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천이 외가였던 김현식과 윤중호, 그들은 옥천을 고향이라 생각했다
어머니가 있었던 곳, 육성과 시에서도 '고향 옥천' 자주 언급 돼

 옥천은 참 문화관광자원이 없는 동네다. 인근 금산만 해도 보물로 지정된 문화재가 많고, 보은은 속리산으로 먹고 살며, 영동은 과일과 국악으로 밀고 있지만, 왠지 모르게 옥천은 빈약하다. 지용 생가와 문학관, 옥천 유일한 보물인 용암사쌍삼층석탑도 끌어들일 수 있을만한 ‘자장’을 갖고 있지 않다. 옥천에 이왕 왔으니 한번 구경하는 정도이지, 그 것 때문에 옥천을 올 정도로의 ‘메리트’가 없다. 그래서 새로운 자원 하나하나 발굴이 중요하다. 더구나 무궁무진한 콘텐츠를 뽑아낼 수 있는 자원이라면 적극적으로 발굴해야 할 필요가 있다. 그래서 ‘김현식'과 ‘윤중호'를 제안하고자 한다. 어찌보면 생소한 인물일 수 있고 '옥천과 무슨 관계람?’하며 심드렁하게 반응할 수 있다. 대구 김광석 거리는 김광석이 불과 대구에서 태어나 초등학교 입학 전 잠시 보냈다는 것을 기념하여 만들어 단박에 유명해졌다. 안동에 거리를 조성하려는 가수 유재하도 안동에서 태어나 초등학교 입학 전에 머물렀다는 것을 근거로 유재하 거리를 만들려고 한다. 그렇다고 옥천과 아무런 연고가 없는 인물을 가져다 끌어 놓는 것도 ‘후안무치’한 일일 수 있고 자칫 예산낭비일 수 있다. 하지만, 시대가 여전히 기억하는 가객 김현식(1958.2.18~1990.11.1)은 서울 중구 인현동에서 태어났지만, 수차례 고향이 옥천이라고 밝힐 만큼, 옥천에 대한 애정이 애틋하다. 그것은 본인 육성으로도 본인이 쓴 자서전에도 다큐멘터리에서 여러차례 등장하는 이야기다. 그리웠고 외로웠다는 양가적 감정이 교차하는 옥천은 그의 외가였다. 죽향초등학교 2학년부터 5학년까지 3년 동안 적지않은 유년시절을 옥천에서 보낸 것이다. 대부분 고향의 기억이 형성되는 중요한 시기를 옥천에서 보냈던 것이다. 더구나 그는 옥천이 고향인 어머니 류진희씨에게 많이 의지했고 그의 아들도 외탁을 했다. 본인의 음악적 마음의 고향이 옥천이라 이야기할 만큼 생각을 하는 것도 주목해야 한다. 김현식 같은 우리나라 대중음악사의 걸출한 인물을 내년 사후 30주기를 앞두고 아무런 추모사업이나 기념사업이 각지에서 뚜렷하게 없다는 것도 어쩌면 중요한 기회이다. 그래서 그를 사유하고 어떻게 옥천방식으로 품을 것인지 고민할 필요가 있다는 것을 말해두고 싶은 것이다. 더구나 가수 김현식을 기억하는 음악성 있는 가수들은 정말 많고 그의 곡은 정규앨범 6집을 비롯해 비정규앨범까지 포함하면 100여 곡이 훨씬 넘는다. 이런 콘텐츠를 가만히 지켜만 보고 있다는 것은 얼마나 참으로 안타까운 일인가. 

김현식을 대중적으로 기억하는 이가 많다면 윤중호(1956.2.5~2004.9.3)는 ‘누구지?’하는 의아함이 많이 드는 시인이다. 그는 감히 말하건대 옥천에서 정지용 시인의 뒤를 이을 수 있는 옥천과 연관된 시인이다. 영동 심천이 태어난 곳이지만, 그도 김현식 처럼 옥천이 외가였고 옥천을 고향처럼 아끼던 사람이었다, 그의 시에 옥천의 지명과 금강이 많이 등장한다는 것도 그리고 여전히 이원면에 어머니가 살아계시고 대림선원 주지인 연탁스님이 그의 누이라는 것도 옥천이 그에게 어떤 의미였는지 상상할 수 있다. 그는 시집 ‘본동에 내리는 비’(1988, 문학과 지성사), ‘금강에서’(1993, 문학과 지성사), ‘청산을 부른다’(1998, 실천문학사), 고향길(2005, 문학과 지성사) 등 4편의 시집과 산문집 '느리게 사는 사람들’(2000, 문학동네), 동화 ‘눈먼새 날개펴다’, ‘감꽃마을 아이들’ 등 4편의 동화도 낸 바 있다. 녹색평론 김종철 발행인은 윤중호 시인에 대해 ‘사람을 아끼는 게 제일이라는 믿음에 투철했고, 무엇보다도 사회의 밑바닥 사람들과 함께 있는 것에서 행복을 느낀 철저한 비근대인었다’고 평했고, 문학적 성취에 대해서는 ‘한국 현대시 역사 전체를 놓고 볼 때도 드물게 뛰어난 시적 성취를 보여주며 크게 보면 백석의 ‘사슴'이나 신경림의 ‘농무’의 맥을 잇는 세계이면서도 어떤 점에서는 그 시집들보다도 한 걸음 더 나아간 진경을 보여주고 있다’고 호평한 바 있다. 유고시집 고향길은 당시 어머니 박유순씨의 칠순을 위해 준비했던 시집이었다. 엄니를 기리며 쓴 ‘고향길’ 시집 첫 시가 이렇게 시작한다. ‘외갓집이 있는 구장터에 오리쯤 떨어진 구미집 행랑채에서 어린 아우와 접방살이를 하시던 엄니가 아플 틈도 없이 한달에 한켤레씩 신발이 다 헤지게 걸어다녔던 그 막막한 행상길----강안개 뒹구는 이른 봄 새벽부터 그림자도 길도 얼어버린 겨울 그믐밤까지 끝없이 내빼는 신작로를, 무슨 신명으로 질수심이 걸어서, 이제는 겨울바람에, 홀로 센 머리를 날리는 우리 엄니의 모진 세월/덧없어 참 덧 없어서 눈물겹게 아름다운 지친 행상길’ 이처럼 어머니와 고향을 아득하게 기억하는 시인이 있을까. 토속적인 언어로 군더더기 하나없이 정갈하게 풀어낸 그의 시를 기억하는 사람은 기억한다. 술과 사람을 좋아했던 그의 사람됨을 기억하는 사람은 기억한다. 

올해가 바로 그의 타계한 지 15주기다. 그도 뿌리를 내리지 못한 채 구천을 떠돌고 있다. 김현식과 윤중호 시인의 고향을 다시 찾아주는 것, 그것을 옥천에서 해야하지 않을까. 고향 옥천을 누구보다 사랑했던  영원한 가객과 시인, 이 둘을 기억하고 기리는 작업을 하는 것. 옥천을 더 풍성하게 할 것이다. 김현식과 윤중호는 2년 터울의 동년배로 만난 적이 있는지 잘 모르겠지만, 윤중호 시인은 김현식의 노래를 즐겨 불렀다고 한다. 시대와 비교적 가까운 인물이면서도 빛을 보지 못한 그들을 위해 옥천이 함께 할 일은 무엇이 있을까? 거창하게 벌써부터 무엇을 만들고 기념하자는 목소리를 내고 싶지는 않다. 그들을 사유하는 시간을 충분히 거쳐야 할 것이다. 옥천을 애틋하게 생각했다는 데 그것에 대해 알아보고 그의 노래와 저작들을 한번씩 살펴보는 시간을 거쳐야 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화두를 던져 본다. 옥천신문도 꾸준하게 그들의 이야기를 보도할 것을 약속드리면서. 정현종의 시 ‘방문객’의 한 구절을 언급하고 마무리 할까 한다. 

 ‘사람이 온다는 건/ 실은 어마어마한 일이다/그는//그의 과거와/ 현재와/ 그리고 그의 미래와 함께 오기 떄문이다/한 사람의 일생이 오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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