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도립대 융합디자인학과 염영재 조교, 옥천-충북도립대 갈수록 정들어
무상교육이나 다름없는 저렴한 학비, 방학 어학연수, 창업경진대회 장점

 

 그림 그리는 것을 좋아했지 디자인을 하고 싶었던 것은 아니었다. 차선으로 디자인 학과를 선택했지만, 졸업 후에는 디자이너보다 사무직을 지망할 생각이었다. 그래서 변변한 포트폴리오 조차 만들지 못했다. 충북도립대학은 사실상 집에서 물리적 거리가 가깝고 학비가 싸서 선택한 학교였다. 여기까지만 읽으면 사실 ‘청춘'과 ‘대학’의 상관관계에서 ‘허송세월’이 읽힌다. 하지만, 조금씩 반전이 시작된다. 졸업하면 바로 학교와 옥천을 뜰 것 같았던 염영재(26, 대전 천동)씨는 여전히 옥천에 있다. 2년제 충북도립대를 4년이나 다닌 셈이나 진배없다. 군대를 다녀오고 졸업을 한 후 그는 학과 조교 제안을 받아 융합디자인학과 조교 2년차에 접어든다. 내년 2월이면 벌써 만 2년이다. 그리고 디자인에 대한 관심이 조금씩 늘기 시작했고 학교에 대한 애정도 졸업하고서 더 샘솟았다. 그는 인기나 트렌드에 편승하지 않고 꾸준히 본인이 무엇을 원하는 가 탐색하는 시간이었다. 요즘 학생들은 캐릭터 디자인이나 3D, 애니메이션 등에 관심이 많으나 염영재 조교의 관심은 인쇄 출판 디자인이다. 화려하지도 않고 다소 밋밋해보일 수 있고 단선적인 책 출판 디자인에 관심이 많다고 했다. 옛날 흑백 만화책 디자인도 하고 싶은 일이라고 말했다. 지극히 아날로그적 감성이다. “출판업계가 힘들고 어렵다는 것을 알아요. 사람도 잘 안 뽑더라구요. 서울에 가야 간혹 일자리가 있기는 한데, 물론 박봉이겠죠. 저는 돈을 많이 벌기 위해 하고 싶지 않은 일을 하기보다 돈을 적게 벌더라도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싶어요.”

 덤덤한 말투에 건네는 말들이 심상찮다. 말투의 고저가 격정적이지 않은데 비해 전하는 말들은 제법 무게감이 있다. “학교에 대한 관점도 많이 바뀌었죠. 조교가 되어보니까 학교에 대해 더 알게되고. 학생들한테 많은 정보를 알려줘야 할 책무가 있으니까요. 한 학기 학비가 100만원도 채 안 되는 95만6천원인데 이마저도 한국장학재단에 장학금 신청하면 무상으로 학교를 다닐 수 있어요. 왠만한 성적 3.0이 안 되더라도 신청하면 어지간히 받더라구요. 그리고 방학 때 중국, 필리핀 등 어학연수도 해주죠. 창업아이디어 경진대회도 수시로 하거든요. 학교의 제도를 잘만 활용한다면 전국 어디에도 이만한 학교 없을 걸요. 저는 정말 강력 추천하고 싶어요.”

 학교를 다니면서 본인의 적성이 조금씩 발견됐고 학교에 대한 관심이 늘어났으며 또 지역에 대한 사랑도 싹 텄다. 

 “대전에서 버스를 타고 다니면서 출퇴근 하는데요. 세천 고개만 넘으면 가슴이 확 뚫리는 느낌이랄까요. 꽉 막혔던 교통체증이 한꺼번에 확 풀리니까 제 마음이 다 시원해져요. 버스 창문을 열면 공기 냄새부터가 달라요. 싱그러움이 막 밀려오는데 어떨 때는 감동을 하죠. 옥천이 살기엔 참 괜찮은 곳 같아요. 조금만 나가면 논과 밭이 있고 사람 인심도 좋고. 저 적당한 일터만 있으면 옥천에 뿌리내리고 싶기도 해요.”

 염영재씨는 천동초와 가오중학교, 가오고등학교를 나온 대전 토박이지만, 충북도립대를 통해 옥천에 푸욱 빠졌다. 

 “어릴 때는 퓨전 판타지 소설을 참 좋아했어요. 레드 데스티니 같은, 그런데 중고등학교 시절에는 추리소설이 눈에 확 들어왔죠. 아가사 크리스티의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는 책 등 이미 명작의 반열에 오른 책들을 읽고 반했어요. 히가시노 게이고의 편지, 용의자 X의 헌신, 호숫가 살인사건 등의 책들도 탐독하고 있구요. 책들을 많이 읽으니 자연스레 출판디자인에 관심을 갖게 되었죠.”

 충북도립대 융합디자인과는 시설면에서 방학동안 업그레이드가 한창이다. 

 “최근까지 주로 다루는 애플 컴퓨터가 많이 노후화 돼 학생들한테 원성 아닌 원성을 들었죠. 한꺼번에 싹 바꾸지는 못하지만, 이번에 15대가 새로 들어와요. 조금 더 좋은 컴퓨터에서 실습을 할 수 있을 것 같아 기대가 됩니다.”

 “학생들이 멀리 가지 않고 옥천에 취업하면 더 좋겠지요. 대부분 청주로 가는데 옥천에 일자리가 많이 생겨 옥천에 머물러서 옥천의 디자인을 한층 업그레이드 하는데 일익을 담당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요. 충북도립대는 옥천의 유일한 대학이니까요."

 새 총장이 부임하면서 학교가 지역사회와 더 가까워지고 발전하는 것 같아 앞으로가 기대된다는 염영재 조교는 어디를 가도 충북도립대와 옥천을 잊지 못할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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