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속에서 자라는 일반마와 달리 줄기에서 열매로 열리는 '하늘마'
김회득·김회왕·김회문 삼형제가 옥천읍 수북리서 함께 농사지어
"특용작물 판로 개척 위한 삼형제의 도전은 계속된다"

17일 오전 10시 옥천읍 수북리에 있는 삼형제 농장을 찾았다. 하늘마 수확에 한창이다. 왼쪽부터 김회문(57)씨, 이순희(57)씨, 김회득(63)씨, 김회왕(59)씨의 모습. 양손 가득 하늘마를 쥐었다. 쨍쨍 내리쬐는 햇빛 때문에 하늘마를 심은 비닐하우스가 더욱더 초록빛으로 빛났다. 여기에 삼형제의 유쾌한 미소가 더해졌다. (이순희씨는 김회득씨의 아내다.)

[옥천을 살리는 옥천푸드] 하늘마, 열매마, 우주마, 줄기마, 넝쿨마땅속에서 자라는 '마'와 달리 아닌 줄기에서 열매로 열리는 마를 뜻하는 다양한 이름이다. 흔히 우리가 알고 있는 마의 경우 고구마보다는 길고, 속이 새하얗다는 특징이 있다. 그런데 넝쿨에서 자라나는 요 '하늘마'는 생김새부터가 특별하다. 완전히 익기 전 단계에 표면이 초록색을 띠는데, 그 생김새가 마치 선인장 같다. 

속을 까보면 한 번 더 놀라게 된다. 하늘마를 양손으로 쥔 채 힘을 주면 껍질이 한 겹 까지고, 드러나는 색깔은 초록색. 이를 한번 더 칼로 자르면 샛노란색을 띤다. 일반마를 잘랐을 때 처럼 끈끈한 점액도 느껴진다. 이 점액을 '뮤신'이라고 하는데, 위벽을 보호하는 역할을 한단다. 그렇기 때문에 속이 쓰리거나, 위염이 있을 때 먹으면 좋다.

이름도 생소한 하늘마. 특용작물이기 때문에 키우는 옥천에서 이를 키우는 이는 몇 없단다. 그런데 지난해 이를 심고, 올해 수확에 나섰다는 이들이 있어 17일 오전 10시 옥천읍 수북리에 있는 한 농원을 찾았다. 김회득(63), 김회왕(59), 김회문(63) 삼형제가 함께 운영하는 형제농원이다.

김회득씨가 하늘마를 까 보겠다며 시범을 자처했다. 양손으로 하늘마를 쥐었다.
껍질을 벗겨내니 초록색 단면이 나왔다.
초록색 단면을 도려내고 안을 살피면 최종적으로 노란 속살이 나온다. 끈적 끈적한 점액은 뮤신이라는 성분때문이다. 위와 간에 좋단다. 직접 먹어봤는데 아삭아삭한 식감일 뿐 별다른 맛이 느껴지지는 않는다. 다만 끝 맛에서 혓바닥을 '쎄'하게 만드는 느낌이 올라온다. 요거트와 과일 등과 함께 갈아 먹으면 더 좋다. 

삼형제 중 가장 나이가 많은 김회득씨는 형제농원의 실질적인 대표다. 수원에서 설비일을 하고 있는데, 주말마다 농원을 찾는다. 금요일부터 일요일까지. 3일간 동생 김회문씨 댁에 머물며 농사를 짓는다. 벌써 10여년째 이뤄지고 있는 일상이다. 10년 째 농사를 지으면서 안 해 본 작물이 없을 정도다. 돼지감자는 물론 우순(상추의 한 종류로 잎과 줄기가 식용이 가능하며 쌈 채소), 다이어트에 좋다는 흑생강까지 해봤다.

"일반적인 농산물보다는 희소성있는 특용작물을 해보고 싶어서 온갖 것들을 해봤죠. 돼지감자는 열풍이 불었을 때 심어봤고, 우순이라는 줄기 상추도 심어봤죠. 흑생강이라고 자색 생강도 있는데 다이어트 식품으로 유명해요. 그런데 농사를 짓다보니 기후조건이 항상 걸리더라고요. 거의 아열대 지방에서 자생하는 식물이니까요. 물론 우순의 경우 기후조건이 맞았지만, 중국산이 하도 많아서 가격이 잘 나오지 않아 접었어요." (김회득씨)

올해는 하늘마와 '얌빈'이라는 멕시코 감자까지 심었다. 그는 일반적인 농산물보다 희소성이 있는 특용작물을 재배하면서 판로를 개척해 보고 싶다는 뜻을 전했다.

"하늘마 같은 경우는 블로그를 통해 판매하거나, 지인들에게 알음알음 판매해요. 특용작물 자체가 판로가 정해져 있는게 아니다보니, 힘들죠. 그래서 하늘마를 가공해 환을 만들까 생각 중이에요. 요즘 농사는 자금이 마련됐다고, 농사가 잘 됐다고 끝이 아니잖아요. 안정적인 판로 확보가 밑바탕이 돼야죠." (김회득씨)

하늘마를 따고 있는 김회득씨의 모습.

김회왕씨는 형제농원에서 함께 농사를 지으며 굼벵이를 키우고 있다. 형 김회득씨와 마찬가지로 옥천에 거주하고 있지는 않지만, 인근 대전에서 매일같이 농장을 찾는다. 온도에 민감한 굼벵이를 돌보는 '굼벵이 집사'다.

"굼벵이들이 생각외로 똥을 정말 많이 싸요. 이걸 거름으로 만들어서 뿌리면 다른 비료가 필요 없어요. 지금 수확하고 있는 하늘마나, 얌빈 역시 이 거름을 쓰고 있죠. 약을 치는 것보다 순환할 수 있는 자원을 활용하는 게 더 좋다고 생각해요." (김회왕씨)

김회왕씨가 두 손에 하늘마를 쥐고 포즈를 취했다.
굼벵이 똥으로 만든 거름. 하늘마와 얌빈에 뿌려진다.

형제 중 가장 막내 김회문씨는 농사꾼의 모습보다 옥천지역아동센터 원장이라는 직함이 더 익숙하다. 하지만 주말에는 수건 한 장 목에 둘러매고 밀짚모자를 쓴 영락없는 농사꾼이다. 본래 이원면 칠방리가 고향인데, 어머니가 농사를 소규모로 지으며 아들 5명을 건사했단다. 그렇게 셋째 아들 김회득씨와 넷째 아들 김회왕씨, 막내 아들 김회문씨 세형제가 뭉쳐 형제농원을 운영하고 있다.

10여년 전부터 옥천읍 수북리 땅을 임대해 농사를 지어왔기 때문에 농업에 대한 관록이 생기면서 깊어지는 고민도 있다. 지난 5월 옥천 로컬푸드 직매장이 개장하면서 소농들의 판로가 확장됐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로컬'의 의미가 제한적으로 적용되는 것이 아쉽다. 현재 '친환경 농산물'로 접근하고 있는 옥천푸드의 범위가 옥천 땅에서 나는 모든 농산물로 범위를 확장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이뿐 아니라 각 읍면별로 토질 조사가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귀농인들이 농기센터 교육을 통해 농업 교육을 받고나서도 실제 어떤 작목을 선택할지 고민이 많거든요. 만약 토질 조사가 이뤄진다면, 그 속성에 맞는 작물이 무엇인지 나올테니 귀농인들에게 가이드라인이 될 수 있겠죠." (김회문씨)

꼭대기에 달린 하늘마를 따기 위에 사다리에 오르는 김회문씨의 모습.
'잡았다 하늘마' 김회문씨가 하늘마를 따고 있다.

10여년 전 삼형제가 패기로 시작한 농원은 성공과 실패를 거듭하며 지금의 모습으로 거듭났다. 지금 모습 또한 완전하지는 않다. 공판장이나 일반 시장에 내다파는 일반 농산물과 달리, 특용작물은 판로가 한정적이고 기후나 토양 조건이 까다로워 성공을 완전히 보장할 수는 없다. 그럼에도 삼형제는 매주 모여 밭을 일구고 땀을 흘린다. 땀을 흘린 뒤 함께 나눠 먹는 과일 한 쪽, 음식 한 접시가 그렇게 꿀맛일 수 없다.

"수북리는 오전 10~11시에도 안개도 많이 끼어요. 일조량이 적은 편이죠. 그래서 한계를 느끼기도 해요. 사실 따지고 보자면 설비일을 본업으로 오래했기 때문에 그 일이 편하죠. 하지만 계속 도전하고 재미를 느끼기 때문에 주말마다 농원을 찾아요. 내년에는 황금 애호박(황금 쥬키니 호박)을 심어 볼 생각입니다. 삼형제가 함께 하니 도전은 무섭지 않네요." (김회득씨)

다정한 삼형제의 모습을 사진에 담았다.
넝쿨을 타고 하늘마가 주렁 주렁 열렸다. 땅에는 얌빈이라는 멕시코 감자가 자라고 있다. 비닐하우스 한 동은 하늘마 모종을 키우는 용도로 사용하고, 나머지 세 동은 모종을 옮겨 심어 키운 다음 수확한다. 대략 200평 정도 된단다. 지난주부터 수확을 시작했는데 2톤 정도는 거뜬하게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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