맡은 일에 최선을 다하는 복지관 열혈 청년 상훈씨를 만나다
오전에는 버스청결도우미, 오후에는 디지털배움터 서포터즈
이젠 안정적 직업 얻어 가정 꾸리고 싶어

지난 6일 옥천군노인장애인복지관(이하 복지관)에서 디지털배움터 서포터즈로 일하고 있는 한상훈(42)씨를 만났습니다. 그는 고3때 발병한 정신장애로 2년 전 병원 생활을 해야 했습니다. 퇴원 후 꾸준히 약을 복용했고, 컨디션을 회복한 그는 최근 옥천군노인장애인복지관 일자리 사업에 지원해 하루하루를 열심히 살아가는 중입니다. 한상훈씨의 요청에 따라 사진은 싣지 않기로 했습니다.

 상훈씨는 옥천에서 나고 자라 옥천공업고등학교와 충북도립대학교를 졸업한 옥천토박이다. 고등학교 때는 전자, 대학 때는 정보통신을 전공했다는 그는 현재 옥천읍 관성로에서 부모님, 남동생과 함께 살며 매일 복지관으로 출근하고 있다. 오전에는 복지관 장애인 일자리 사업 중 하나인 ‘버스청결도우미’로 일해 9시부터 12시까지 3시간 동안 복지관 주차장 주차된 버스를 청소하고 소독한다. 오후에는 디지털배움터 서포터즈로 1시부터 4시30분까지 약 3시간30분 동안 어르신들과 장애인 분들을 대상으로 한 강의에서 보조를 맡는다. 일이 힘들지 않느냐는 질문에 그는 담담하게 대답했다. “할 만 해요.”

 

■ 재밌는 건 스포츠, 배우고 싶은 건 SNS

상훈씨가 가장 좋아하는 건 바로 ‘스포츠’다. 매일 새벽 여섯 시에 일어나 옥천국민체육센터에서 30분 정도 수영을 한다. “수영도 하고 걷기 운동도 해요. 정구도 좋아해요. 오늘은 안 했지만, 요 근래까진 매일 다녔어요. 살 빼려고요. 요즘 살이 쪘어요. 약을 먹고 하다 보니까 살이 찐 것 같더라고요. 특별히 좋아하는 음식도 없는데 아마 운동을 안 해서 그런 것 같아요.”

학교 다닐 땐 농구를 좋아했다는 상훈씨. 빠르게 식판을 비우고 남는 점심시간에 삼삼오오 모여 운동장 농구 골대를 휘젓는 남고생들의 모습이 떠올랐다. 상훈씨는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 “아뇨. 점심시간이 아니라 수업 시간이었어요. 수업 안 듣고 친구들이랑 다 같이 어울려서 농구를 하곤 했어요.” 그가 학창 시절 가장 좋아했던 시간이다.

요즘은 일 끝나고 집에 오면 씻고, TV 보고, 음악 듣고, 그러다 잠이 든다. 가장 좋아하는 TV프로그램은 ‘6시 내고향’이다. “그냥 옛날부터 오랫동안 봐와서 좋아요. 농촌 풍경 보는 것도 좋고요. 옥천도 나왔어요. 다 챙겨봤어요.” 스포츠를 좋아하는 상훈씨가 6시 내고향 다음으로 언급한 프로그램은 다름 아닌 ‘골때리는 그녀들’이다. “어떤 팀을 응원했었는지는 기억이 안 나요. 축구를 좋아하니까 그냥 스포츠를 즐기면서 봤어요.” 

음악은 발라드도 좋아하고 락도 좋아한다. 가장 좋아하는 가수는 소찬휘다. ‘Tears’라는 노래 추천해드리고 싶어요. 더원의 ‘사랑아’라는 노래도 좋아요.” 상훈씨는 음악 듣는 것만큼이나 영화 보는 것도 좋아한다. 취향은 ‘한국영화’로 확고하다. “한국영화가 재밌어요. 개봉한 것 중에는 ‘인질’, ‘발신제한’ 봤어요. (영화도 추천해주세요.) 어, 음… 당장은… 생각이 많이 안 나네요.” 영화는 일절 다운받지 않고 무조건 향수시네마에 가서 본다. “그래서 병원에 입원했을 때는 영화도 잘 못 봤어요.”

유튜브도 틈틈이 본다. 요즘은 ITQ와 워드프로세서 자격증을 준비하고 있어 관련 영상들을 찾아본다. SNS는 하고 싶지만 배운 적이 없어 할 줄을 모른다. “카카오톡 메시지는 보낼 줄 아는데 SNS는 어떻게 하는 건지 모르겠어요. 배울 수 있다면 배워보고 싶어요. 사진 같은 것도 올리고 싶거든요. 수업이 개설되거나 프로그램이 생기면 수강할 의향이 있어요.”

 

■ 안정적 직업 얻어 결혼하는 것이 꿈

디지털배움터 서포터즈는 9월1일부터 시작해 일한 지 약 한 달 정도 됐다. 강사가 강의를 하면 옆에서 보조하는 일을 한다. “강사님이 하는 걸 옆에서 지켜보고 (수강생들이) 따라하게끔 도와요.” 물론 처음에는 어려웠다. 연배가 있는 어르신 분들을 대하는 일이 낯설었다. “이제는 조금씩 괜찮아지고 있어요. 적응을 하고 있는 중이에요.”
일을 하는 것이 처음은 아니다. 이원에 있는 인지컨트롤스 옥천공장에서 자동차 엔진 부품을 만드는 생산직으로 2년 6개월을 근무했다. “처음에는 계약직으로 2년 있다가 이후에 정규직이 됐어요. 하지만 불량을 몇 번 내면서 눈치도 보이고 해서 그만 뒀어요.”

상훈씨가 복지관에 나온 건 올해 2월부터다. 그전까지는 옥천군정신건강복지센터(이하 복지센터)를 다녔다. “복지센터를 다니며 일자리를 알아보다가 우연히 복지관에서 장애인 일자리 사업을 한다는 걸 알게 됐어요. 일자리를 찾다가 이곳으로 온 거죠.”

상훈씨는 2년 전까지 환청이 들리고 헛것이 보이는 증상으로 병원에 입원해 있었다. “지금은 (정신과) 약 먹으니까 괜찮아요.” 그는 자신이 가장 잘 할 수 있는 일로 수영을 꼽았다. “하다보니까 재밌어서 좋아요. 마음이 평안해지는 것도 있고. 호흡하는 게 조금 힘들긴 하지만 유튜브로 호흡법을 배운 후론 좀 나아졌어요.” 그는 자유형, 배영, 접영, 평영을 다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대단하다는 반응에 그는 멋쩍은 듯 답했다. “할 수 있긴 해요. 근데 그게 좀… 야매식이라.”

상훈씨의 어린 시절 장래희망은 경찰과 공무원이었다. 그게 안정적인 직업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지금도 크게 달라지지는 않았다. 그는 안정적인 직장을 얻어 결혼하는 것이 꿈이다. 경비로 일하거나, 지게차를 운전하거나, 회사 생활을 하며 돈을 모으고 싶다. 상훈씨는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냐고 묻자 “무엇보다 가족들이 다 건강했으면 좋겠다”고 답했다.  

복지관 기능직업팀 황진경 팀장은 “이 사업(디지털배움터)이 올해까지다. 사업이 내년까지 지속되고 어느 정도 본인이 기능을 갖추면 내년에 회사에서 면접을 볼 때 플러스 요인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상훈씨는 오전부터 오후까지 풀타임으로 일하시는 거나 마찬가지에요. 안정적인 직업을 통해 가정을 꾸리고 싶다고 하셨고, 그걸 생각하시면서 경제적으로도 계속 모으시는 것 같아요. 힘들다는 얘기보다는 맡은 바 업무를 열심히 하시니 직원들 입장에서는 너무 감사하죠. 남은 3개월 동안도 마무리 잘 하시고 내년에도 하실 수 있으면 좋겠어요.”

저작권자 © 옥천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