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경식 (여행사진작가 / 안남초 31회 졸업)

〈토끼섬에서 바라 본 하도리 굴동마을〉
〈토끼섬에서 바라 본 하도리 굴동마을〉

 

문주란은 1962년 천연기념물 제19호로 지정된 수선화과에 속하는 여러해살이식물로, 바람이 잘 통하고 따뜻한 해안가 모래언덕에서 잘 자라며, 79월에 꽃을 피운다. 우리나라에는 제주도 구좌읍 하도리 토끼섬에 유일하게 자생하고 있다.

뿌리와 잎, 열매는 거담과 해열에 효능이 있어 한약재 원료로 쓰인다. 해가 지기 시작하면 꽃을 활짝 피며 향기도 더욱 짙어지는 꽃이다.

6.25동란 등 혼란의 틈을 타, 외지인들이 토끼섬에 몰래 들어가 문주란 알뿌리를 캐가는 바람에 개체가 많이 줄었으나, 한 독지가와 하도리 청년들의 노력으로 섬 주위를 감시하며, 돌담을 쌓아 파도와 바람을 막아 주는 등 많은 노력으로 현재까지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일주동로(1132)의 월정리입수교차로 부근 큰길가에도 문주란이 많이 피어 있다. 이곳은 온도가 더 따뜻해서인지, 다른 곳보다 이른 6월말에 피기 시작하여 7월 중순이면 지고 만다.

제주문화유산답사동호회에서 월정리와 행원리의 문화유산 답사를 위해 7월 초순 방문했을 때 이미 한창 피기 시작해, 다시 열흘 정도의 여유를 두고 방문했더니, 아뿔싸 이미 꽃이 지고 있었다. 화들짝 놀라 렌즈를 이리저리 마구 들이대며 허둥대기도 했다. 월정리와 행원리는 때를 놓치고 말아 아쉬운 마음으로 내년을 기약할 수밖에 없다.

토끼섬과 광치기 해변을 차례로 소개한다. 가파도와 마라도에도 문주란이 군데군데 자라고 있다. 여기는 줄기도 튼실하고 꽃도 더 커 보인다.

토끼섬(#76)

하도리 보건진료소에서 해안도로 제주올레 21코스와 만나는 굴동 교차로까지 1.6를 문주란로라고 한다. 지역의 천연기념물인 문주란을 오래도록 보전하기 위해 도로 이름을 그렇게 짓고, 길가에도 양쪽으로 문주란을 심어 놓았다, 한여름 햇볕에 그을린 문주란이 나른한 모습으로 피어 있다.

토끼섬을 가기 위해 차를 댄 곳은 하도리 굴동포구에 있는 하도어촌계창고 앞이다. 작은 굴동포구엔 고기잡이용 작은 어선과 고무보트를 정박할 수 있는 아담한 시설이 있다. 촬영을 위해 동행한 오천문(010-4693-6500)씨를 만났다.

토끼섬은 육지에서 50m 정도 가까이에 있어 작은 배로 5분 이내에 갈 수 있다. 백중사리 때는 수심이 얕아 걸어서 갈 수 있을 정도란다. 수초가 잘 발달되어 있어서 산란기에는 많은 어류가 모여든다고 동행한 오천문 씨는 자세하게 설명하며, ‘어릴 적에는 헤엄으로 왔다갔다했다는 무용담도 함께 한다.

7월 중순 1차 촬영을 갔을 때, 막 꽃이 피기 시작하였다. 그러나 군데군데 송충이가 보여 보기에도 흉했지만, 잎을 갈아먹어 생육에도 지장이 있어 보였다. 담당부서에서는 병충해 방지 등 적극적인 관리와 예산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겠다.

처음 밟아보는 토끼섬에 올라서자마자 천연기념물지정을 알리는 표지석이 바로 눈앞에 서있다. 돌담으로 둘러싸인 문주란자생지는 생각보다 잘 정리되어 있었다. 오래 전에 쓰던 경비감시 초소도 그대로 남아 있다.

7월 하순, 지난번 문주란 촬영에 도움을 준 오천문 씨한테 전화가 왔다. 근래 토끼섬에 가보니 송충이가 꽃 순을 갉아먹어 꽃대가 몇 개 안 남았다고 큰 걱정을 한다. 빠른 시일 내에 방문하여 확인해 보자는 의견이다.

8월 초순에 다시 방문했다. 급한 마음에 바닷물에 발을 담그며 서둘러 자생지에 올랐다. 전에 본 모습과 마찬가지로 꽃은 몇 개 더 피긴 했지만, 꽃대가 많이 보이지 않았다. 낮은 자세로 자세히 들여다보니 지난번과 마찬가지로 송충이는 여전하다. 연한 꽃대를 다 갉아 먹어버려 꽃이 피지 못한 것이다. 천연기념물을 이렇게 방치해도 되나 걱정이 들어 오천문 씨한테 하소연을 했더니, 도리어 나보다 더 걱정을 한다. 천연기념물을 관리하는 부서의 관심 정도가 예전만 못하며, 예산이 거의 지원되지 않아 기초적인 병충해 방제도 못하고 있다며, 뾰족한 대안이 없음을 아쉬워한다.

뒤늦게 안 사실인데, 토끼섬은 또한 해녀콩의 자생지란다. 강낭콩과 비슷하지만, 독이 있어서 먹으면 안 된다. 해녀들이 원치 않는 임신을 했을 때 먹었으며, 목숨을 잃을 수도 있다고 한다. 해녀콩은 올레 14코스인 한림읍 금능리에도 서식지가 발견되었다.

 

광치기 해변(#31)

성산포 광치기 해변에도 문주란이 자라고 있다.

서성일로(1119)와 일주동로(1132)가 만나는 성산환승정류장(고성사거리)에서 성산일출봉을 향해 1.5정도 지나면 오른쪽 해변에 광치기해변주차장 팻말이 있다. 1년 내내 워낙 많은 여행객이 찾는 곳이다. 주변 주차 상황이 어렵다면, 100m 정도 더 앞으로 나가면 거기에도 승용차 30여대 정도의 주차 공간이 있다.

이 주차장에 차를 대고, 성산일출봉을 향해 눈을 돌리면 앞에 문주란 군락이 보인다. 많지는 않지만 아쉬운 대로, 귀한 문주란을 쉽게 볼 수 있다. 그 옆에는 119구급함도 함께 서 있다.

주차장엔 벤치도 있어 광치기해변이나 성산일출봉을 바라보며 옛 기억을 벗 삼아 준비해온 커피로 훈훈하게 마음을 달래 봄직도 하다.

아래 광치기 해변에서 촬영한 사진은 주차장 바로 앞 벤치에서 터진목의 거친 해풍을 벗 삼아 외로이 서 있는, 오랜 세월 동안 만인의 연인이 되어버린 한그루 문주란 꽃이다. 그 앞엔 이른 새벽 찬 공기를 가르고 여행에 나선 한 여인의 여심(餘心)이 보인다.

이른 새벽, 그에게 코끝을 대고 한참동안 숨죽이고 기다려 본다. 밤에만 향을 낸다는 문주란의 고혹적인 새벽 향기에 연속으로 감탄사가 나온다. 제주도에서 자주 접하던 수선화, 천리향, 귤꽃 향에 견주어 보아도 향이 진하며, 나도 모르게 감탄사가 이어 진다.

홀로 서있는 자신을 늦게라도 찾아준 나에게 고마움의 인사라도 하듯, 아니면 제주도를 몰라도 너무 모른다고 투정을 하듯, 아침 첫 햇살을 맞으며 반갑게 맞아주는 듯하다. 나도 그에게 내년에는 잊지 않고 일찍 찾아와 줄게라고 굳은 약속을 했다.

물론 여기, 광치기 해변은 일출 사진 촬영 장소로 워낙 유명해서 새벽에는 주차가 어렵다. 일출 촬영을 위해 해변에 서 있는 카메라맨들의 모습도 장관이 아닐 수 없다. 더구나 한 겨울에도 해변과 어우러진 유채꽃 풍경을 사진에 담기위해 찾아온 수많은 여행객들로 발 디딜 틈이 없으니, 주차 문제만큼은 대책을 앞세워야겠다.

〈토끼섬 문주란〉
〈토끼섬 문주란〉
〈토끼섬 해변에 핀 문주란〉
〈토끼섬 해변에 핀 문주란〉
〈월정리 문주란〉
〈월정리 문주란〉
〈토끼섬 문주란〉
〈토끼섬 문주란〉
〈월정리 문주란〉
〈월정리 문주란〉
〈광치기해변 문주란〉
〈광치기해변 문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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