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의융합교육지원센터 임재민 담당자
"우리 학생들, 자신감만 더 가졌으면 좋겠어요. 못할 게 없어요."

충북도립대 대학 본관. 본관 4층에 가면 '창의융합교육지원센터'가 있다.

 [도립대 사람들] 도립대 정문에 들어오면 가장 먼저 보이는 게 '안내소'다. 이건 비밀인데, 인터뷰를 위해 도립대에 찾아갔다가 땡볕 더위에 잠시 목적을 잃었다. 안내소에서 잠시 쉬어가야지. 경비 아저씨와 한참 수다를 떨었다. 의도치 않게 한 사람을 소개받았다. 익명을 요구한 이 취재원은 "대학 본관 4층에 가면 창의융합교육지원센터가 있는데 거기 20년 가까이 도립대에서 일한 분이 계세요. 제가 도립대에서 일한 게 6~7년 정도 됐는데 이분에 비하면 아직 짬이 안 되죠. 먼저 거기부터 다녀오시는 게 어떠세요"라며 웃었다.

 ■ 창의융합교육지원센터에서 만난 임재민씨

충북도립대학이 지난해 개교 20주년을 맞이했으니 이 사람은 대학 역사와 함께 세월을 보낸 셈이다. '창의융합교육지원센터' 문을 똑똑 두드렸다. 여기 계신가 물어보니 한 사람이 쑥쓰럽게 웃는다. 

임재민(51)씨다. 임재민씨는 언론계에서 일하다 2000년 9월 홍보전문직으로 도립대에 들어왔다. 원래 경기도 안성 사람인데 도립대에 들어오면서 옥천에 오게 됐다. 올해 새로 만들어진 창의융합교육지원센터에 들어오기 전까지 교학처와 기획협력처, 산학협력단 등 학교 내 대부분의 부서는 모두 거쳤단다.

창의융합교육지원센터가 만들어진 건 올해 1월이다. NCS교육지원센터와 교수학습지원센터가 통합됐다. △각 학과에서 필요한 교육과정을 개발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기자재 구매와 수리 등 교육과정 운영 지원 △만족도 조사 등 각각 교육과정이 문제없이 운영되고 있는지 품질 관리 △비정규과정으로 교수와 학생들에게 추가적으로 필요한 프로그램은 없는지 교수자·학습자 지원 등 업무를 하고 있다. 

이유는 모르겠다. 시계를 보니 임재민씨와 30분 넘게 창의융합교육지원센터가 어떤 곳인지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임재민씨는 할 이야기를 모두 마친 것 같다. 아니, 담당자님, 우리 좀 다른 (재밌는)이야기를 해야 해요.

창의융합교육지원센터에서 만난 임재민씨. 

■ 임재민씨가 만난 도립대생

가장 먼저 떠오르는 학생은 최근 방학 영어캠프를 함께 했던 학생이다. 영어캠프는 창의융합교육지원센터가 열자마자 만들어낸 프로그램이다. 글로벌 인재 양성 교육의 일환으로 '외국어 기초 및 심화 교육'을 거쳐 '영어교육캠프', 그리고 '회화 교육'으로 이어지는 교육 프로그램인데 자비는 한 푼도 들어가지 않는다. 학교가 6천만원을 투자한다. 

물론 학기가 시작하는 3월에 신청해야 해서 학생들도 웬만한 결심 없이는 참여하기가 힘들다. 기초 과정을 마쳐놓고서도 영어교육캠프까지 못가고 포기하는 학생도 있다. 하지만 효과는 확실하다. 캠프는 정도(正道)를 걷는다. 방학기간 동안 학생들은 학교 기숙사에서 지내며 19박 20일 동안 토익공부를 한다. 오전 9시부터 오후 10시까지 이어지는 스파르타 과정을 끝내고 나면 그대로 버스에 모두 태워진다. 바로 토익 시험을 치른다. 교육과정이 시작했을 때와 비교해보면 점수는 200점에서 300점 정도 올라 있다. 

"도립대에는 성취장학금이란 게 있어요. 외국어나 컴퓨터 관련 자격증 취득하면 등급에 따라 차등지급이 되는데 재학기간 중 1번 신청할 수 있어요. 캠프가 끝나고 한 친구가 장학금 자격이 되길래 '신청했냐'고 물어보니 안 했다는 거예요. 얼른 하라고 하니까 그 친구가 저한테 되물었어요. 성취장학금은 한 번밖에 신청 못하는 거 아니냐구, 더 점수를 올려서 신청하겠다구요. 그런데 제가 보기엔 아니거든요. 영어캠프 때 너무 공부를 스파르타로 시키니까, 일시적으로 점수가 오른 학생들이 많아요. 토익이란 게 꾸준히 공부하지 않으면 금방 또 떨어지잖아요. 그래서 지금 신청하라구 이야기했는데 끝까지 안 하더라고요. 그리고 그대로 해외어학연수를 신청해 갔어요. 다녀와서 토익 점수를 목표했던 데까지 올려놓고, 찾아와서 웃더라고요. 그걸 해냈어요. 한 번 해보니 자신감이 붙었던 걸까요. 그때 그 뿌듯함이... 우리도 긴가민가 했는데 잘 하고 있는 게 맞구나(웃음)."

또 다른 학생도 있었다. 10여년 전 기획협력처에서 일했을 당시 만난 김대환이라는 학생이다. 바이오생명의약과 학생이었다. 

"폴리텍 대학 합동 전시회에 참여하고 싶다고 포트폴리오 좀 봐달라고 찾아왔거든요. 그런데 피드백을 해주니 다음날 또 고쳐서 '피드백 주세요' 하더라고요. 고쳐주니까 또 다음날도요. 몇 번을 고쳤지. 고치고 고쳐서 제출했어요. 당연히 전시회에도 붙었고, 그쪽 교수가 크게 칭찬했다고 했어요. 이때 수상 경험이 도움이 돼서 나중에 보령제약에도 합격했어요. 보령제약이면 제약회사 중에서도 대기업이죠. 합격 소식 나오던 날 대환이가 까만 비닐봉다리에 빵 두 개 사와서 건네주는데, 그때 한다는 소리가, '아직 월급을 못 받아서...'라고, 민망하다는 듯이 웃는 거예요. 그 까만 봉다리가 어찌나 웃기던지요. 지금도 못 잊어요."

임재민씨는 그때 교수들이 가진 자긍심이 이해가 됐다고 말했다. 후회도 됐다고. 젊은 시절 더 열심히 해서 교수가 됐으면 참 좋았겠구나, 생각했단다. '학생을 가르치고 더 가까이서 돕는 일은 정말 보람찬 일이겠구나'.

■ '우리 학생들, 도립대 2년 함께 촘촘하게 보내 봅시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는지 물었다. 임재민씨는 고민 없이 대답했다. 

"제가 지금까지 이야기한 학생들이 특별한 케이스 같지요? 아니에요. 그 친구들이 특별히 우수했던 게 아니에요. 간혹 가다 보면 작은 지역 전문대학에 왔다고 우울해하는 친구들도 있는데, 그럴 필요 없어요. 식품이나 전기·환경 쪽은 산업기사 자격증 따고 취업 못하는 친구를 본 적이 없어요. 다른 과도 마찬가지에요. 내가 원하는 게 뭔지 고민해볼 줄 안다면 2년은 결코 짧은 시간이 아닙니다. 2년이라서 더 맹렬하게, 알차게 보낼 수 있죠."

당신을 응원한다. 언제든 본관 4층 401호 창의융합교육지원센터 문을 두드려 주시라. 창의융합교육지원센터는 당신이 필요해할 것 같은 프로그램들을 미리 준비해두는 곳이다. 

도립대에서 가장 좋아하는 공간이 어디냐고 물으니 그는 이 나무 그늘을 가리켰다. 이 자리에 근 백년은 있었다는 나무다. 임재민씨는 이 나무의 세월과 그 세월이 가져다주는 든든함이 좋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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