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보다 나은 내일을 위해 자퇴를 고민하는,
청산고 1학년 공윤배의 이야기

 

“아무 탈 없이 졸업하고 좋은 대학 가면 인생이 술술 풀리나요?”라며 헛웃음 짓는 공윤배(17, 동이면 석화리)의 모습에 문득 지하철에서의 경험이 떠올랐다.  

북적이는 서울의 지하철역에서 남들이 뛰기에 나도 뛰었다. 지하철을 타야만 하는 이유는 없었지만, 두리번 거리며 일단 달렸다. 문이 열려있는 지하철 앞에서 안도하며 타려던 찰나, 그냥 멈춰 섰다.  

‘이걸 타지 말아야지’  
반항심인지 뭔지, 지하철 문이 닫히는 걸 보며 헛웃음 지었다. 이곳까지 달려온 이유가 사라지는 순간이었다.  

■ 더 나은 내일을 위해, 자퇴를 결심 

그의 태도는 확실했다. 지금 다니고 있는 청산고를 곧 자퇴할 것이고, 자취를 하며 일을 할 것이라 했다. 1년 전에는 대인관계가 힘들어서 학교를 그만두고 싶었다. 그때 사귀었던 여자친구를 시작으로 친구, 선생님, 부모님과 심하게 부딪히던 때였다. 믿었던 사람들과 관계가 틀어지는 것을 경험한 뒤, 그는 처음으로 자퇴를 고민했다.

그때의 충격 때문인지 그는 지금까지도 친구를 깊게 사귀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17살이 된 후 얼마 있지 않아 ‘이 삶은 의미가 없다’고 느꼈다. 학교에서 잠만 자는 자신을 보며, ‘차라리 이 시간에 일을 하면 지금보다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을 것 같다’고 여겼다. 그는 그렇게 자퇴를 마음먹었다.  

자퇴를 결심하려면 확실하고 철저한 계획이 있어야한다고들 말한다. 하지만 그의 생각은 달랐다. 그는 큰 그림을 그리는 것보다, 오늘보다 나은 내일을 만드는게 멋진 인생이라 생각했다. 목표가 거창하지 않아도 의미 있는 삶을 살고 싶다고 했다.  

■ 상처주고, 상처받고, 화가 나다가도 미안하다 

하지만, 그런 그의 마음을 완전히 공감해주는 이는 드물었다. 부모님과의 갈등도 적지 않은 상황이라 말했다. 오래전부터 관계가 좋지 않았는데 요즘 들어 사이가 더욱 악화되어 힘들다고 했다. 그는 부모님께 상처 주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하지만, 부모님이 하라는 대로 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그는 이미 자퇴를 하기로 마음을 굳혔기 때문이다. 요즘은 자신이 계속해서 분란을 만드는 것 같아, 부모님에게 어떤 말도 하기 어렵다고 했다. 그래서인지 꽤 오랜 시간 밤에 잠이 오지 않고, 새벽이 되면 자신이 사라졌으면 하는 마음이 들 때가 있다고 말했다. 
“정말 우울할 때는 온몸에 고통이 사라지는 기분이에요. 감각이 없고, 온통 저린 느낌 뿐이거든요.” 

■ 현재 목표는 카페 아르바이트와 자취 

그는 자퇴 후 바리스타 자격증을 취득해 카페 아르바이트를 해볼 것이라 했다. 카페에 관심이 많아, 나중에 직접 카페를 운영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아르바이트 경험은 넘쳐나지만 아직 카페는 해본 적 없다”며 꼭 해보고 싶다고 했다. 두 번째는 자취다. 자취하고 일하며, 돈을 벌고 싶다고 했다. 돈을 벌어 언젠가 기회가 된다면 깔끔한 스타일의, 미니멀룩을 판매하는 쇼핑몰을 운영하고 싶다고도 덧붙였다. 그가 옷을 좋아하기 때문이다. 그는 평일에는 오후부터 새벽까지 택배 아르바이트를 하지만, 쉬는 날이면 꼭 옷가게에 갈 정도로 옷을 좋아한다. 그리고 그는 꼭 이 이유들만으로 자퇴를 하고 싶은 건 아니라며, “좋아하는 걸 찾으면서, 의미 있는 하루하루를 살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냐는 질문에 한참을 고민하더니, “계획없이 살 거예요(웃음)”라 대답했다. 그는 의미 없는 계획들에 휩쓸리며 살지 않을 것이라 말했다. 그의 관심은 주변인들과 결승선이 아니라, 자기 자신에게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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