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수자 매체 주간 옥수수 창간에 부쳐

황민호 옥천신문 대표

말만 소수자를 위해서, 사회적 약자를 위해서라고 말할 뿐이지, 그들의 목소리가 비집고 들어갈 공론장의 시공간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무슨 무슨 날에 특별하게 '특집'을 준비하는 것 이외에 곧 휘발되고 말지요. 그러다가 무슨 사건이 터지면 득달같이 잠재되어 있던 문제라고 이야기하면서 빨리 바꿔야 한다고 여러 해결책을 내어놓다가 그것도 시간의 풍파에 이내 사라지거나 밀려납니다. 이슈를 잡아먹는 권력과 자본의 힘은 그만큼 무섭지요. 힘과 돈, 그리고 앎이 고르게 분배되어 있지 않고 여전히 몰려 있고 그만큼 목소리는 편중되어 있습니다.

의식적으로 노력하지 않으면 이미 기울어질대로 기울어진 공론장이 일상처럼 마주하는 것이 별반 새로운 일이 아니지요. 여성, 노인, 장애인, 청소년, 이주 여성 및 노동자, 비정규직, 성소수자 , 빈곤층 등 사회적 약자를 지칭하는 말들은 사건사고에나 등장하는 용어처럼 그렇게 소비되고 있습니다. 자주 듣다보니 익숙해지고 시혜와 동정의 감정이 파블로프의 개처럼 잠시잠깐 등장할 뿐 변하는 건 없습니다.

자주 만나지 못하니 잘 모르고, 쉽게 대상화되어 일상의 이웃으로 느끼기 보다는 뭔가 다른 계층과 계급으로 선을 긋고 마주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생각했습니다. 다양성과 일상성, 항상성과 지속성을 유지하는 삶의 관계를 다시 설계하는 것은 어떨까? 기울어진 공론장의 균형을 다시 복원하는 일을 하면 어떨까라는 고민이 생겼지요.

특별한 계층과 계급으로 소비되는 것이 아니라 동등한 사람으로서 공론장의 지분을 더 적극적으로 확보를 해봐야겠다는 생각을 말이죠. 이미 주변부로 밀려난 사람들이 동등한 공론장에서 스스로의 목소리로 이야기를 시작할 때 사회 변화는 시작된다고 생각했습니다. 언론이 어떤 균형된 공론장을 만드는 촉매제가 되었으면 좋겠다. 스스로 말할 수 있도록 하는 디딤돌과 주춧돌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지요.

무지개 옥수수는 상상의 옥수수가 아니라 실제 존재하는 옥수수다. 유리보석 옥수수라고 일컫는데 2016년 사망한 오클라호마의 농민 칼 반즈가 아메리카 인디언 조상으로부터 옥수수를 분리해서 만들어낸 옥수수다. 유리보석 옥수수는 무지개 색깔 옥수수의 독특한 다양성을 상징하기도 한다. 차별 받는 사람 없는 세상, 다양성을 존중받는 세상을 꿈꾸며 제호를 만들었다.

그래서 옥천신문은 시작하려고 합니다. 그 동안 청소년신문으로 운영되던 주간 옥수수를 확대 개편하여 '세상의 중심, 모두의 공론장'이란 구호를 가지고 매주 소수자 신문을 발간하려고 합니다. 지역의 시공간을 새롭게 설계하는 '마이너리티 리포트'가 될 것입니다.

맨날 정해진 출입처에, 만나는 사람만 만나고, 쏟아지는 소식들로 기사를 채우는 것이 아니라 성큼 한발짝 더 들어가서 끊어진 공론의 물길을 다시 잇고 복원하려고 합니다. 현장에서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다보면 새로운 이슈가 그만큼 또 만들어질 것입니다. 기관을 통해만 만날 수 있고 개인정보 때문에 아예 만나지도 못했던 다양한 취재원들을 발굴하려고 합니다.

그리고 그들의 이야기를 단지 옮기는 것을 넘어서 스스로 저널리스트가 될 수 있도록,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광폭의 기자단을 운영할 계획입니다. 청소년 기자단에 이어 올해 안에 노인장애인기자단을 구축하여 스스로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언론에서 공론으로', 조금 더 느리게 갈 것입니다. 안 그래도 빠른 세상에 휩쓸리지 않고 느린 걸음으로 천천히 제일 늦게 가는 사람들의 속도에 맞춰서 함께 가겠습니다.

유명성에 의존하지 않고 엘리트성에 기반하지 않고 정말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겠습니다. 기존 뉴스의 가치를 새롭게 규정하여 지역 공동체 안의 모든 사람들을, 그 동안 뉴스에 어둡게만 비쳐줘 나왔던 사람들의 일상을 새롭게 만나겠습니다. 같은 시공간을 살면서 만나지 못했던 사람들을 만나고 섞이고 같이 만들어가는 지역사회의 지향이 어떠해야 하는지 끊임없이 사고하겠습니다.

세상의 중심은 가장 아프고 약한 곳이어야 한다고 믿습니다. 서로의 아픔을 느끼지 못한다면 사회의 신경조직이 끊어진 중병에 걸렸다고 생각합니다. 새끼발가락에 가시가 찔리면 온 몸의 신경이 그리로 향할 것입니다. 그런데 과연 우리 사회의 몸통은 어떤가요? 그 아픔을 같이 느끼고 있나요. 끊어진 신경조직을 잇어내어 같이 모두의 아픔과 슬픔으로 같이 느낄 수 있도록 그리 할 예정입니다.

지역 안에서 대상화 된 계층이 아니라 스스로의 목소리를 내는 시민으로서 우리는 동등하게 만날 것입니다. 그 목소리가 더 이상 낯설지 않고 이제 익숙할 수 있도록 계속 노력할 것입니다.

'세상의 중심, 모두의 공론장', '옥천 사람들의 수상한 수다', '마이너리티 리포트' 주간 옥수수, 이제 시작합니다. 함께 읽어주시고 같이 행동해주시기 바랍니다. 매주 진화하고 진보하는 '주간 옥수수' 만들어 나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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