 때다. “활동이라기보다는, 다른 발달장애인 부모들의 모임인데 내 아이도 발달장애를 겪으니까. 머릿수 채우는 느낌? 경제적으로만 조금 지원해주는 느낌이었어요. 그러다가 2016년에 동이초 특수학급 교사가 학생의 인권을 침해한 일이 있었어요. 그때 초등학교 학부모님들, 지회 회원분들과 생각을 공유하고 많이 가까워졌어요.”

2017년, 홍현진씨는 지회 수석부회장을 맡아 김수경 전 지회장과 함께 내실을 다졌다. 부모님들 한 명 한 명 찾아가서 설득했다. “장애인가족지원센터에서 제공하는 서비스를 소개해주고, 복지카드를 발급 안 받은 부모님들 찾아가서 이걸 발급받아야 하는 이유를 설명했죠. 그렇게 지회 가입을 권유하고 함께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이렇게 하는 게 인식 개선에 도움이 많이 됐어요.”

이후 2019년 2월, 그는 장애인가족지원센터 국장이 됐다. ‘남에게 맡기지 말고, 우리 아이들에게 우리가 서비스를 제공해 보자’라는 생각으로, 지회 회원들과 홍현진씨는 장애인가족지원센터에서 활동보조자격증을 따서 활동보조인으로 활동했다. A가정은 B가정에, B가정은 C가정에 활동보조를 하는 식으로 가정마다 유대관계가 생겼고 장애인가족지원센터와 지회가 하나 되어 갔다.

그는 올해 지회 회장이 됐고, 문정리에 있던 기존 바하센터는 올해 3월31일 옥천군보훈회관 3층으로 이사·리모델링을 거쳤다. 장소와 장애인 화장실은 마련됐으나, 나머지 시설을 만들 비용은 스스로 구해야 했다. “그런 부분은 부모님들께서 헌신하셨어요. 각자 대출해서 비용을 충당할 정도로… 그래서 전보다 더 많은 사람이 누릴 수 있도록 환경도 좋아졌고, 선생님도 두 분에서 일곱 분으로 늘었어요.”

'바하센터'에서 진행하는 요리수업.
'바하센터'에서 진행하는 요리수업.

■ 발달장애인의 질적·활동적 삶 위한 앞으로의 과제
그는 발달장애인의 자립과 융화를 강조하며 ‘전공과’ 이야기를 먼저 꺼냈다. 이는 비 발달장애인이 학문을 전공하고 취업을 준비하는 대학처럼, 발달장애인의 맞춤형 직무실습 과정이 마련된 교육 시설과 체계를 말한다. 충북의 경우 청주시의 충북에너지고등학교, 음성군의 꽃동네학교 등이 있다. 인천광역시의 경우 시 교육청과 인천재능대학교의 연계로 2022학년도부터 6개 전공과가 개설된다.

“지금 남부3군에만 특수학교가 없어요. 도 교육청은 (청성초등학교) 화성분교에 세우겠다고 하는데, 남부3군 사람들은 모두 옥천읍 근교에 생기면 좋겠다고 해요. 심지어 근교 자리를 양보하고 있는데도, 그쪽에서 ‘이번에 안 하면 (설립이) 불가능할 수도 있다’라는 협박식의 얘기들을 하고 있어요. 입지 좋은 읍내에 꼭 만들어져야죠.”

그는 발달장애인의 특성을 고려한 지역 일자리가 마련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발달장애인의 경우 하루에 일하는 시간이 4시간으로 제한된다. 그 이상 일하면 무리가 가기 때문이다. “그리고 지역 내 발달장애인을 위한 그림과 표지판들이 생기면 좋겠어요. 다른 것보다 이해하기 쉽거든요. 공공에서 도시계획을 할 때든, 편의점 같은 가게에서 스스로 표시하든 이 점을 알아주면 좋겠어요.”

발달장애인 6~65세 주간활동·방과후 서비스 무료로 담당하는 ‘바하센터’

(사)충북장애인부모연대 옥천군지회 ‘바하센터’(이하 바하센터)는 성인 발달장애인 주간활동서비스·청소년 발달장애학생 방과후활동서비스 제공기관이다. 이름은 ‘바람직한 하루’를 뜻하며, 센터는 옥천군보훈회관 3층에 있다. 서비스는 주로 평일에 제공된다. 성인은 오전9시부터 오후4~5시까지, 청소년은 학교가 끝나는 오후 5시부터 9시까지 이용할 수 있다. 성인의 경우 요리와 댄스, 도자기 수업과 다육 만들기 등 매일 7~9시간 서비스를 누릴 수 있다. 청소년의 활동 시간은 44시간으로 비교적 짧지만. 영어패드수업과 운동, 요리 등 알찬 프로그램으로 구성돼 있다. 오월드 소풍, 피자 만들기 등 토요일 활동도 종종 있다.
바하센터는 발달장애인의 자립 생활에 중점을 두고 있다. 최근 옥천교육지원청과 학교지원 업무협약을 체결해, 군내 특수교육대상자 12명의 연계돌봄을 3개월간 책임지는 것. 현재 20세 이상 이용자 중 4명이 CJ대한통운 옥천허브터미널 등에서 현장 실습할 수 있게끔 지역 내 기업과 연계한 것도 이를 위해서다.
수용 가능 인원은 성인·청소년 각 32명이나, 현재 이용자 수는 각 14명이다. 덧붙여 군내 발달장애인 수는 약 700명, 그중 학령인구는 약 150명이다. 이 점을 근거로 홍현진 회장은 “몰라서 이용하지 못하는 분도 계실 테니, 앞으로 많은 사람이 이용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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