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에 우리술 빚기

김기엽 원장의 술이야기(17) 김기엽 (향수을전통주연구원장, 군북면 국원리)

2020-01-08     옥천닷컴

전통주를 빚기 위해서는 농사를 위해 일년을 준비하는 것과 같은 준비 과정이 필요하다. 요즘은 다양한 가향제와 약주를 위한 재료가 많이 판매되고 있으나 이른 봄에나 채취할 수 있는 송순이나 다양한 꽃들을 이용한 술을 만들기 위해서는 개화시기를 놓치면 그 해의 술은 만들 수 가 없게 된다. 송순을 이용한 맑은 청주나 백화주, 국화주등이 이에 해당되는 술들이다.

절기와 계절의 변화에 맞추어 다양하게 빚어지는 전통주는 배 꽃이 피고 밀을 수확하는 6월을 지나 장마철이 낀 여름에 습한 기온을 이용하여 밀로 누룩을 만들고, 선선해지는 가을부터 겨울을 지나 초봄까지 술을 빚는다. 이 중 술 빚기에는 겨울이 좋다. 그 이유로는 첫째, 겨울 술 빚기라 함은 보통 11월~2월 중 실내온도가 18~20도를 오르내릴 때를 말하며 이 때는 술이 잡균으로 영향을 덜 받아 변질됨을 막을 수 있으며, 반면에 이 말은 효소와 효모의 활동력이 떨어진다는 말과도 상통하는 것으로(알코올 생성에 필요한 효모는 20~25℃가 적정의 온도임) 다른 계절에 비해 안전한 술 빚기를 할 수 있으나 술이 익는 기간은 길어질 수 있다는 말이다.

둘째, 여름 술 빚기를 꺼리는 이유는 급격한 외부의 변화로 술독의 품온 온도가 들쑥날쑥하여 술독 관리가 어렵다는 점이다. 반면에 겨울의 경우 적정의 실내 온도가 유지되는 대부분의 집에서는 약간의 보온 즉 이불로 감싸주고 두꺼운 천으로 술독 입구를 덮어주어 항아리 온도를 유지해 주면 봄 가을이나 여름보다는 더딘 술 빚기가 되나 실패할 확률은 현저히 줄어든다.

옛 글에 보면 우리 조상님들은 자기 전에 쌀을 씻어 불리고 들로 논으로 일 나가기 전에 술을 빚었다 하신다. 이 말은 주변의 상황에 순응하며 자연과 더불어 지내는 생활 속에서 술을 빚는 여유로움을 보여주는 것이며, 술 빚기를 과학적 접근보다는 생활과 밀착된 감성적 접근이 필요한 이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