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저 하고 싶어서’ 홀로 개척한 등산로

옥천읍 양수리 뒷길에서 용봉까지 1시간 코스 혼자서 철공소 운영하며 얻은 노하우를 발휘해 등산로 재정비

2020-06-11     이해수 시민기자
등산로를 개척 중인 강구봉씨.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그저 하고 싶어서’ 
강구봉씨(62, 옥천읍 양수1리)는 일주일에 두 세 번씩 산을 올랐다. 강구봉씨는 양수리에서 나고 자란 양수리 토박이다. 그는 삼양초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직업현장으로 뛰어들어 평생을 철과 쇠와 함께 보낸 철공소 장인이다. 
최근 예기치 못한 사고로 한 쪽 눈을 실명해 힘든 나날을 보냈지만, 타인을 먼저 생각하는 마음으로 옥천읍 양수1리 뒷길에서 시작해 용봉까지 손수 등산로를 정비하기 시작했다. 무려 1시간 남짓한 코스다. 
“몸이 불편하니까 등산로의 불편함이 더 잘 보이더라고요. 코로나19로 일도 많지 않은데 제가 좀 움직여서 여러 사람을 편하게 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 3개월 동안 혼자서 1m 50cm폭의 등산로를 재정비
강구봉씨는 옥천읍 양수로에서 ‘신성공업사’를 운영하고 있다. 이전에 양수1리 이장을 맡는 등 마을 일에 적극적으로 나서기도 했다. 그는 등산을 하면서도 사람들의 불편함을 먼저 생각하게 되었다. 가지를 뻗은 나무에 긁히고, 단단하고 큰 바위 장애물을 만나면 아득해질 때가 많아 이를 개선하려고 마음먹은 것.  
“용봉은 어릴 때 나무칼을 들고 칼싸움하러 다니던 추억의 장소이지요. 산을 오르려다보니 손에 스치는 것도 많고, 시야도 확보되지 않더라고요. 더 우거지면 야생동물도 안 보이겠더라고요. 그래서 어느 날은 산에 있는 바위도 깨고, 불편한 길은 괭이로 파고, 주변의 나무를 베기도 했지요.”
 어느 날은 새벽 5시20분부터 밤 11시까지 등산로를 정비하는 일에 몰두하기도 했다고.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혼자서 꾸준히 그만큼의 길을 만들어 냈다는 것이 놀랍다.
“아무래도 철공쟁이라 다른 사람보다 요령이 좀 있지요. 일을 가지 않으면 매일 산에 갔어요. 2월 말에 산이 살짝 얼어있을 때부터 시작해서 5월 중순까지 했어요. 보통 일주일에 두 번이나 세 번 정도 했는데, 사람들이 많이 좋아하더라고요. 새벽 5시에 가면 10명 정도는 만나는 것 같아요. 삼성산 날등까지 오가는 분이 많고, 주말에는 용봉까지 가는 분도 많아요. 양수리 뒤에서 올라가는 등산로를 전부 정비했어요. 일하다가 괭이도 몇 개 부러트렸지만 하다보니 보람이 있더라고요. 어느 날은 톱, 다른 날은 큰 망치를 가져가서 돌을 깨기도 했지요” 무려 3개월에 걸쳐 홀로 등산로를 정비했다.
그는 “코로나 때문에 일도 없고, 일을 가지 않는 한 매일 산에 가요. 시간도 남고 일하던 사람이 가만있기도 좀 그래요”라며 “이제는 고쳐쓰는 시대가 아니라 바꿔 쓰는 시대다보니 대장간처럼 저희 업종도 많이 찾지 않거든요. 아마 저희 세대가 이 일을 하는 마지막 세대라고 생각해요”라고 덧붙였다.

 

■ 고맙다는 말 한마디, 건네주는 생수 한 병이 보람
처음에는 군청에서 나와서 하는 일인줄 알던 등산객들도 강구봉씨의 선행을 알고 감사한 마음을 비치곤 했다. 강구봉씨는 또 그 마음이 매우 고마웠다고. “안 그래도 옥천신문에 제보하신다는 등산객들이 많았는데, 누가 제보했나 모르겠네요. 그냥 보람을 갖고 하는 일일 뿐이에요. 제가 좀 움직여서 여러 사람이 편하겠구나 하고 일하다보니 그게 또 재미가 있어요. 처음에는 군청에서 나와서 일하는 줄 알던 분들이 나중에는 알아보시더라고요. 때때로 등산하시다가 주고가시는 물 한 병, 초콜릿이나 과자 하나가 상당히 고마워요. 혼자 하다보면 몸이 힘들어지곤하는데 그럴 때 고맙다는 말 한 마디, 생수 한 병이 그렇게 고맙더라고요” 
강구봉씨는 올해 안에 정비되지 않은 세세한 부분을 가다듬는 것이 목표이다. 강구봉씨는 “등산로라는 표지판도 없던 등산로지만 그래도 좀 더 편안하게 다닐 수 있겠지요”라며 환하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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