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이면 석탄리서 잡아올린 붕어·모래무지·빠가사리에
군북면 환평리서 직접 딴 호박잎·들깻잎·부추 넣고 푹 고은 여름 별미 '어죽'
13일 오전 11시 환평약초체험마을 조정애 사무장이 직접 요리했다

13일 오전 11시 옥천신문 2층에서 환평약초마을 조정애(57) 사무장이 여름별미 어죽을 선보였다. 여기에 황기를 우려내 만든 오이소박이도 뚝딱 만들었다. 뜨거운 어죽과 아삭아삭한 식감이 일품인 오이소박이를 함께 먹었다. 어죽으로 입이 뜨겁다 싶을 때 오이소박이를 한 입 베어 물었다. 완벽한 조화였다. 이날도 어김없이 로컬푸드 제철밥상의 공식 포즈 '짠'을 외치며 끝을 맺었다.
13일 오전 11시 옥천신문 2층에서 환평약초마을 조정애(57) 사무장이 여름별미 어죽을 선보였다. 여기에 황기를 우려내 만든 오이소박이도 뚝딱 만들었다. 뜨거운 어죽과 아삭아삭한 식감이 일품인 오이소박이를 함께 먹었다. 어죽으로 입이 뜨겁다 싶을 때 오이소박이를 한 입 베어 물었다. 완벽한 조화였다. 이날도 어김없이 로컬푸드 제철밥상의 공식 포즈 '짠'을 외치며 끝을 맺었다.

[로컬푸드 제철밥상] 자급자족. 자기에게 필요한 것은 스스로 생산하여 충당한다는 말이다. 인공지능이 소설을 쓰고, 한번의 클릭이면 대문 앞까지 물건이 배송되는 4차혁명 사회에서 자급자족이라. 원시시대 이야기하는 것 아니냐는 사람도 있겠다. 맞다. 우리는 지금 자급자족이 가능하지만, 그것을 어렵게 만드는 사회에서 살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3일 오전 11시 옥천신문 2층에서 만난 환평약초마을 조정애(57) 사무장은 자급자족의 가치를 되새기게 했다. 이날 로컬푸드 제철밥상으로 소개해준 어죽과 오이소박이에 쓰인 채소류는 거의다가 조정애 사무장이 직접 딴 농산물이다.

그가 사무장으로 있는 환평약초마을은 텃밭을 가꾸는 데 거기에 파는 물론이요, 호박잎, 들깻잎, 고추, 황기 등을 키운다. 그렇다고 그가 농산물을 키워 팔아 소득을 얻는 전문 농사꾼은 아니다. 환평약초마을에서 사무장으로 일하며 다양한 체험을 구상 중인데, 직접 재배한 농산물을 사용해 다양한 레시피를 연구 중이란다.

"어렸을 때 수북리에 살았어요. 오대리 강가에서 오빠가 고기를 잡아오면 어머니가 어죽을 끓여주셨죠. 가끔가다 피라미도 많이 잡혔는데 길게 줄을 달아서 말렸어요. 그런 다음에 튀김을 해 먹으면 얼마나 맛있었는지 몰라요. 그렇게 직접 잡은 재료들로 요리를 해주셨던 기억이 지금도 남아 있나봐요. 그래서 제철밥상 제안을 받았을 때 여름 보양식인 어죽을 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죠." (조정애 사무장)

어죽의 기본은 민물고기를 푹 고와 만든 육수다. 육수를 만들기 위해서는 민물고기 내장을 제거하고, 씻은 다음 찬물을 담아 핏물을 빼야 한다. 그다음 민물고기에 생강, 마늘, 양파를 넣고 2시간 이상 푹 삶아야 한다. 삶는다고 육수가 만들어지는 건 아니다. 고기를 건진 다음에 체에 밭쳐 뼈와 살을 분리하는 작업도 거쳐야 한다. 한마디로 인내가 필요하다.

동이면 석탄리에서 붕어, 모래무지, 빠가사리를 받아 어죽 육수를 만들었다. 조정애 사무장이 전날(12일) 3시간 가량 생강, 마늘, 양파를 넣고 푹 고왔다. 사진제공: 조정애 사무장
푹 고은 민물고기를 체에 받쳐 뼈와 살을 분리하면 맑은 육수가 나온다. 

맑은 육수에는 어죽의 풍미를 살리기 위한 고춧가루와 된장, 고추장 양념을 푼다. (고춧가루는 조정애 사무장이 직접 기른 고추를 말려 만든 것이고, 된장 역시 집에서 직접 담았다. 다음번에는 고추장 담기에도 도전한단다.) 그 다음 1시간가량 불린 쌀을 육수에 넣고 바닥에 눌러붙지 않도록 저어야 한다.

어죽의 화룡점정은 향긋하고 씹히는 재미를 주는 채소에 있다. 이날 조정애 사무장은 호박잎을 직접 따왔다. 보통 어죽에 호박잎이 들어가는 경우는 드문데, 제철의 느낌을 살리기 위해 가져왔단다. 호박잎은 숨을 죽여야 부드럽게 넘어가기 때문에 쌀을 넣은 다음 바로 투입한다. 

"저는 어죽에 수제비도 넣어요. 밀가루와 콩가루를 넣고 반죽을 해왔어요. 쌀 뿐 아니라 수제비까지 넣으면 더 포만감이 있고 맛있어요." (조정애 사무장)

밀가루 반죽으로 수제비를 하나하나씩 뗀 다음에 들깻가루를 넣고, 젓는다. 요리 제일 마지막에는 직접 딴 파와 깻잎, 마늘, 부추 등을 넣은 다음 숨이 살짝 죽을 정도만 끓이면 된다.

"파와 깻잎은 아침에 직접 따왔어요. 부추 같은 경우는 환평리에 농사짓는 주민들이 많았는데, 요즘은 1가구 밖에 남지 않았죠. 오늘 사용한 부추는 군북면 환평리 이정희·이용만 부부가 재배한 거예요. 어죽에 향긋함을 살려주는 역할을 한답니다." (조정애 사무장)

민물고기를 고은 맑은 육수에 불린 쌀을 넣는다. 쌀은 1시간 가량 불리면 된다. 죽이란 육수부터, 쌀까지 어느 하나 정성이 들어가지 않는 작업이 없다.
이날 어죽은 특별히 호박잎을 넣었다. 호박잎의 제철은 7월부터 10월까지란다. 더운 여름 입맛을 잃었을 때 호박잎을 싸먹으면 그만이다. 된장과도 조화가 잘 맞다. 특히 섬유소가 풍부해 다이어트에도 좋단다.
호박잎과 수제비를 넣고 끓이다 마지막에 들깻잎을 투하한다. 들깻잎은 숨이 살짝 죽을 정도만 끓여야 한다.
군북면 환평리 이정희·이용만 부부가 직접 재배한 부추를 썰고 있는 조정애 사무장의 모습. 부추 덕분에 어죽에 향긋함이 더해졌다.

이날 조정애 사무장은 어죽에 어울리는 오이 소박이도 함께 선보였다. 오이소박이 국물은 황기 육수를 기본으로 한다.(황기는 콩과에 속하는 식물로 한의학에서 많이 사용한다.) 황기를 우려낸 국물에 굵은 소금으로 간을 맞추고, 단 맛을 위해 배와 사과를 갈아 넣는다. 채 썬 파프리카, 파, 양파 등을 넣은 절인 오이를 넣으면 끝. 오이소박이가 완성된다.

음식을 만드는 데 조화를 맞추는 일은 중요하다. 조화를 이룬 음식을 함께 먹는 것이 보기에도 좋고, 건강에도 좋단다. 조정애 사무장이 이날 만든 요리에서 추구한 것도 '조화'였다. 어죽 뿐 아니라 오이소박이도 함께 내놓는 그의 세심한 배려에 감동했다.

그는 앞으로도 다양한 요리 레시피를 만드는 것이 꿈이라고 말했다. 이미 지난 포도복숭아 축제 때 '구선왕도고'라는 떡을 만들어 선뵈기도 했다. 직접 키운 백봉령(땅 속의 솔뿌리에서 나고, 약재로 주로 사용된다.)을 넣었다. 환평약초마을에 특색을 살리기 위한 시도다.

"우리고장에서 나는 식재료를 가지고 건강한 음식을 만드는 일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결국 내가 먹는 음식이 나 인거 잖아요. 좋은 재료로 좋은 음식을 만드는 일이 재밌고 좋아요. 앞으로도 계속 나아갈 예정입니다." (조정애 사무장)

완성된 어죽과 오이소박이의 모습. 여름 보양식 어죽에 상큼한 오이소박이까지 먹으니 절로 건강해지는 느낌이다.
이날 맛있는 요리를 정성스럽게 만들어주신 조정애 사무장님께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이날 맛있는 요리를 정성스럽게 만들어주신 조정애 사무장님께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이날 신문사 기자들 5명이 어죽과 오이소박이를 나눠 먹었다. 오늘도 '잘 먹었습니다!'
이날 신문사 기자들 5명이 어죽과 오이소박이를 나눠 먹었다. 오늘도 '잘 먹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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