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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안비슬(奴顔婢膝)
노안비슬(奴顔婢膝)
  • 옥천닷컴
  • 승인 2019.08.07 1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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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봉호 (옥천군의회 의원)

사극(史劇)을 보면, 남자종은 아첨하는 얼굴로 주인에게 비굴하게 굴고, 여자종은 죄인처럼 고개를 숙이고 무릎을 꿇어 주인에게 꼼짝 못하는 모습을 보인다. 

요즈음 문정권의 한국이 김정은의 북한을 대하는 모습이 바로 노안비슬(奴顔婢膝) 같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자국민(自國民)에게는 호랑이 행세를 하고, 북한에 대해서는 '노안비슬' 처신을 하는 꼬락서니가 꼴불견이다.

세상에 얻어먹으면서도 당당하고, 주면서도 비굴한 관계가 있다면 아마 조폭과 유흥업소의 관계일 것이다. 지금 남북한의 관계가 이와 흡사하게 전개되고 있고, 작년 10월 리선권과 조명권의 해프닝은 하나의 사례일 뿐이다. 국격(國格)과 국민의 자존심은 떨어져도 지하 깊숙히 떨어졌다. 이렇게 까지 된 데는 남한이 자청한 측면이 강하다. 근원은 김대중의 햇볕정책에 있고, 북한의 갑질의 힘은 핵무기에 있다.

이러한 풍조(風潮)가 만연하게 된 배경에는 대통령의 배알 없는 처신이 한 몫을 하고 있다. 미국에선 문재인을 김정은의 '수석대변인'이라고 조롱(嘲弄)하는 말이 나왔고, 심지어 '북한의 첩자'라는 말까지 나왔다.

지난 6월 유럽순방 때 문재인 대통령은 교황청을 방문해 프란치스코 교황을 만나 교황을 북한으로 초청하고 싶다고 밝힌 김정은의 뜻을 전달했다고 한다. 북한에도 외교체널과 외교관이 있는데 일국의 대통령이 남의 심부름꾼 노릇을 이렇듯 친절하게 해야 하나? 대한민국 국격이나 국민의 자존심 같은 것은 아예 생각조차 하지 않는 것 같다.

이제 한국이라는 나라는 대통령에서부터 아래 사람들까지 북한에 무슨 약점(弱點)이라도 잡힌 것처럼 쩔쩔 매는 것이 완전히 몸에 베였다. 이러한 영향으로 일반 국민들도 김정은과 북한에 대한 경계가 느슨해졌다. 북한의 언론매체들은 이러한 남한의 분위기를 놓치지 않고 "남조선에는 김정은 위원장에 대한 숭배열풍(崇拜熱風)이 불고 있다"며 재빠르게 선전술(宣傳術)에 악용하고 있다. 

언론과 한진 사례(事例)에서 봤듯이 재벌의 갑질에는 벌떼같이 달라붙어 십자포화(十字砲火)를 퍼부면서도 정작 북한의 갑질에는 애써 못 본 척 한다. 국민도 무디다. 김정은과 북한에 대한 한국의 총체적 노안비슬이다. 

도무지 북한에 대해 그토록 감싸려고만 하는 지 납득(納得)이 안 간다.  
문 대통령의 정체성(正體性)을 의심하지 않을 수밖에 없다. 이를 보면서 새삼 와 닿는 게 있다.
히데요시의 아들 도요토미 히데요리는 부친이 물려준 오사카성(大阪城)을 본진으로 삼아 세습정치(世襲政治)를 꿈꾸었다.

오사카 성은 바다와 강으로 둘러 쌓여있는데다 2중 깊이의 해자(垓字)를 갖고 있어 문자 그대로 난공불락(難攻不落)의 철옹성(鐵瓮城)이었다.
도쿠가와 이에야스는 오사카성을 점령하기 위한 계략으로 특사(特使)를 파견했다. "이제 전쟁을 그만하고 평화롭게 지내자"며 종전선언(終戰宣言)을 하자고 제안했다.

계속된 전쟁에 신물이 난 히데요시가 솔깃해 이를 반갑게 받아들였다. 
이에 도쿠가와는 한 술 더 떠 '우리가 서로 화친(和親)을 하고 평화협정(平和協定)을 맺었으니 2중으로 된 해자도 메워서 백성들에게 전쟁 없는 평화시대가 도래했음을 입증하자'고 제안하자 그 제안까지 받아들이면서 도쿠가와 이에야스의 병력이 총동원되어 해자를 메워주는 공사까지 했다.  

그러나 그것은 도쿠가와의 계략이었다. 완공되면서 도쿠가와는 단숨에 오사카 성을 함락시켰다. 패망한 도요토미 히데요리는 모친과 함께 자살을 택했고, 가족들은 모두 처단되었으며, 가문은 멸문지화(滅門之禍)를 당했다.
후일 화친조약을 어겼다는 비난이 일자 도쿠가와 이에야스는 "세상에 적장의 말을 대책 없이 무조건 믿는 바보가 어디 있는가. 적장의 말을 대책도 없이 그대로 믿는 바보는 죽거나 멸문을 당해도 싸다."고 했다.

지금이 그런 위기다. 유엔 회원국인 한국은 안보리 결의를 지켜야 할 의무가 있다.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國際社會)의 양해도 없이 독단적으로 문 대통령이 시기와 절차를 무시하고 종전선언을 밀어붙이며 남북철도연결 사업이 이어질 경우, 명백한 제재 위반이다.
국제적인 비난은 말할 것도 없고, 자칫 도요토미 히데요의 오사카성처럼 패망의 길을 걷게 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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