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균 연령 80세…정보화교육 수업 통해 당근마켓, 네이버밴드 활용법 배워
헬프데스크 이용하려는 어르신들로 복지관 1층 로비 붐벼
수강생들, “매주 월요일만 기다린다”

디지털 역량교육에 참여한 참가자가 설명을 듣고 있다.
디지털 역량교육에 참여한 참가자가 설명을 듣고 있다.

“오랜만에 보니까 잘 안 보여. 이것도 못 써서 이제 어떡하냐” 

강사의 설명을 들으며 검지로 스마트폰을 천천히 두드리던 한 어르신이 침침한 눈을 비볐다. 지난 주 배운 당근마켓에 접속해 이것저것 두드려보던 중이었다. 앞자리에서는 “등산화를 올려볼까 했는데 얼마를 받아야 할지 모르겠어”라며 고민했고, 옆자리에서는 “누구는 30년 된 농도 판디야”라며 스마트폰을 내밀었다. 조금 어수선해진 분위기 속에서 묵묵히 진도를 따라가던 맨 뒷자리 어르신이 갑자기 손을 번쩍 들었다. “이제 이거 저장하면 돼요? 완료 버튼 눌러요? 아, 선생님, 이리 좀 와 봐요.” 

■ ‘느려도 좋아’ 천천히 배워가는 중
지난 달 27일 방문한 옥천군노인장애인복지관(관장 오재훈, 이하 복지관) 3층 정보화교육실에서는 배움에 대한 뜨거운 열정을 지닌 어르신들을 만날 수 있었다. 정보화교육 고급반 수업은 매주 월요일 오전 9시30분부터 11시30분까지 두 시간 동안 진행된다. 이 날은 총 9명의 수강생이 참여했다. 강의는 지난주의 ‘당근마켓 사용법’ 복습 1시간과 이번 주 진도 ‘네이버 밴드 이용하기’ 1시간으로 진행됐다. 

옥천 디지털배움터를 총괄하고 있는 전임강사 이정심 씨는 평균 연령 80세인 어르신들을 위해 쉽게 설명하기 위해 노력한다. “이 핸드폰이 25평짜리에요. 근데 아들이 좋은 핸드폰이라고 50평짜리를 사준 거야. 근데 이사 갈 때 25평에 있는 짐을 50평에 다 집어 넣어봐. 그러면 그 핸드폰이 50평이에요, 25평이에요? (25평!) 맞아요. 그니까 50평짜리를 사줘도 25평밖에 못 쓰는 거야. 아들은 얘기하지. ‘엄마, 다 버리고 몸만 와.’ 근데 그게 되나? 아까워서. 핸드폰도 마찬가지에요. 전에 쓰던 걸 고대로 새 핸드폰에 갖다 넣으면 무거워진단 말이에요. 버릴 건 버리고 나머지는 밴드에 넣어놓으면 언제든지 볼 수 있어요.” 

복지관에 다닌 지 10년이 넘었다는 수강생 주명자(80)씨는 “수업을 들으니까 예전에 밴드 배웠던 게 생각이 난다. 근데 너무 오래 돼서 잊어버렸다”고 말했다. “이거 봐요, 16년도에 했었네. 옥미동 시즌1, 시즌2…. 그렇게 배워도 나이가 드니까 금방 잊어버려.”

또 다른 수강생 박문자(80)씨는 “배우니까 좋다. 모르는 것들을 알아간다”고 말했다. “제 블로그도 있어요. 거기 사진이랑 다 넣어놨어요. 올해는 코로나 때문에 이번 주랑 저번 주만 나오고 여태까지 못했어요. 그 전까진 복지관에 와도 선생님이 없어서 놀았죠.”

밴드 수업이 끝나자 한 어르신은 “이 때까지 배운 것 중에 가장 요긴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자 이 씨는 “앞으로도 좋은 내용 계속 가르쳐 드리겠다”며 “모르는 게 있으시면 다시 알려드리고 할 테니까 천천히 배워 가시면 될 것 같다”고 답했다. 수강생들은 “예, 고맙습니다” 인사를 전하며 짐을 챙기기 시작했다. 

이 씨는 “블로그 교육도 하라고 하는데 집에 가셔서 다시 컴퓨터 켜고 연습하시는 분들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되도록이면 스마트폰으로 하실 수 있도록 수업을 해요. 농사지으시는 분들은 컴퓨터 앞에 앉아 있을 시간이 없어요. 엑셀, 파워포인트, 한글 이런 것들도 쓸 일이 없어서 자꾸 잊어버리시는 거예요. 웬만하면 실생활에 정말 필요한 것들을 가르쳐드리려고 해요.”

■ 열의 넘치는 어르신들을 위한 일대일 맞춤형 ‘헬프데스크’
헬프데스크 강사 김지선 씨가 질문을 마치고 돌아가는 어르신께 팥양갱을 건넸다. 그러자 뒤에서 “나는 왜 양갱이 안 줘” 볼멘소리가 터져 나왔다. 김 씨가 “안 드렸어요?”라며 양갱을 건네자 어르신이 멋쩍게 받아들며 웃어보였다. “이제 애기야, 애기. 늙으면 애기 된다더니. 안 늙어보면 몰라.”

‘헬프데스크’는 디지털 기기 사용에 어려움을 겪는 대상자와 강사가 만나 스마트폰·컴퓨터 등의 활용법을 알려준다. 복지관에서는 매주 월요일 오전 9시부터 4시까지 1층 로비에 마련된 테이블에서 진행된다. 군북면 방아실에 위치한 향수뜰 농산물체험장 헬프데스크의 경우 평일 오전 10시부터 4시까지 운영되며, 매주 월요일에는 오후 1시부터 4시까지 고령자 면허 갱신 교육을 수강할 수도 있다. 

이 씨는 “복지관에서 수업을 듣고 잘 못 따라가거나 평소에 궁금했던 게 있는 분들이 찾아가면 일대일로 가르쳐드린다”며 “어르신들은 깊이 배우는 것보다 잊어버릴 때마다 자주 오셔서 물어보는 게 중요하다. ‘문자보내기’, ‘카카오톡 사진 보내기’ 이런 것들을 빼곡히 적어 와서 알려달라고 하신다”고 말했다. 

키오스크 체험은 8월에 끝났지만 헬프데스크의 인기는 여전히 식을 줄 모른다. 김 씨는 “복지관에 오시는 분들은 두 달 동안 키오스크 체험을 거의 다 해보셨다”며 “8월에 홀몸어르신 대상으로 스마트폰 기초교육을 잠깐 했었는데 대상을 넓혀서 더 해달라고 하시는 분들이 많아 헬프데스크를 마련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서포터즈 박미화 씨는 “어르신들의 열의가 굉장하다”고 말했다. 일대일 시스템으로 진행되다 보니 이용자 한 분 당 시간이 오래 걸려 강사들이 많은 사람들을 봐주지 못하는 날도 있다. 어떤 분은 몰랐던 것들을 적어와 두 시간 동안 질문을 하기도 한다. 
대체공휴일인 4일과 11일 월요일에는 복지관이 문을 닫는다. 박 씨가 “대체공휴일은 쉬는 날”이라고 전하자 복지관을 나서던 어르신들이 입을 모아 탄식했다. “아이고, 이 날만 기다리는데 다 빠지면 어떡해!”
윤수진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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