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로 귀촌 3년 차 초보 농사꾼 유재순·이성기 부부의 즐거운 농촌 생활
친환경으로 정성 들여 키워낸 ‘꾸지뽕’ 로컬푸드직매장에서 처음으로 판매
도시에서의 삶을 뒤로하고 농촌에서 인생을 다시 배워

이성기·유재순 부부
이성기·유재순 부부

안내초등학교 뒤편 언덕길을 오르니 “이쪽이에요! 이쪽으로 올라오시면 돼요!”라며 손을 흔들며 유재순(63,안내면 현리)씨가 반갑게 맞았다. 유재순씨를 따라 언덕길을 마저 오르니 우거진 풀숲 사이로 ‘꾸지뽕’ 나무가 수북이 맺은 붉은 열매를 자랑했다. 독특하게 생긴 열매다. 유재순씨는 “열매에서 동양의 느낌이 물씬 나고. 한복 저고리 같은 모양 같다”며 그 매력에 푹 빠졌다고 전했다. 방금 딴 열매를 입에 넣어보니 그 맛이 일품이다.

유재순씨
유재순씨

“귀촌을 한 지 얼마 안 됐어요! 올해로 3년 차예요. 농사도 처음이고 열매를 수확해서 판매도 처음 해봐요. 올해부터 수확을 시작했는데 그전에는 지인들을 불러와서 따먹게했어요. 사실은 처음에는 이게 먹는 건지도 몰랐어요”

유재순씨 부부는 2019년 안내면 현리에 터를 잡았다. 오랜 시간 청주에서 생활하다 직장 생활을 마무리 짓고 귀촌을 택했다. 안내면 인포리에 있는 선영(先塋)도 돌볼 겸 시골살이를 시작해보기로 한 것이다. 그간 직장 생활을 하며 언제나 사람을 상대해야 하는 업무를 오랫동안 해왔던 탓에 한적한 생활과 더불어 여유가 필요했다. 물론 오랜 생활 도시생활에 익숙해진 탓에 처음에는 적응이 쉽지 않았다. 그럼에도 유재순씨와 남편 이성기(65,안내면 현리)씨는 하루하루가 뜻깊었다.

건강과 여유를 위해 선택한 귀촌 생활에 욕심은 없다. 그럼에도 농사에 대한 뚜렷한 지식이 있던 것이 아니라 처음에는 걱정이 컸다고 유재순씨는 얘기했다. 하지만 처음이 어렵다는 생각으로 두 부부는 540평가량의 밭에 원래부터 심어졌던 꾸지뽕 나무를 관리하는 것을 시작으로 비교적 관리가 수월하다는 들깨 농사를 시작했다. 물론 어디에 내놓고 판매를 목적으로 한 것은 아니다. ‘농사란 무엇인가’에 대한 경험을 해보자는 의미가 컸다. 

예초작업에 몰두하는 이성기씨
예초작업에 몰두하는 이성기씨

그들에게 농촌에서의 삶은 하루하루가 새로웠다. 물론 처음 경험해보는 농삿일이 쉽지는 않았다. 몸까지 올라오는 풀을 뽑는 것도 쉽지 않았고 보이지 않는 곳에서 달려드는 모기의 괴롭힘에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지나가던 동네 어르신들은 “그렇게 풀 뽑다가는 병난다”며 걱정을 하기도 했다. 그러나 몸은 힘들어도 배우는 것은 많았다. 그간 도시생활에서는 느껴볼 수 없던 새로운 경험들도 가득했다. 씨앗에서 ‘싹이 틀 때의 감동’, ‘수확의 기쁨’ 등 가슴 벅차는 일들이 가득했다. 

유재순씨에게 꾸지뽕은 유난히 특별했다. 처음 가꾸어보는 농작물인데다가 약을 치지 않아도 열매가 가득 맺혔고 맛도 좋았다. 맛도 좋고 보기에도 좋은 꾸지뽕을 알릴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고민하던 와중에 지인의 권유로 로컬푸드직매장에 납품을 시작했다. 그간 지인들에게 나누어주기는 했어도 판매를 해보는 것은 처음이었다. 때문에 가격을 책정하는 것도 쉽지는 않았다. 유재순씨는 한 팩에 5천원으로 책정하기로 했다. 비교적 부담스럽지 않은 가격이고 수익보다는 처음으로 판매를 해본다는 도전이라는 의미가 컷다.

수익보다는 수확을 경험하는 의미가 더욱 컸다고.
수익보다는 수확을 경험하는 의미가 더욱 컸다고.
수확한 꾸지뽕 열매
수확한 꾸지뽕 열매

3일간 15팩씩 납품을 했는데 가져다 놓을 때마다 대부분 완판됐다. ‘사가는 사람이 없으면 어쩌나’라는 우려와는 달리 소비자들에게 인기 만점이었다. 약을 치지 않고 건강하게 재배하고 있다는 것 역시 큰 자부심으로 다가왔다. 유재순씨는 “우리가 먹을 열매와 작물들이기 때문에 몸은 조금 힘들어도 약을 치고 싶지는 않다”며 앞으로도 건강한 농사를 지어보려 한다는 뜻을 전했다. 내년에는 고사리 수확도 본격적으로 시작 해보려 한다고.

“어제까지 세 번째 납품을 했어요. 처음 수확을 해서 납품을 하니 그 기쁨은 말로는 표현할 수가 없어요. 정성을 담은 상품이 ‘생산자 유재순’ 이라는 내 이름이 함께 나간다는 자부심이 느껴져서 한 3일은 기분이 너무 좋아 싱글벙글했어요”

유재순씨는 농촌에서의 삶을 통해 많은 것이 변화되었다고 얘기한다. 특히 줄곳 괴롭혀오던 알러지와 비염이 농촌 생활을 통해 나아지기 시작했고 항상 타이레놀을 가지고 다녀야 할 만큼 심했던 두통도 눈에 띄게 줄었다. 

가지에 가득 맺힌 꾸지뽕과 함께선 유재순씨
가지에 가득 맺힌 꾸지뽕과 함께선 유재순씨
가지마다 가득 맺힌 꾸지뽕
가지마다 가득 맺힌 꾸지뽕

유재순씨는 농촌 생활을 통해 인생을 다시 배우는 중이라고 말한다. 전혀 아는 것 없이 시작한 농촌 생활이지만 잔뜩 땀 흘리고 모기에 물려가는 와중에도 수확물을 거두어드릴 때만큼은 희열을 느끼고 ‘땅은 거짓말을 하지 않고 뿌린 대로 거둔다’는 것을 배우고 있는 중이라며 앞으로도 즐겁고 행복한 농촌에서의 삶을 살아가고 싶다고 유재순씨는 웃음 지으며 얘기했다. 

꾸지뽕과 함께 시작한 들깨농사
꾸지뽕과 함께 시작한 들깨농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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