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내초등학교 화요일 방과후 프로그램 '사물놀이반'
꽹과리·징·북·장구 등 17명 학생들이 만든 우리 가락

"'작은학교'라서 좋은 게 뭘까요?" 

"저도 잘 몰랐는데, 규모가 작다는 게 은근히 좋아요. 큰 학교라면 4학년이면 4학년, 5학년이면 5학년, 해당 학년 친구들만 가르치기도 바쁘거든요. 애들이 밀물처럼 들어왔다가 썰물처럼 빠져나가요. 그런데 작은학교에서는 안 그래요. 학생 수가 적으니까 3학년부터 6학년까지도 함께 배우고, 애들이 다음해에도 슬렁슬렁 다시 사물놀이반으로 들어오거든요. 어떤 애들은 3년 동안 사물놀이를 배우기도 해요. 애들은 모를 수도 있겠는데, 전 애들이 우리 가락에 물들어가는 게 보여요(웃음)." (사물놀이반 김경은 강사) 

20일 안내초등학교 안내관에서 열린 방과후 프로그램 '사물놀이 교실'

[작은학교 이야기] 안내초등학교 화요일 방과후 프로그램은 세 개로 구성돼 있다. 점심 먹고 1시부터 3시까지는 우쿨렐레 교실이, 3시부터 4시까지는 방송댄스 교실과 사물놀이 교실이 열린다. 시간이 시간이다보니 우쿨렐레 교실은 돌봄교실로 운영되고 방송댄스와 사물놀이가 방과후 선택 프로그램이다. 둘 중 어떤 프로그램이 더 인기가 많을까?

"그보다는 어린 학생들이 방송댄스를 많이 배우고 고학년 학생들이 사물놀이를 많이 해요. 사물놀이는 장단을 외워야 하는 것도 있고, 딱 봐도 좀 더 어려운 과목이잖아요? 또 사물놀이는 타악기니까 애들이 와서 악기를 두드리면서 스트레스를 풀기도 하는 거 같아요. 고학년 애들이 아무래도 공부 때문에 스트레스를 더...(웃음)" (김경은 강사)

그런데 북치고 장구치는 일이 말처럼 쉽나. 선생님 박자에 따라 연습한 대로 학생들이 웃다리 사물놀이* 짝쇠가락을 연주하기 시작하는데 그 표정이 자못 심각하다. 박자가 빨라도 이렇게 빠를 수 있나. 박자에 집중하느라 입술을 '앙' 다물었다.  

박자를 빠르게 따라가다가도 선생님과 눈이 마주치면, 빙글빙글 웃고 있는 선생님 얼굴 따라 그제야 표정이 풀리기도 하고.

"장난이긴 하지만 애들이 어렵다, 팔 아프다, 이야기를 잘해요. '집에 그만 갈란다' 하는 애들도 있구요. 물론 안된다구 이야기하긴 하는데... 그래도 그런 소리를 몇 번 들으면 걱정이 되잖아요? 애들이 사물놀이가 힘들고 재미 없나? 그런데 웬걸요. 한 해 수업을 마치고 막상 수업평가를 하니까, 연락이 왔어요. 평가가 너무 좋다구요. 계속 수업해주실 수 있느냐구 학교에서 그러더라구요." (김경은 강사)

김경은 강사가 웃는다. 문득 김경은 강사는 안내초등학교에 와서 좋은 게 있을까 궁금해졌다. 작은학교라서 다른 학교와 달리 더 좋은 것도 있을까요?

"저도 잘 몰랐는데, 규모가 작다는 게 은근히 좋아요. 큰 학교라면 4학년이면 4학년, 5학년이면 5학년, 해당 학년 친구들만 가르치기도 바쁘거든요. 애들이 밀물처럼 들어왔다가 썰물처럼 빠져나가요. 그런데 작은학교에서는 안 그래요. 학생 수가 적으니까 3학년부터 6학년까지도 함께 배우고, 또 다음 해에도 슬렁슬렁 다시 사물놀이반으로 들어오죠. 어떤 애들은 3년 넘게 사물놀이만 하기도 해요. 자기들끼리 서로 배우고 동생들도 데려오죠. 그렇게 애들이 저도 모르는 새 가락에 스며들고 점점 무르익어가는 거예요. 그게 제 눈에는 보여요. 즐거워져서, 저도 안내초를 떠날 수가 없어요." (김경은 강사)

김경은 강사가 안내초에서 가르친 햇수가 벌써 3년이다. 학생들에게 바라는 게 있다면 딱 한 가지다. 우리 가락 잊지 말고 앞으로도 꾸준히 마음에 느껴주길. 바이올린이나 피아노처럼 '폼나는 악기'가 아니어서 사물놀이 인기가 꾸준히 줄어들고 있는데, 우리 학생들은 기억해줬으면 좋겠다. 나중에 나이 들어서 취미로 즐겨주면 더 고맙구. 김경은 강사도 그랬다. 대학교 다닐 적 동아리 활동으로 사물놀이를 처음 배웠다가 취직 후 한동안 접었다가, 서른 넘어 취미로 다시 시작했다. 그 취미가 2008년 원광디지털대학 전통공연예술학과에 재입학하게 했고, 2012년 졸업해 이제는 대전 전통연희단 '모리타'에서 활동하며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선생님의 바람은 이뤄질까. 학생 인터뷰를 진행하다 4학년부터 6학년까지 계속 장구만 쳤다는 하린 학생을 만났다. 다음은 남하린(6학년) 학생과의 일문일답. 

"장구 치는 게 좋아요?"

"네, 좋아요." (남하린)

"앞으로도 계속 장구 칠 거예요?"

"네." (남하린)

"졸업하고 나면 어디서 장구를 치지? 집에 장구가 있어요?"

"아뇨, 없어요." (남하린)

"그럼 어떻게 치려구?"

"(어깨를 들썩들썩, 양손으로 무릎 장단을 치며) 어떻게는요. 무릎 장구라도 치면 되죠." (남하린)

명필은 붓을 가리지 않는다더니. 취미는 물론이요, 우리 학생들, 인생을 우리 가락 흥얼거리며 거닐 게 분명하다.

왼쪽부터 김나래(5학년), 남하린(6학년), 남하윤(6학년) 학생. 하린 학생과 하윤 학생은 일란성 쌍둥이다.  
즐거운 하교 시간. 때로는 앞모습보다 뒷모습이 더 많은 것을 말해준다.

우리가 배우는 장단 '웃다리 사물놀이'

안내초등학교 학생들이 배우는 장단은 '웃다리 사물놀이'다. 충청도, 그러니까 윗지방 가락이라 '웃다리'라고 부른다. 

김경은 강사에 따르면 웃다리 사물놀이에는 크게 칠채가락과 육채가랑, 짝쇠가락 등이 있다. 칠채가락은 한 장단에 징을 7번 쳐서 칠채가락이고 육채가락도 마찬가지인데, 육채가락은 첫박에 징을 한 번만 치기도 한단다. 

짝쇠가락은 쇠가 두 개여서 짝쇠다. 상쇠와 부쇠, 꽹과리 두 개가 주가 되어 함께 노는 가락이라고 해서 짝쇠가락이다. 충청도는 전반적으로 쇠가락이 발달해 소리가 빠르고 다이나믹하다. 

경상도나 전라도 가락은 또 어떻게 다를까. 경상도에서는 군대가 제식 훈련할 때 악을 쳐주는 가락이 발달해서 소리가 발걸음에 맞춰 딱딱 끊어져 절도가 있다. 전라도는 농사 지을 때 부르는 소리가 발달했다. 절대 빠르지 않다. 속도 맞춰 주거니 받거니 하며, 가장 빠르다는 휘모리장단도 휘몰아치는 게 아니라고.

충청도는 흔히 사람들이 참 느리다고 하는데 가락은 왜 이렇게 빠른 건지. 김경은 강사는 "말이 느리니까 말로는 못하고, 그 흥을 악으로 대신한 게 아닐까요?" 웃었다.

작은학교 안내초등학교

안내초등학교는 1921년 개교해 올해 학생이 36(남자 12명, 여자 24명)명, 선생님은 10명인 '작은학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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