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한나(옥천교육지원청 장학사)

[기고]

옥천읍 가화리 지엘리베라움 아파트 앞에는 올해부터 <꿈이 있는 작은 도서관>에서 열다섯명의 작은 규모지만 상시돌봄교실이 열리고 있다. 여기는 취약계층으로 한정되는 지역아동센터가 아니고, 오후 다섯시 전에 문을 닫는 학교 돌봄교실이 아니다. 작은도서관 공간 기부와 교육지원청의 재정지원을 받아서 열린 민간활동이다. 교육에 헌신하고자 하는 한 목사님 소망으로 시작되었다. 대상 아동은 소득수준의 제한이 없다. 일반적인 가정의 초등학교 아이들이다. 이 아이들은 돌봄이 끝나면 걸어서 집으로 갈 수 있을 거리에 산다. 학교밖에서 내 집과 가까운 곳에서 이루어지는 돌봄. 이제 시작된 작은 마을교육공동체다. 

안내면 복지회관에는 지난해부터 학교가 끝난 후에는 <꼼지락꿈다락방>이라는 마을돌봄이 이루어진다. 아이들은 방과후(학교 밖으로 나가는 진짜 방과후다!)에 학교 밖에서 해방의 시간을 갖는다. 안내복지회관에 가서 여가 시간을 즐기고, 면소재지에 있는 커피숍이나 식당에서 주문해 온 저녁이나 간식을 먹고 학교 버스처럼 승하차보조원이 있는 버스를 타고 집으로 돌아갈 수 있다. 마을돌봄에서는 공부보다 자율시간을 많이 달라는 학부모 요구에 따라서 올해 어린이들은 맘껏 자기 시간을 누리고 있다. 교육지원청에서 지원해드리는 자원봉사자 선생님들이, '너무 놀아서 걱정이다' 라고 하소연할 정도다. 

장야초등학교 옆 배미 마을 안에서는 <재미난 공작소>라는 민간단체에서 지역중심 마을방과후학교를 교육지원청의 지원으로 지난해부터 분기별로 계속 열고 있다. 아이들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요리, 공예, 영상 수업 등으로 인기폭발이다. 지금은 단기간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기수별로 끝내고 있지만, 안정적인 공간이 확보되면 상시돌봄으로 가는 것도 생각중이다. 가까운 장야주공아파트 단지 안에서도 마을 인근에서 아이들을 돌보는 안정된 공간이 필요하다는 인식이 생기고 있다. 많은 마을에 경로당, 500세대 이상의 공동주택단지 안에 어린이집이 필수이듯, 이제는 일반적인 가정의 아이들을 위한 돌봄교실 확대가 필요할 때다. 

충북도립대 옆 중앙침례교회에서는 엄마들로만 구성된 지역중심 마을방과후학교가 지난 4개월간 운영되었다. 아이들은 공기놀이, 젠가, 보드게임 같은 놀이도 하고, 케이크도 만들고 과자도 구웠다. 학구인 삼양초등학교에서는 옥천읍내 도시재생사업이 진행돼서 옥천경찰서 자리에 아동돌봄 공간이 들어오면, 학교의 방과후를 일부라도 이런 방식으로 가져가길 희망하고 있다. 

학교는 학부모의 바램과는 달리 본래 방과후를 전문으로 하는 곳이 아니다. 방과후교실이 처음 시작된 이십년 전에는 어쩔 수 없이 학교가 그 역할을 떠맡았을 뿐이다. 지역사회의 역량이 커져가는 지금은 학교는 교사가 수업을 하는 공간으로서 자기 자리를 제대로 찾아가야 한다. 그러려면 이렇게 스스로 마을 방과후를 운영할 수 있는 마을교육활동가들이 계속 생겨나야 한다. 옥천교육지원청은 이를 위해서 행복교육지구 사업을 옥천군과 협약하고 3년간 지속해오고 있다. 또한 행복교육지구 외에도 마을돌봄, 마을방과후를 위한 예산을 충청북도교육청에 계속 요구할 것이다.  

학교에는 다양한 방과후 수업을 열어달라고 하는 학부모님들의 요구가 많다. 학교는 정규수업에 방해가 되더라도, 선생님이 희생되더라도 학부모의 간절한 요구에 따라 컴퓨터, 운동, 미술, 악기 등 다양한 방과후를 열었고 지금도 지속하고 있다. 그러나 학교는 방과후에 쏟는 노력만큼 정규 수업의 질이 낮아지는 문제를 근본적으로 가지고 있다. 지역사회가 함께 고민해해법을 찾아야 할 문제다. 

학교는 학교의 역할이 있고, 지역은 지역의 역할이 있다. 함께 아이를 키운다는 걸 구체적으로 고민하고 실천할 마을교육활동가가 많이 필요하다. 아이들을 지역에서 함께 키우는데 관심있는 주민 여러분을 마을교육활동가의 길로 초대한다. 8월 30일 금요일 오후 2시 평생학습원에서 그 방법을 알 수 있는 행복교육지구 소통회가 열린다. 지속가능한 옥천을 위해 함께 길을 걸어갈 예비 옥천 마을교육활동가들이 많이 오시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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