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이농공단지 입구부터 군남초 육교 아래까지 쭉 이어져 '여름 진풍경'
6일 오후 12시 가지각색을 개성을 자랑하는 포도 좌판 여섯 곳을 방문했다
[옥천을 살리는 옥천푸드] 동이농공단지 입구부터 군남초 육교 아래까지 쭉 뻗은 4번 국도를 지나다 보면 여름에만 볼 수 있는 진풍경이 있다. 바로 캠벨얼리부터 거봉, 샤인머스켓 등 다양한 종류의 포도를 파는 좌판이다. 좌판의 생김새는 비슷비슷하지만, 각자만의 개성을 가진 판매자들이 직접 재배한 포도를 진열해 놓는다. 6일 해가 쨍쨍 내리쬐는 오후 12시 총 6개의 포도 좌판을 찾아 이야기를 담았다.
흔히 좌판이라고 하면 위치를 설명하기가 참 애매하다. 그렇기 때문에 인접한 가게라든지, 건물 등으로 그 위치를 알 수 있다. 이날 만난 6개 좌판의 농민들 역시 좌판의 위치를 가지각색으로 설명해 웃음을 자아냈다.
동이면 포도 좌판의 가장 첫 시작점에 있는 임일재(60)씨는 좌판 위치를 '그 있잖아. 동이농공단지 입구 쪽 제일 첫번째 집'이라고 말한다. 그래도 잘 모르겠다 고개를 갸우뚱한다 싶으면 한번 더 부연설명한다. '이원 넘어오는 제일 맨 앞집', '접목하지 않는 토종 캠벨얼리를 파는 곳'이라고 엄지를 치켜세운다.
20년 전 태국에서 한국으로 이주한 이주여성 공가녹펀(42)씨는 '장구먹'이라는 이름을 강조한다. 길 지나다보면 '장구먹'이 쓰인 좌판. 그가 10년 넘게 남편 공병국씨와 함께 꾸려온 일터다. 농사 짓는 3천평 땅이 있는 곳의 길 이름이 장구먹이란다. 그 땅에서 호박, 애호박, 강낭콩 등 다양한 농산물을 재배하는데 유난히 맛이 좋다. 그래서 장구먹이라는 길 이름을 농장이름으로 짓고, 늘 맛있는 포도를 팔자는 신념을 되새긴다.
정영희(57)씨는 포도 좌판의 위치를 '석화마을 입구 쪽'이라고 말했다. 정영희씨네 좌판은 보통 캠벨얼리와 거봉을 판매하는 다른 좌판들과 다르게 머루포도의 일종인 슈트벤과 MBA, 샤인머스켓까지 판매한다. 9월까지 좌판을 열기 때문에 캠벨과 거봉 이외 색다른 포도 맛을 원하는 소비자가 찾으면 좋다.
임숙재(57)씨는 친환경 포도 농사 쪽에서 꽤나 유명한 주민이다. 2017년 친환경 포도왕으로 선정된 이력이 있다. 로컬푸드 직매장에도 포도를 납품하는데 인기가 아주 좋단다. 임숙재씨 좌판은 '키움묘목 건너편'에 있다. 임숙재씨 뿐 아니라 아내 이용운씨도 함께 농사도 짓고 판매도 한다. 향과 당도는 공식적으로 보증돼 있다.
이춘자(83)씨는 4번 국도에 늘어선 좌판 판매자 중 가장 고령에 속한다. 이춘자씨에게 좌판 위치를 설명해달라고 하니 '동이면 용운리 1구'라는 답이 돌아온다. 감이 잡히지 않는 독자들은 지나가다 백발의 인상 좋은 노인을 발견하면 걸음을 멈춰달라. 그곳이 바로 이춘자씨가 아들 공익용씨와 함께 포도 농사를 지어 판매하는 곳이다.
이수현(69)씨네 좌판은 '용운리 마을 신호등 바로 밑'에 있다. 신호등 바로 밑이라 기억하기도, 찾기도 쉽다. 캠벨얼리 뿐 아니라 자두와 바이오체리까지 판매한다. 특히 시큼새큼한 바이오체리는 따고 나서 하루 이틀 보관하면, 당도가 더 올라가는 특성이 있기 때문에 냉장고에 쟁여 놓고 먹기 딱이란다.
이외에도 인터뷰에 응하지는 않았지만, 동이면 용운리 정귀영(64) 이장이 운영하는 포도좌판과 이규형(64)씨가 '이정표 농장'이라는 이름을 걸고 산림청 앞에서 파는 포도도 있다. (아들 이정표씨 이름을 따 이정표 농장이라 지었단다.) 4번 국도 제일 끄트머리 군남초 육교 아래 마지막 좌판은 이날 문이 닫혀 있었다.
그간 농산물 좌판 인터뷰는 한 좌판의 이야기를 담는 식으로 진행됐다. 하지만 이번만큼은 몇십 년 넘게 그 길에서 포도를 팔아온 농민 한 명, 한 명의 이야기를 짧게나마 담고 싶었다.
이날 만난 농민들 대부분은 포도와 복숭아를 함께 팔고 있었다. 몇십 년 전까지만 해도 옥천 포도하면 '영동 저리가라'할 정도였다. 하지만 자유무역협정(FTA·에프티에이)이후 2004년부터 세차례의 포도 폐원이 이뤄진 후 많은 농가들이 작목을 전환하면서 농가 수가 현저히 줄었다. 그럼에도 포도의 명성을 지속적으로 이어오는 이들이 있다. 4번 국도에서 포도를 판매하는 농민 뿐 아니라 옥천 내 이곳 저곳에서 포도 농가들이 힘을 쏟고 있다.
혹여나 4번 국도에 즐비하게 늘어선 '포도 팝니다' 간판을 보면 한번 쯤은 걸음을 멈춰보는 건 어떨까. 캠벨얼리부터 거봉, 복숭아 등 다양한 농산물이 농부의 손을 떠날 준비를 하고 있다. 2kg, 4kg, 5kg. 다양한 양은 물론 맛까지 가지각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