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천 청소년들, 한겨레신문 사옥, 백범김구기념관에 다녀와 뉴스 제작과정과 언론 역사 배워
한겨레신문을 창간한 청암 송건호 선생은 옥천에서 태어난 언론인의 우상
옥천군과 옥천교육지원청이 주최하고 지역문화활력소 고래실이 주관

장재원 고래실 기획협력국장과 옥천 청소년들이 한겨레 입구 청암 송건호 선생 흉상과 함께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안티조선’ 운동과 언론계의 굵직한 인물이 유독 많아 ‘언론개혁의 성지’로 알려진 옥천, 언론인을 꿈꾸는 옥천 청소년들이 군북면 증약리 출신 청암 송건호 선생님의 발자취를 좇는 행사를 가졌다.

6일 옥천신문과 사회적기업 고래실은 7명의 지역 청소년들과 함께 송건호 선생이 초대발행인으로 창간한 한겨레신문 사옥을 방문하고 백범 김구 기념관을 다녀오며 언론의 사회적 역할과 요새 다시 불거지는 반일운동을 돌아보고자 백범 김구 기념관을 방문키로 했다.

아침 일찍부터 옥천역이 북적였다. <옥이와 함께 떠나는 마실 옥천!>의 언론 코스 마을여행에 참가하기 위해 7명의 학생이 모였기 때문이다. 이번 여행의 참가자는 신성호(옥천중2), 임다은(제천간디학교고2), 임조은(제천간디학교중3). 임소은(제천간디학교중1), 박지혜(옥천여중2), 최정아(옥천여중2), 김가희(청란여중1) 학생이다.

뉴스가 만들어지는 과정이 궁금해 일찍부터 일어났단다. 이번 여행의 목적지는 한겨레 본사와 백범김구기념관이다. 오전 8시 36분 서울로 가는 무궁화호를 타고 떠나기로 했다. 열애설이 난 아이돌 가수 얘기로 시끌벅적하던 아이들은 기차에 탄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언제 그랬냐는 듯 금세 곯아떨어졌다. 그 틈에 무궁화호는 서울로 재빠르게 달려갔다.

 

■ 옥천 청소년들, 한겨레신문에서 송건호 선생을 만나다

서울에 도착하자마자 택시를 타고 한겨레로 떠났다. 건물 외관은 흙으로 지은 듯 투박하면서도 담쟁이가 자란 외벽이 멋스럽다. 입구에서 이병호 청암언론문화재단 사무국장이 우리를 안내하기 위해 기다리고 있었다.

청소년들이 한겨레 편집국에서 신문 편집 과정을 배우고 있다.
옥천 청소년들이 한겨레 편집국에서 신문 편집 과정을 배우고 있다.

들어가서 오른쪽, 승강기를 타고 처음 도착한 곳은 한겨레의 편집국이다. 편집국에서는 신문을 제작하는 프로그램, 편집 기자들의 업무 등을 알려줬다. 한겨레 편집기자는 하루에 2~3판 신문을 작업하고 새벽까지 일을 한다고 한다. 아이들은 놀란 듯 동그랗게 토끼눈을 떴다.

이병호 청암언론문화재단 사무국장이 청소년들에게 한겨레 스튜디오를 안내하고 있다.
이병호 청암언론문화재단 사무국장이 옥천 청소년들에게 한겨레 스튜디오를 안내하고 있다.

방송 스튜디오도 견학했다. "스튜디오 간대!" 들어가기도 전에 아이들은 잔뜩 들떠 있었다. 특히 옥천여중 3학년 박지혜 양과 최정아 양은 유난히 신나보였다. 아나운서와 기자를 꿈꾸는 절친이라고 한다. 스튜디오 내부는 회색으로 깔끔하게 칠해져 있었다. 촬영구역에는 책상과 의자가 놓여져 있어 아이들이 직접 자리에 앉아보기도 했다. 이병호 사무국장은 프롬프터를 가리키며 보여주기도 했다. 프롬프터는 대본을 보여주는 스크린이다.

이병호 청암언론문화재단 사무국장이 윤전기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이병호 청암언론문화재단 사무국장이 옥천 청소년들에게 윤전기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승강기를 타고 아래로 내려가니 앞서 본 곳들과 다르게 어두운 공간이 있었다. 심상치 않다. 문을 여니 화학약품 냄새가 후욱 콧속으로 들어왔다. 윤전실이다. 요상한 냄새는 아주 큰 윤전기와 잉크들이 있으니 당연한 일이다. 이병호 사무국장이 몇 가지 색의 잉크를 사용하는지 맞춰보라 한다. 아이들 무리 어딘가에서 작게 "3색?" 하곤 목소리가 들려왔다. 보통 노랑, 빨강, 파랑, 검정으로 구성된 4색 잉크를 사용하고, 6색 잉크를 사용하는 곳도 있다고 한다. 6색 잉크는 4색 잉크에서 연한 빨강과 연한 파랑 잉크가 더해진다. 안내가 끝난 뒤에도 아이들은 한겨레의 이곳저곳을 누비며 눈을 반짝였다.

이병호 청암언론문화재단 사무국장이 청소년들에게 강의를 하고 있다. 이날 강의 주제는 청암 송건호 선생과 한겨레신문이다.
이병호 청암언론문화재단 사무국장이 옥천 청소년들에게 강의를 하고 있다. 이날 강의 주제는 청암 송건호 선생과 한겨레신문이다.

점심식사 후 한겨레 청암홀에서 기자들의 강의가 열렸다. 이병호 청암언론문화재단 사무국장은 청암 송건호 선생과 한겨레신문에 대해, 곽노필 한겨레 선임기자는 미래사회와 기자에 대해 설명했다. 곽노필 한겨레 선임기자는 인공지능 기자의 등장, 가짜뉴스와 신뢰도 저하 등 현재 언론이 놓인 위기에 대해 설명했다. 곽노필 선임기자는 "그럴수록 사람들에게 믿을만한, 신뢰를 줄 수 있는 신문을 만들어야 한다. 기술이 발전해도 어느 정도 한계가 있다. 가짜뉴스를 구별하고 판단할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기사를 읽을 때 입체적으로 볼 수 있는 방법을 알려줬다. 기사를 읽을 때 누구의 입장에서 썼는지 관점을 파악하고 설명, 내용, 전망 등 맥락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한다.

강의가 끝난 후 아이들의 눈빛이 바뀌었다. 무심하게 쳐다보던 입구 옆 청암 송건호 선생의 흉상을 한참 관찰했다. 같은 옥천 사람이라 더 와닿고 존경스러운 그런 걸까. 처음엔 누군지 모르겠다는 학생들은 이제 누구보다도 그와 가까운 사람이 된 듯 했다. 한겨레신문 창간본을 읽으며 한참을 앞에 서있기도 했다.

백범김구기념관에 방문한 청소년들과 장재원 고래실 기획협력국장
백범김구기념관에 방문한 옥천 청소년들과 장재원 고래실 기획협력국장, 이병호 청암언론문화재단 사무국장

한겨레에서의 일정을 마친 뒤에는 백범김구기념관을 방문했다. 전시는 총 2층으로 구성됐으며 김구의 생애를 설명하는 글과 애니메이션, 영상관, 추모관 등이 있다. 이곳에서도 언론의 역사를 발견할 수 있었다. 김구가 주석을 역임했던 대한민국 임시 정부에서 박은식, 안창호, 옥관빈 등이 독립신문을 창간했다고 한다. 자유롭게 전시를 관람한 후 기차에 몸을 실었다. 함께 여행한 아이들에게 어땠냐고 물으니 샐쭉 웃으며 좋았단다.

이번 여행을 함께 한 임다은 양은 "처음에는 크게 기대하지 않았는데 곧 사회인이 될 학생으로서 배울 점이 많았다. 기자가 하는 일들을 직접 겪어볼 수 있어서 좋았다"며 "강의 주제가 와닿는 소재였으면 더 좋았을 것 같다. (한겨레가) 앞으로 우리나라를 좀 더 진보하게 만들었으면 좋겠다"라고 소감을 남겼다.

장재원 고래실 기획협력국장은 "이번 마을여행은 군북면 비야리 출생 언론인 송건호 선생을 주제로 기획했다. 한겨레신문의 초대 발행인 송건호 선생을 기억하고 기자라는 직업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기회가 됐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한편, 청암 송건호 선생은 우리나라 언론인이 가장 존경하는 인물 중 하나로 1975년 동아일보 편집국장 재직시 부당해고 당한 젊은 기자들을 위해 사표를 내고 1984년 민주언론운동협의회 수장으로 월간 ‘말’지를 창간했고, 86년 말지 특집호 보도지침을 발간해 군부정권의 언론 통제실상을 폭로했다. 1988년에는 국민주 신문 한겨레신문을 창간하여 초대발행인에 취임하는 등 언론계의 굵직한 일을 해온 인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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