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부터 13일까지 옥천문화원 전시실에서 정옥자 개인전 열려
개인전 주제는 ‘자연과 꽃’…지친 현대인들에 마음의 위안 전하고 싶어

“그림 자체가 저한텐 ‘기쁨’이에요. 그림을 그리는 것도 즐겁고, 완성된 작품을 보는 것도 행복해요. 지금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제 그림을 보러 오셔서 마음의 치유도 하고 쉬어가는 시간을 가지셨으면 좋겠어요.”

■ 퇴직 후 화가로 인생 제2막 시작

두 번째 개인전을 연 정옥자(73)씨는 옥천읍 구일리에서 태어나 칠십 평생 옥천에서만 살았다. 삼양초등학교, 옥천여자중학교, 옥천여자고등학교를 졸업했고, 방송통신대학교에서 교원자격증을 취득한 후 동이초등학교로 첫 발령을 받았다. 초등학교 교사로 일하면서 아동 미술 지도를 꾸준히 해왔다. 아이들을 가르치다보니 그림에 대해 공부도 하게 되고 나름의 깊이가 생겼다. 혼자 조용히 꿈을 키우다 퇴직 이후에 본격적으로 자신의 그림을 그려 세상에 꺼내 보이기 시작했다.   

2004년부터 한국미술협회와 옥천미술협회, 충북미술협회의 회원으로 활동했다. 옥천미술협회 정기전에는 작품을 17회 출품했으며, 충북미술협회 정기전에도 7회 참여했다. 2016년에는 보은국민체육센터에서 ‘꽃’을 주제로 제1회 개인전시회를 열었다. 

이번 전시는 준비에만 약 3-4년이 걸렸다. 크기가 작은 작품은 한 달 정도면 완성할 수 있지만 큰 작품은 물감 칠하는 데만 수 개월이 걸린다. “아크릴화와 오일화 두 가지를 그리는데, 오일화는 마르는 데만 일주일이 걸려요. 그 후에 덧칠을 하니 시간이 많이 걸리죠.” 

다른 취미생활들에 비해 재료비도 만만치 않다. 한 작품에 재료비만 30만원 이상이 들어가기도 한다. “재료비가 많이 들긴 하지만, 작품의 가치를 돈으로 매길 수야 있나요. 자신의 수문품(守門品, 7품 가운데 최고의 1품)이라는 데 의미가 있어요.”

정 작가에게 그림이란 삶에 힘을 불어넣어주는 원동력이다. “가정에서 밥도 하고 살림도 살죠. 그렇다고 그림 그리는 게 가사에 방해가 되는 건 아니에요. 가족들한테 피해를 주지도 않고요. 할 일 다 하고 시간 내서 조금씩 해요. 오히려 무료하게 지내는 것보다 취미 생활을 하니 성취감도 있고 재밌어요.”

돈 들고 고생스러운 일이라며 만류할 법도한데, 정 작가의 가족들은 작품 활동을 적극 지지했다. 맏며느리 김수현(48)씨는 “직업을 하나 갖기도 힘든데 퇴임 후에도 제2의 인생을 살아가시는 모습이 존경스럽다”며 “전시회를 여는 것도 절대 쉬운 일이 아니다. 하시는 일들을 모두 응원한다”고 전했다. 

■ “자연은 보고만 있어도 편안해요”

정 작가의 이번 개인전 주제는 ‘자연과 꽃’이다. 자연의 풍경과 꽃잎의 묘사가 즐거운 이유는 그저 자연이 아름답기 때문이다. “하늘을 보면 똑같은 구름이 없어요. 구름의 형태는 다 달라요. 꽃이나 풍경도 마찬가지에요.” 정 작가는 자연을 통해 마음의 위안을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자연은 그저 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편안해진다. 산과 바다, 풀과 꽃을 그리다보면 고민거리도 잊히고 시간이 금방 흘러간다. 정 작가는 “제 그림을 보면서 옛날 살던 고향을 떠올리시는 분들도 있고, 좋아하는 바다나 들판을 생각하시는 분들도 있다. 그분들이 그 순간 행복감을 느끼셨다면 저는 만족한다”고 전했다.

대표작품은 ‘부귀영화’라는 제목의 목단 그림과 ‘봄의 초대’라는 벚꽃 그림이다. 부귀영화는 제목처럼 부귀영화가 들어왔으면 하는 바람을 그림에 담은 것이다. “누구나 잘 살고 싶잖아요. 우중충했던 겨울이 지나고 활짝 꽃 피운 목단처럼, 이 그림을 보는 사람들도 행복했으면 좋겠어요.” 한편 봄의 초대는 벚꽃 나무는 고향의 정취를 보여준다. 동시에 춤추며 흩날리는 벚꽃 잎처럼 환하고 즐겁게 살고 싶다는 작가의 의지도 드러난다.

정적인 사물을 그린 정물화도 볼 수 있다. 작품 ‘손님초대’는 유리잔에 비치는 창문 묘사가 인상적이다. 평평한 캔버스 위에 그려진 잔인데도 금방이라도 꺼낼 수 있을 것처럼 생생하다. “조금이라도 허투루 그리는 게 싫어서 구도를 많이 고민했어요. 뒷 물건이 비치는 것처럼 표현하기 위해 색을 고르고 또 골랐어요.” 

있는 그대로 그리지 않고 비구상(추상화)으로 그린 그림도 있다. “남편하고 연꽃 구경을 갔다가 사진을 여러 장 찍었는데, 찍고 보니 연꽃이 흐트러져서 그리기가 어렵더라고요.” 정 작가는 포기하지 않고 오히려 사진을 더 자세히 들여다봤다. 그랬더니 연못에는 연꽃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주위에 개구리밥도 있었고, 이름 모를 풀들도 보였다. 마침내 정 작가는 개구리밥과 물풀들도 다 각자의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자리를 마련해주기로 했다. 그리고 가운데에 연꽃 잎사귀를 그렸다. 

정 작가는 그림엔 ‘균형’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나무가 한 가운데 번쩍 튀어나오거나 한쪽으로만 치우쳐 있으면 이상하잖아요. 학교에서 사다리꼴을 배우셨죠? 퍼지는 부분이 있고 모아지는 부분도 있어요. 큰 게 있으면 작은 것도 있어요. 그게 중요해요.”

정 작가는 앞으로도 자연과 꽃들을 그리며, 남은 생을 그림으로 채울 예정이다. 큰 산과 넓은 바다도 좋지만, 그는 가까이에 있는 것들부터 천천히 그려나가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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