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밖 청소년 지원하는 ‘꿈드림’
“학교를 그만두고 뭘 해야 할지 모르겠을 때, 다시 꿈을 찾을 수 있게 해드리고 싶습니다”

청소년수련관에 위차한 카페 '에너지 충전소' 
청소년수련관에 위차한 카페 '에너지 충전소' 

“자 한 명은 이쪽으로 와서 닭가슴살 찢고, 너희는 저쪽 가서 빵 옆면 잘라보자.”

지관민(44, 카페 티률 대표)씨의 지시에 따라 꿈드림 청소년들은 각자의 임무를 할당받았다. 한쪽에선 맛살을 찢고, 다른 쪽에서는 닭가슴살을 찢었다. 청소년수련관에 위치한 카페 ‘에너지 충전소’의 신메뉴로 개발될 샌드위치 재료였다.

“아 쌤 이거 저 해야 돼요? 오늘 이거 하는 줄 모르고 그냥 왔단 말이에요.”   

“온 김에 하고 가. 빨리 끝내면 빨리 보내줄게.”

청소년 밖 청소년 지원센터 ‘꿈드림’ 소속 윤경희, 신미정 담당자는 늦게 온 아이들을 행사에 참여시키고, 재료 손질을 도와주느라 정신이 없었다. 

“꿈드림 아이들이 수시로 왔다 갔다 해요. 원래 ‘카페운영 코칭 및 카페메뉴 메이킹’에 참여하는 친구들은 5명 정도인데 오늘은 조금 더 왔네요.”

샌드위치를 만들고 있는 꿈드림 청소년
샌드위치를 만들고 있는 꿈드림 청소년

■ 학교 밖에서 배우며 살아가는 청소년

평일 오후 2시. 비슷한 또래의 청소년들은 학교나 집에서 수업을 듣고 있을 시간이지만, 7명의 청소년들은 카페 ‘에너지 충전소’에 모였다. 정규교육과정에 뛰어들지 않은 ‘학교 밖 청소년’들이다. 

학교 밖 청소년 지원센터 ‘꿈드림’은 청소년들이 학교에 가지 않더라도 건강하게 성장하고, 미래를 잘 설계할 수 있도록 맞춤형 서비스를 지원한다. 자퇴한 학생은 저절로 꿈드림에 연계가 되고, 서비스의 지원을 받을지는 선택 사항이다. 현재 옥천 내 꿈드림에 소속된 청소년들은 100명이다. 그중에는 군북면에 위치한 대안학교 폴앤다니엘, 비쿨학원에 소속된 청소년도 있다. 대안학교를 다니지 않는 나머지 청소년들이 꿈드림에서 열리는 프로그램에 참여한다.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은 다양하다. 카페 메뉴 개발과 같은 체험형 프로그램, 검정고시 전 과정을 지원해주는 프로그램 뿐만 아니라 엑셀과 같은 정보기술자격과 바리스타 자격증 취득지원, 지역 내 기관(옥천지역아동센터, 승리헬스스포츠센터, 미정미용실)등과 연계한 직장체험 등의 프로그램이 있다. 

꿈드림을 통해 2달 동안 플라워공예(꽃꽂이) 배웠다는 세현(19, 이하 모두 가명)씨는 2년 째 꿈드림의 지원을 받고 있다. 세현 씨는 “여러 가지 기회와 프로그램이 많이 열린다”며 “꿈드림 선생님들이 정해주시는 게 아니라 청소년들이 직접 필요하다고 말한 것을 프로그램에 반영해 주신다”고 말했다. 

꿈드림 청소년들은 원하는 프로그램에 참여하면서 각자의 미래를 설계한다. 보통 일주일에 1~2번 프로그램에 참여하기 위해 청소년수련관에 나온다. 지난 5월부터 꿈드림에 참여한 지연(17)씨는 지금까지 네일아트, 카페메뉴 개발 등에 참여했다. 지연 씨는 “카페 일을 직접 경험해보니까 재밌다”며 “나중에 직접 카페에서 일해보고 싶다는 생각도 든다”고 말했다. 

마찬가지로 올해부터 꿈드림에 참여한 해윤(16)씨는 모든 프로그램에 적극적으로 참여하하고 있다. 네일아트, 엑셀 등을 꿈드림을 통해 배웠고, 카페 메뉴 개발 프로그램도 한 번도 빠지지 않고 매주 참석했다. 해윤 씨는 “저번주에는 딸기, 청포도, 패션후르츠 수제청을 만들었다”며 “카페 일도 재밌는 것 같은데 조금 힘들 것 같기도 하다”며 “그래도 이렇게 직접 샌드위치도 만들어보니까 뿌듯하다”고 말했다. 두 청소년 모두 꿈드림을 통해 검정고시 교재 지원을 받아 공부하고 있다.

꿈드림 신미정, 윤경희 담당자는 꿈드림 프로그램을 기획할 뿐만 아니라 최대한 많은 아이들이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도록 아이들에게 연락하고, 나올 수 있도록 지원하는 역할을 맡는다. 신미정 담당자는 “아이들이 아무리 의욕이 있다고 해도 혼자 오면 재미없어한다”며 “누군가 옆에서 같이 있고, 여러 아이들이 있어야 자극도 되고 더 재밌게 참여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학교 밖 청소년들은 학교 대신 청소년수련관에 모여서 서로 교류를 하고 힘을 얻어 간다. 운동을 좋아한다는 세현 씨는 “주말에 카페 가서 맛있는 거 먹고 이야기하기도 하고 프로그램 끝나고 옆에 체육관에서 베드민턴도 친다”고 말했다. 지연 씨와 해윤 씨는 서로 친하지만 “아직 만난 지 얼마 되지 않아서 같이 놀러 갈 정도로 친하지는 않다”라고 웃으며 말했다. 신미정 담당자는 “같이 프로그램을 하면서 서서히 친해진다”며 “친하다가 싸우기도 하고, 다시 가까워지기도 하고 여기도 학교랑 똑같다”고 전했다.

꿈드림 소속청소년들이 샌드위치 재료를 준비하고 있다.
꿈드림 소속청소년들이 샌드위치 재료를 준비하고 있다.

 

직접 만든 샌드위치 모습
직접 만든 샌드위치 모습

■ “청소년들이 다시 꿈을 찾을 수 있도록 도와주고 싶다”

직접 열심히 손질한 샌드위치 재료들로 청소년들은 샌드위치를 만들기 시작했다. 크렌베리와 버무린 닭가슴살, 햄, 치즈, 상추 등 다양한 재료들을 빵에 꾹꾹 눌러담았다. 선생님 것도 하나 만들어달라는 말에 한 청소년은 “선생님 거는 선생님이 만드셔야죠”라고 말했다. 

직접 포장한 샌드위치는 도시락 통에 담겨 나중에 ‘에너지충전소’ 신메뉴가 될 예정이다. 수업 초반, 참여하기 싫다며 빨리 가겠다던 한 청소년은 수업이 끝나자 카페 메뉴판에 직접 ‘샌드위치(아직 주문 불가)’라고 적어넣었다. 

일주일에 한번씩 ‘에너지충전소’에 나와 카페 운영에 대해 교육하는 지관민 씨는 “열심히 나오는 아이들도 많고 다들 잘 따라한다”며 “바리스타 자격증 공부를 열심히 배워서 실제로 자격증을 취득한 친구도 있다”고 말했다. 

꿈드림 윤경희 담당자는 학교를 그만두더라도 방에 혼자 있지 말고 밖으로 나왔으면 한다고 말했다. “청소년들이 학교를 그만둘 때 엄청난 세계가 기다릴 것 같고, 새로운 꿈을 꾸면서 자퇴를 하지만 막상 그만두고 뭘 해야 할지 모르겠는 친구들도 많아요. 그런 친구들은 보통 집에 혼자 있는 경우도 있는데 그러다보면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어려움이 생길 수 있어요. 그런 친구들에게 꿈드림이 학교를 그만둘 때 가졌던 계획이나 꿈을 다시 찾을 수 있도록 도와주고 싶습니다.”

한편 ‘에너지충전소’는 아직 수익을 낼 수 없는 공공시설 카페다. 그렇기 때문에 카페 운영을 배우거나 바리스타 자격증 취득 지원을 위한 교육장으로 주로 사용된다. 수익이 없어 직원 채용은 어렵고 군 경제과 청년희망일자리를 통해서 두 명의 학교 밖 청소년이 카페에 상주하며 청소년 이용자들에게 음료를 만들어준다. 청소년지원센터 관계자는 “협동조합으로 전환해 카페 수익 사업을 계획했었으나 협동조합을 만들기 위한 학교 밖 청소년 인원을 모으기 쉽지 않았다”며 “일단은 에너지충전소에서 청소년들에게 바리스타 자격증 취득을 지원한 뒤, 다른 곳으로 채용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는 등 다양한 활용방안을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옥천군청소년지원센터 꿈드림은 오는 10월에는 충청북도 내 꿈드림 센터들과 연합 예술제를 개최한다. 그동안 꿈드림 프로그램을 통해 만들었던 결과물을 선보이는 자리다. 옥천 꿈드림에서는 네일아트 수업 때 만든 작품을 출품할 예정이다. 윤경희 담당자는 “꿈드림은 언제나 열려있다”며 “학교 밖 청소년들이 꿈드림을 통해 다시 꿈을 찾아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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