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재해연합봉사단 유선관 단장의 봉사 이야기
지난 8월 보청천 다슬기 사망사고에서 시신 수색 도와
수중사고 예방을 위한 구명조끼 착용의 필요성 강조해

재난재해연합봉사단 단장 유선관(44, 동이면 조령리)씨가 카메라 렌즈를 응시하고 있다. 앞에 놓여진 질문지를 받고 조금 긴장한 모습이다. 하지만 머지 않아 그는 자신의 이야기를 능숙하게 풀어내렸다.
재난재해연합봉사단 단장 유선관(44, 동이면 조령리)씨가 카메라 렌즈를 응시하고 있다. 앞에 놓여진 질문지를 받고 조금 긴장한 모습이다. 하지만 머지 않아 그는 자신의 이야기를 능숙하게 풀어내렸다.
인터뷰지를 읽고 있는 유선관(44, 동이면 조령리)씨.
인터뷰지를 읽고 있는 유선관(44, 동이면 조령리)씨.

[다함께 복지] 우리가 모르는 어딘가에서 다른 사람들을 돕는 사람들이 있다. 그중 한 명은 해병대전우회 회장 유선관(44, 동이면 조령리)씨다.

그가 가진 여러 개의 직명 중 하나는 재난재해연합봉사단 단장이다. 재난재해연합봉사단은 해병전우회를 비롯한 21개 단체가 소속돼있다. 오늘은 봉사에 초점을 맞춰 그를 소개해보려고 한다. 우선 작년 옥천군자원봉사자대회에서 문화콘텐츠 사진, 수기 공모전 사진 부문에서 그는 최우수상을 수상했다. 사진은 구조수색을 하고 있는 해병전우회 사람들의 모습을 찍은 것이다.

유선관씨가 자원봉사자대회에 제출한 사진. 봉사자들이 수중수색을 하고 있는 모습이다.
유선관씨가 자원봉사자대회에 제출한 사진 중 하나. 봉사자들이 수중수색을 하고 있는 모습이다.

인터뷰에 앞서 그가 부탁을 하나 해온다. 전우회 회장이나 봉사단 단장 직책인 자신보다도 봉사자들을 소개해달라고 한다. 돈과 시간을 부담하면서 묵묵히 다른 사람을 돕는 500여명의 사람들을 알리고 싶단 게 그의 생각.

재난재해연합봉사단은 옥천지역에서 재난피해 복구, 환경정화, 구조수색 등의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수중수색의 경우 해병대전우회가 맡고 있다. 물속에서의 감을 잃지 않기 위해 3개월에 한 번 대전 용운 국제수영장에서 훈련한다고 한다.

8월11일 발생한 보청천 다슬기 사망사고에도 봉사자 6명이 실종자를 찾기 위해 수중수색에 나섰다. 유선관씨 역시 해병대전우회 회원, 재난재해연합봉사단 봉사자로서 수중수색에 참여했다.

유선관씨가 말하는 당시 상황은 긴장의 연속이었다. 수중사고의 경우, 빠른 수색이 생명이라고 한다. 수중사고로 사망할 시 장기 내 음식물이 썩으면서 발생한 가스로 시신이 떠오르는데, 최적기를 놓치면 시신이 가라앉아 수색에 어려움을 겪는다고 한다. 특히 민물의 경우 물속에 들어가면 앞이 보이지 않아 신속히 진행해야 한다. 바다 잠수가 가능한 사람도 시야를 확보할 수 없는 공포 때문에 민물 잠수는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수색 최적기는 사고 발생 후 약 3일까지며 온도에 따른 시신의 부패정도에 따라 변동될 수 있다.

불행 중 다행으로 최적기 안에 수색을 마쳤지만 그는 유족들을 보면 마음이 미어진다. 고통스러워 울면서도 혹시나 살아 돌아오지 않을까하는 유족들의 희망이 애처롭게 다가왔다고. 당시 유족들의 표정은 생전 볼 수 없었던 것이라고 한다.

그가 느낀 고통의 경중을 감히 평가할 수 없지만, 가볍지 않은 건 확실해 보였다. 그래도 그의 봉사생활이 계속될지는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그는 봉사를 통해 남들이 말하는 '보람' 이상의 것을 느끼기 때문.

"종교를 믿는 건 아닌데, 구조하고 나면 돌아가신 분들이 말을 건네는 것만 같아요. '가족의 품으로 돌아가게 해줘서 고마워요'하구요"

그는 물가를 지나갈 때마다 우려스러운 마음이 든다. 보호자 없이 물놀이를 하는 어린이를 많이 목격했기 때문이다. 심지어 보호자가 육지에서 따로 술을 마시고 있는 경우도 태반이었다. 노인도 주의대상에서 예외는 아니다. 물가에 있다가 고혈압 등의 성인병 증세로 쓰러질 수 있어 이만저만 걱정이 말도 아니라고.

참변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유선관씨는 물놀이 시 구명조끼 착용을 강조한다. 대부분의 수중사고를 방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재난재해연합봉사단 온라인 카페에도 구명조끼 착용의 중요성에 대해 게시물을 작성하기도 했다.

"구명조끼 만원이면 살 수 있어요. 그것만 입어도 끔찍한 사고는 피할 수 있습니다. 아이들부터 노인까지, 물에 들어갈 일이 있다면 꼭 착용하시는 게 좋습니다"

유선관씨는 봉사단 활동 외에도 다른 사람을 돕기 위한 일에 힘쓰고 있다. 2~3개월마다 헌혈차가 오면 꼭 전혈 400ml를 헌혈을 한다고 한다. 한 번은 헌혈차가 와서 들어갔더니 가능 기간이 아니라서 하지 못했다고. 전혈 헌혈의 경우 2개월에 한 번 할 수 있는데, 그 기간이 지나지 않았던 것. "버려도 좋으니 뽑아가시라"라고 했더니 기록에 남아서 안된다는 답변을 받았다.

봉사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한 건 사랑하는 아내인 이원 새마을금고 박애란(44, 동이면 조령리)이사 덕분이다. 유선관씨가 봉사를 시작하게 된 건 아내의 봉사활동을 돕고자하는 마음에서 비롯됐다. 10년 이상 봉사를 해온 아내를 위해 휴일마다 함께 봉사활동에 참여했다고 한다. 아내에 대한 사랑에서 출발한 봉사활동은 삶의 이유 중 하나가 됐다. 아내에게 하고 싶은 말이 많아 보이는 것 같아요, 하고 돌려 물었다. 그는 쑥스러운지 머리를 긁적이다 입술을 뗀다.

"사랑하는 애란씨, 신랑 자원봉사 한다니까 도와주고, 애들도 잘 키워주고 정말 고생 많이 했어요. 미안하고 고마워요"

그는 아내를 포함한 봉사자들을 존경하고 있다. 남에게 보여주겠단 목적이 아닌, 진심으로 사람들을 돕고 싶어 발 벗고 나선 사람들이라며 대단하다고 칭찬한다. 한편으로 그는 씁쓸함을 느낀다. 자원봉사가 생활화될수록 사람들의 삶이 팍팍하다는 걸 깨닫기 때문이다. 그래도 그 팍팍한 삶을 유선관씨를 비롯한 봉사자들이 보듬은 덕분에 조금은 말랑해지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함께해준 자원봉사자들에게 한마디를 부탁했다.

"함께하고 있는 우리 봉사단, 그리고 보이지 않는 어딘가에서 꾸준히 노력하고 있는 봉사자 여러분들 너무 감사합니다. 저도 봉사단장으로서, 또 하나의 봉사자로서 맡은 바 다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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