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정수 (청소년 기자단, 안내면 도율리)

[러시아 여행기(7)]

드디어 3박 4일동안 약 3790km의 열차생활이 끝났다. 막상 내리려니 조금은 아쉬웠다.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괜찮은, 그 생활이 내게는 꽤나 잘 맞았으니까. 이제 여행도 얼마 남지 않았다. 블라디보스톡에는 2박 3일간 있는데, 특별한 일정은 없다. 일단 숙소에서 쉬면서 블라디보스톡에는 뭐가 유명한지 찾아봤다. 관광지가 다 거기서 거기이기에 딱히 끌리는 것은 없었다. 그러다 재밌는 식당을 하나 발견했다. '고려관', 북한에서 직접 운영하는 북한 식당이다. 우선 독수리전망대에서 일몰을 보고, 그곳으로 향한다. 날씨가 영하 10도를 웃돌지만 평양냉면을 먹을 생각에 신이났다. 기대한 것보다는 별로였다. 흔히 먹던 냉면 보다는 심심한 맛이었다. 

블라디보스톡 시내는 좁아서 왠만한 곳은 걸어서 다닐 수 있다. 아침으로 수제버거를 먹고 이곳저곳 돌아다니다 숙소에서 쉬고 있는데, 연락이 한통왔다. 이르쿠츠크에서 만났던 누나들이었다. '어제 밤에 블라디보스톡 도착해서 잠만 자느라 연락을 못 했어. 우리 오늘이 마지막 밤인데 맛있는거 먹으러 가야지?' 그렇게 우리는 남은 루블을(러시아 화폐) 다 쓰고 가자며 꽤나 비싸 보이는 레스토랑에 들어가 이것저것 막 시켰다. 그래봤자 1인당 3만원이 채 나오지 않았다. 아쉬운 마음에 해변가를 산책하며 마지막 밤을 보냈다. 

마지막 날 이 여행에서의 가장 신기한 경험이라 할 수 있는 일이 있었다. 

공항에서 체크인을 하기 위해 기다리고 있는데, 꽤나 익숙하지만 조금은 어색한 말들이 들려왔다. 그들의 줄 앞에는 '고려항공 평양'이라 써있었다. 

북한사람들이었다. 물론 새터민들은 몇번 만나보기는 했지만, 이런 경우는 조금 다르지 않은가. 내가 금방이라도 '안녕하세요'라고 말할 것 같은 눈빛으로 쳐다보자, 가볍게 목례를 해주었다. 생각해보면 별일도 아니고, 짧았지만 당시에는 꽤나 큰 울림이 있었다. 

11일 만에 한국으로 돌아왔다. 2주도 안되는 짧은 시간이었지만, 이렇게 긴 기간 동안 여행한것이 처음이었고, 더군다나 혼자 다녀온 배낭여행이었기에 꽤나 오랫동안 여행후유증이(장기여행을 다녀오고 나서 일상생활에 적응하지 못 하고 그곳을 그리워 하는 현상) 있었다. 무얼 해도 그 곳의 분위기, 사람들, 모든 것들이 그리웠었다. 

아마 당시에 방학이었기에 특별한 일이 없어서 그랬던것도 있지만, 내게는 꽤나 큰 경험이었으니 그랬던것 아닐까? 다시 한국에서의 생활이 익숙해지고, 친구들과 4박 5일동안 태안에서 군산까지 걸으면서 '다음 방학때는 어디를 갈까?' 생각했다. 답이 쉽사리 정해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그럼 언젠가 꼭 세계여행을 가자!'

오랜만에 글을 써서 매끄럽지 못한 부분도 있고, 여러모로 부족한 점이 많은 글이었지만, 지금까지 제 이야기를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다음주 부터는 7/21~8/3까지 다녀온 베트남 남부 여행기가 연재됩니다.  많은 관심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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